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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남은 자들이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심히 안타깝게도, 때론 의도치 않은 그 실수가 한 사람의 일생을 완전히 파괴시키기도 한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일을 하면서 반지하의 궁색한 방에서 혼자 살아가는 그에게는 친한 친구도, 덕담을 나눌 이웃도 없다. 아니, 그 자신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삶은 한 마디로 무색무취에 가깝다.

그런 남자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온다. 고향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 살고 있는 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달려갔지만 이미 형은 고인이 되었다. 형의 장례를 치르는 일만으로도 복잡한데, 미성년자인 조카의 후견인이 되야 할 판이다. 은둔하듯 살아가던 남자가 얽매여 있던 과거의 실수와 비극의 그 날이 교차되면서 남겨진 살아 있는 자들이 겪는 마음의 상처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아물어 간다. 

케네스 로네건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사실 작품성의 유무와는 별개로 작품 외적의 구설로 인해 더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주연인 케이시 애플렉의 성추문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져 가는 가운데서도 2016년의 대다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묘한 대조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그만한 논란 속에서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만큼 케이시 애플렉의 연기가 빛을 발한 작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케네스 로네건의 전작 [유 캔 카운트 온 미]와 정서적으로도 매우 유사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지역 사회의 특수성이라든지, 진지하고 무거운 드라마의 전개 속에서 문득문득 훅하고 들어오는 고단수 유머의 구성, 평범한 미국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삶의 정취를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점에서 상당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멘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케이시 애플렉이 연기한 리라는 인물은 경우에 따라서는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는 지극히 보편적인 보통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겪은 고향에서의 기억은 끔찍하다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만큼 치명적이다. 아마 여느 평범한 영화였다면 주인공에게 떠 넘긴 트라우마가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시원하게 극복되는 결말을 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상처의 치유라는 과정과 결과를 매우 현실적인 관점에서 다룬다. 상처는 아물지라도 흉터와 고통의 기억은 남는 법. 이 작품에서 리는 끝내 그 고통을 마음 속에서 지우지 못한다. 그럼에도 복잡한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문제들을 하나 둘 해결해 가는 건 리 자신이다. 도피가 아니라 현실과 마주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리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상처를 치유하기 보다는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법을 깨달은 남자의 성장을 목도한다. 어쩌면 우리가 겪는 진짜 삶은 기적처럼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법을 배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Blu-ray Package

오랜 기다림 끝에 출시된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한정판 다운 풍성한 구성으로 모처럼 소장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먼저 묵직한 아웃케이스는 영화의 배경인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풍경을 담아내어 고급스런 느낌을 주고 있다. 

아웃 케이스를 열고 나면 풀슬립 아웃케이스에 담긴 본편과 시나리오 북의 구성물이 담겨져 있는데, 먼저 시나리오 북은 요악본이 아닌 두툼한 풀버전의 시나리오가 번역본으로 실려 있어 특별한 소장가치를 부여한다. 

본편이 담긴 풀슬립 패키지의 구성물도 풍성하다. 풀슬립 아웃케이스 전면과 후면에는 케이시 애플렉과 미셸 윌리엄스의 대화 장면이 분할 인쇄되어 있는데, 무광 코팅 바탕에 인물만 유광 앰보싱 처리되어 있다. 특히 아웃케이스의 내부에도 바다를 항해하는 오프닝의 서정적인 장면이 인쇄되어 있어 제작사인 더 블루가 얼마나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느낄 수 있다.

본편 디스크는 스카나보 케이스에 담겨 있으며 그 안에는 한정판임을 증명하는 넘버링 플레이트와 엽서가, 그리고 별도로 오리지널 포스터와 박평식 평론가의 리뷰가 담긴 북클릿이 특전으로 제공된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보는 소장용 패키지다.

블루레이 퀄리티

1.85:1의 화면비에 1080p/AVC MPEG-4 코덱으로 트랜스퍼된 영상은 대체로 차갑고 청명한 화면을 보여주지만, 때론 영화 자체의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한 거친 느낌도 준다. 색감이 풍성하기 보다는 다소 채도가 떨어지는 화면이 특징이며 오히려 그런 부분이 황량한 맨체스터의 겨울을 잘 표현하고 있다. 배경요소들의 식별이나 인물들의 클로즈업에서 얼굴의 잔주름까지도 잡아낼 만큼 디테일은 우수한 편이다.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확대됩니다. (Click on Images Below to Enlarge)

DTS-HD 5.1의 오디오 트랙은 서라운드 효과가 썩 뛰어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데, 특히나 리어 스피커의 역할이 다소 빈약하다. 과격한 사운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역동적인 음향 효과를 느낄 순 없지만 클래식 합창곡에서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조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으며 바닷가 장면에서 해수의 찰랑거림과 주변음의 미세한 효과음이 고요하고 적막한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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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피쳐
 

막강한 구성물로 무장한 패키지와는 달리 다소 빈약한 서플먼트가 본 블루레이의 유일한 단점이다. 아마도 북미판 소스를 가져오다보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을 듯 하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는 약 16분간의 메이킹 필름과 삭제장면, 그리고 오디오 코멘터리만이 담겨 있다.

우선 메이킹 필름에서는 제작자인 맷 데이먼을 비롯해 케네스 로너건 감독 및 배우들과 스텝들이 나와 영화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언급한다. 특히 영화 상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각 캐릭터의 성격, 그리고 상황 설정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많은 도움을 준다. 본 작품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는 케이시 애플렉과 미셸 윌리엄스의 대화 장면에서는 울먹이는 미셸의 연기에 동화되어 촬영장에 있던 모두가 눈물을 흘려가며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삭제장면은 총 세 개의 장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Elise Calls 

형과 이혼한 형수에게 전화가 걸려오는 장면. 본편에서는 형의 가족 관계가 망가진 사실을 별로 언급하지 않는데, 이 장면에서는 리가 가족과 헤어진 후 이혼한 형, 조카와 함께 셋이서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Childrens Funeral 

리의 아이들 장례식 장면. 슬픈 멜로디와 함께 비교적 짧은 쇼트로 빨리 장면 전환이 진행되며, 망연자실한 리는 결국 아이들을 묻는 장소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Chandler Charters

함께 할 사업체의 이름을 두고 형과 리가 티격태격 하는 회상 장면.


 
총 평

모처럼 영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소장할만한 블루레이를 만났다. 2016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 해도 손색이 없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 음악 등 모든 면에서 만점을 줄만한 작품이다.  

게다가 콜렉터들의 소장 욕구를 채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뭔지를 잘 캐치한 듯 한 로컬라이징 패키지가 영화의 품격을 한 껏 높혀 주고 있다. 자칫 소외당할 뻔한 수작들이 부가판권시장을 통해 새롭게 재조명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국내 출시사들의 노고에 이 기회를 통해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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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시나리오 박스 한정판 - 10점
케네스 로너건 감독, 미셸 윌리엄스 외 출연/더블루(The B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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