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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 - 새롭게 부활한 하드보일드 탐정물

영화/ㅂ 2008/02/02 11:13 Posted by 페니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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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정통 추리물에 익숙해져 있던 필자로서는 지적인 능력이 아니라 비정한 성격와 폭력도 서슴치 않는 주인공들이 주류인 하드보일드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웠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취향도 변하는 것인지, 이젠 하드보일드라는 장르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사소한 정에 얽메이지 않고 묵묵히 사건을 처리하는 이러한 비정파 주인공들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

하드보일드. 직역하면 '완숙된 계란'이란 뜻이지만 1930년을 전후하여 미국문학에 등장한 새로운 사실주의 수법을 통칭하는 말이 되었다. 명탐정 셜록 홈즈 식의 추리능력이 뛰어난 탐정들이 등장했던 정통 추리소설의 계보와는 달리, 시니컬한 성격의 염세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주인공을 내세웠던 하드보일드 계열의 추리소설은 더쉴 해미트의 [말타의 매] 가운데 등장하는 샘 스페이드나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작별]로 알려진 필립 머로우 같은 캐릭터가 그 대표적이다.

©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하드보일드 소설을 영화화 한 느와르 탐정물 [명탐정 필립]


이러한 하드보일드 소설은 4,50년대 들어 미국 영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필름 느와르'와 만나면서 급물살을 탔다. 암울한 분위기와 비정하고 폭력적인 영상이 특징을 이루는 느와르속에 녹아든 하드보일드 작품은 80년대까지 지속되어 그럭저럭 명맥을 유지하다 시대가 바뀌면서 서서히 쇠퇴해 갔다. 아마도 필자가 나이가 들면서 이런 느와르에 익숙해 진 것은 이 장르가 가지는 특성 자체가 성인들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한 마리 승냥이처럼 움직이는 비정한 사나이의 고독을 일개 어린아이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는가.

© Focus Fea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런 의미에서 [브릭]은 매우 독특한 영화다. 주인공들은 분명 틴에이저인데, 하는짓들은 그렇지가 않다. 마약에 손을 대고 갱단을 조직해 군림하는 십대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세계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이상하리만큼 현실적이다. 한때 사랑했던 연인의 죽음을 접한 브랜든(조셉 고든-래빗 분)이 그녀의 죽음 배후에 있는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벌이는 탐문과정은 이미 느와르 풍의 영화에서 보아온 익숙한 장면이지만 이것이 틴에이저물로 재탄생했을 때의 그 느낌은 아주 신선하다.

© Focus Fea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상 [브릭]에는 느와르의 모든 양념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고독한 탐정과 음모, 여인의 유혹, 배신, 그리고 반전.... 어느것 하나 새로운 것은 없다. 달라진 것이라곤 주인공이 젊어졌다는 (아니 어리다는) 것인데 감독의 역량탓인지, 아니면 배우들의 열연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척이나 세련되어 보인다. 역시 영화란 장르를 떠나서 어떤 감독이 어떤 배우와 어떤 각본을 가지고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감독인 리안 존슨은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감독,각본,편집의 1인 3역을 맡았다)

주인공인 브랜든을 열연한 조셉 고든-래빗은 마치 1940년대 흑백영화시절에 보았던 험프리 보가트의 재림같다. 자칫 잘못하면 '김전일'로 전락할지 모를 십대의 탐정역할을 훌륭하게 해냈으며, 웬만한 성인배우도 해내기 힘든 복잡한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해 [브릭]의 완성도를 한껏 높이고 있다.  또한 TV드라마 [히어로즈]로 국내 팬들에게도 알려진 노라 제헤트너의 신비스런 매력 역시 관전 포인트다.

© Focus Features. All rights reserved.


[브릭]은 같은해 개봉한 [크라이 울프]와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아마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결말과 십대들이 주인공이라는 공통점 때문이겠지만, 공포-스릴러에 가까운 [크라이 울프]와 정통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브릭]은 어디까지나 다르다. 물론 필자는 [브릭]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촌빨날리는 구식 느와르의 모습일거라 예상했지만 [브릭]은 그 예상을 뛰어넘은 경지에 있는 새로운 해석의 신식 느와르다. 장르 영화의 재발견이란 바로 이런 영화를 두고 말하는게 아닐런지. 뒤늦게나마 한국에 개봉하게 된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 [브릭]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Focus Fea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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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술취한당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씩 보는 티비 시리즈중 The Shield가 하드보일 스타일인데....

