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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 로버트 F. 케네디 암살의 현장

페니웨이™ 2007. 9. 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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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또는 정계를 무대로 다룬 영화는 대체로 재미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암투와 배신, 음모의 과정은 평상시 사람들이 품고 있던 정계의 뒷모습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대통령의 음모]나 존 F. 케네디 암살의 진상을 파헤치는 [J.F.K], 미소 양국이 일촉측발의 상황에 치닫는 쿠바 미사일 사태를 그린 [D-13] 등 대부분의 정치적 소재를 다룬 영화들은 관객들의 궁금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그럴싸한 서스펜스를 제공함으로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다.

[바비]는 존 F. 케네디의 동생이자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로버트 F. 케네디의 암살을 다룬 영화다. 따라서 필자는 처음에 [J.K.F]급의 미스테리성 짙은 정치 스릴러물이 탄생할 줄 알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서 [바비]는 앞에서 언급한 정치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이 작품은 바비(로버트 케네디의 애칭)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암살당하던 날, 바로 그 장소인 앰베서더 호텔의 하루를 조명하면서 그 호텔에 있었던 수많은 인물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다.

© Boris Yaro of the Los Angeles Times.

형에 이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로버트 F. 케네디. 미국 현대사의 슬픈 기록이다.


하루동안에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다보니 사실상의 주연배우는 없는 셈이다. 각자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나 소소한 에피소드가 말 그대로 '나열'되고 있으며, 각 인물간들의 연관성도 그다지 크진 않다. 이 인물들이 겪게 되는 공통적인 이벤트는 바로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언급되는 '바비의 암살'일 뿐이다.

오히려 영화는 바비의 죽음보다도 그가 변화시키려 했던 미국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당시 미국의 삶. 이민자들이 겪는 차별적인 설움이나, 호텔 전화 교환원으로 일하는 저소득층의 스트레스, 마약에 빠져 파탄에 이르는 히피 등 이들 캐릭터는 당시 미국인들의 삶 하나하나를 대변하는 상징성을 띈다. 그리고 이들이 가졌던 문제들에 관심을 가졌던 바비가 총에 맞아 죽음으로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슬퍼했는가를 관객들이 감정이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 Weinstein Company. All rights reserved.


배우출신 감독 에밀리오 에스테베즈의 역량탓인지, [바비]에는 수많은 주연급 스타들이 총동원되는데,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캐스팅이라고 밖엔 달리 표현할 수가 없을듯하다.


© Weinstein Company. All rights reserved.


사실 [바비]는 로버트 F. 케네디의 암살사건을 다루었다기 보다는 그의 죽음을 영화속의 장치로 사용했을뿐, 전체적인 내용은 다소 산만하기까지 하다. 미국인들, 특히 1960년대의 격동을 경험했던 -마틴 루터 킹 암살, 베트남 전쟁, 말콤 X 암살, J.F.K 암살, R.F.K 암살 등- 사람들의 정서에 철저히 맞춰진 영화임으로 대중적인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나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를 스타들의 총출동하는 모습이나 바비의 최후가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 궁금했던 분들은 비교적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 [바비]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einstein Company.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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