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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이랬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전, 제가 워낙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컴퓨터로 리뷰 작업을 하느라 손을 쉴 새가 없지요. 손목에 무리가 가는 나날이 계속되다보니 피로가 누적되었나 봅니다. 어느날 (지금은 헤어진) 여친 앞에서 뻐근한 손목을 만지작 만지작 거렸더니, 손목이 안좋냐며 자기가 나름 이런데엔 일가견이 있다면서 제 손목의 관절 마디를 무지막지하게 눌러대는 겁니다. 이 정도로 아프게 마사지해줘야 편안해진다나요.
솔직히 '악'소리 날 정도로 아팠고, 눈가엔 눈물이 살짝 고였지만 아픈 걸 아프다고 하지 못했던 게 당시의 제 상황이었습니다. 강박증적으로 신경이 예민한 여친의 버럭질이 두려워 찍소리도 못하고 마음껏 손목을 유린당하게 내버려 두었더니 다음날, 손목이 부어오르기 시작하더군요.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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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면 가라앉겠지 했던 손목은 한달이 되어도 두달이 되어도 가라앉질 않는겁니다. 하긴 손목아프다고 생계가 걸린 일을 안할 수도 없는게 직딩의 현실이니... ㅜㅜ 참다참다 못해 동네병원에 갔더니, 손목이 아파 왔다는데 엑스레이 촬영이니 열상촬영이니 제가 보기에도 별 쓰잘데기 없는 검사실만 몇바퀴를 돌리고는 정작 가장 중요한 초음파 검사는 다음에 와서하고 일단 약이나 받아가라는 개드립을 (죄송.. 이 말외엔 딱히 다른 표현이) 하더군요. 진료비는 당연히 예상했던 것의 몇 배가 나왔구요.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진단도 안나온 상황에 약처방부터 하는 이런 골때리는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에 병원에다가 '이 병원에서는 치료 못받겠다. 실비보험 청구할 초진 기록부나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돌아오는 말 '2만원 입니다' -_-;; 보통 초진 기록부는 1천원 이면 뗄 수 있는 간단한 서류입니다. 이걸 2만원이나 받겠다니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다른 병원들도 5천원 이상 달라는 데를 못봤는데 이놈의 병원은 서류 발급으로 장사를 할 생각이냐고 항의를 했더니, 그 접수대 직원이 자기도 자기네 병원이 좀 비싸게 받는것 같답니다.
결국 이 병원에서는 치료는 치료대로 못받고 별 쓸모없는 검사받느라 돈만 왕창 날리고,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치료를 포기하고 있었더랬지요.
그렇게 한쪽 손은 반쯤 망가진채 내 손목을 끝장내 주신 여친하고도 끝내는 헤어지고, 반년 넘게 방치되어 오다 드디어 어제 다른 병원에 들러 치료를 했습니다. 의외로 간단하게 진료를 하더군요.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 검사화면을 보더니 손목 위에 결절종(물혹의 일종)이 있다며, 현재 손목 주위의 근육막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는 진단을 받고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당분간 재발이 되지 않도록 키보드 작업은 자제해야 할 듯 합니다. 포스팅은 기존에 작성해 놓은 걸로 떼우든지 해야죠.
오늘의 교훈.
1.아무리 여친이라도 돌팔이에겐 치료를 받지 않는다.
2.진짜 실력있는 의사는 꼭 필요한 검사만 진행한다. 쓸데없이 이거 저거 다 검사하는 곳은 돈에 환장한 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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