    근데 리안 존슨 왠지 낯설지 않은 이름이네요

    2007/10/05 21:40
    • BlogIcon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The Shield 보고싶네요^^

      리안 존슨은 [브릭] 한편으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가져가는등 평단의 극찬을 받은 바 있습니다^^

      2007/10/06 09:21
  2. 은사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드보일드 이야기를 하시니...일본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게 떠오르네요.

    2007/10/07 06:13
  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2008/02/02 12:44
  4. BlogIcon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 부천 공개작이기도 했죠.

    이 영화 보고 있으면 머리를 잘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드보일드의 세계이면서도 고딩들의 세계라는 걸 잘 보여주니까요.

    조셉 고든 레빗과 리안 존슨의 신작 모두를 기대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2008/02/02 13:12
    • BlogIcon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촬영기간이 고작 20일 정도였다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저예산으로 이런 고퀄리티의 작품이 나올 수 있음을 한국 영화계도 본받았으면 합니다.

      2008/02/02 13:14
  5. BlogIcon 궁극의 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거 봤긴한데, 볼만하더라구요.
    트랙백 걸구가요~ 페니웨이님 즐거운 주말 되시길.

    2008/02/02 13:35
  6. BlogIcon 스테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느와르의 캐릭터들을 고등학생으로 변주시키면서 의외의 웃음까지 유발시키더군요^^

    2008/02/02 17:09
  7. BlogIcon mepa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봤습니다.
    화면이 왠지 모르게 특이하더군요.
    늦여름 오후 느낌이 나는데..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게 있었습니다.
    저는 영화 내용보다는 화면만 봤습니다. ~

    2008/02/02 17:25
  8. BlogIcon 신어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 영화가 본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저도 120% 동감입니다.
    새로운 걸 추구하려다가 산으로 노젓지 말고 장르의 재미만이라도
    확실하게 전달해주면 좋겠어요.

    2008/02/02 20:28
    • BlogIcon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100% 공감이요~ 위기네 어쩌네 하는거 다 핑계일 뿐입니다. 장르영화에 충실한 감독들과 작은 영화에 열의를 다하는 배우들이 아쉬운 판국입니다.

      2008/02/02 20:32
  9. BlogIcon 페이비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에 나온 여자배우 눈 진짜 크네요... 고딩의 하드보일드라니, 아이디어 자체는 정말 어처구니 없어서 잘못 만들었다면 아마도 괴작열전의 반열에 올랐을 수도 있었겠네요. ㅎㅎㅎ

    2008/02/02 21:33
    • BlogIcon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잘 만든 작품입니다. 저예산 감독들한테 의욕을 고취시켜준달까요.. 아이디어만으로도 얼마든지 수작을 만들 수 있다는 표본으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노라 제헤트너의 눈이 크긴 크죠^^ 그래도 매력적이라능..

      2008/02/02 21:40
  10. BlogIcon Rukx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가 가는 영화네요 :-) 화려하지 않아도 잘 짜여진 영화는 언제든지 볼 만한 가치가 있죠.
    그나저나 여배우 눈이 정말 ㄷㄷㄷ;;;

    2008/02/02 22:49
  11. BlogIcon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이런 영화는 개봉조차 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부산에서는 말이죠. 보려고 해도 개봉을 해야 볼텐데 개봉은 했지만 걸리지 않은 것이겠지만서도 참 아쉽군요.

    2008/02/03 13:45
    • BlogIcon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헉, 부산에는 개봉도 안했습니까? 하긴 서울에서도 5관 이상의 멀티플렉스를 가야만 볼 수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ㅠㅠ

      2008/02/03 15:42
  12. BlogIcon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인공 배우 하드보일드하고는 영 어울리지 않게 생겼는데
    페니웨이님 평을 보니 연기를 정말 잘 했나보네요.

    2008/02/03 18:59
  13. BlogIcon 오만과 편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트랙백 걸고 갑니다. ^^

    2008/02/21 15:41
  14. BlogIcon rainis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Joseph Gordon-Levitt 최고네요... G.I.Joe, 500 Days of Summer에 이어서 3번째 봤는데, 세 영화에서 모두 다르게 나오는군요.

    2010/04/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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