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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왕 - 전형적인 장진 코미디의 장단점

페니웨이™ 2010. 9.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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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장진 감독의 팬이다. 독특한 캐릭터 구성과 매니아성 짙은 유머만으로도 장진 감독의 영화는 관객을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최근 그의 작품이 조폭물에 도전한 [거룩한 계보]를 기점으로 하향세를 보이는건 개인적으로도 조금 안타깝지만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라 생각하는 [아는 여자]나 남북한 이념의 어두운 측면을 블랙 코미디로 승화시킨 [간첩 리철진] 같은 작품만 보더라도 장진 감독의 이름이 들어간 영화는 뚜렷한 개성을 지니는 일종의 브랜드다.

장진 감독의 신작 [퀴즈왕]은 장진식 코미디의 특징과 장점, 그리고 동시에 단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다. 이번에는 [슬럼독 밀리어네어]나 한석규 주연의 [미스터 주부퀴즈왕]처럼 TV 퀴즈쇼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다소 식상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 않나 우려될 테지만 그 점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장진 감독은 이번에도 여전히 변칙적인 장르물로 웃음을 유도하고 있으니까.

[퀴즈왕]은 크게 전반과 후반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 등장인물의 기본적인 상황 설정과 교통사고로 인해 이들이 경찰서로 끌려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군상극을 전반으로 본다면 후반은 각자 딴마음을 품은 이들이 모두 퀴즈쇼에 출연해 대결을 펼치는 일종의 배틀물로 전개된다. 차 뒷 트렁크에 총에 맞은 채무자를 싣고 다니는 두 명의 해결사, 우울증 치료 모임에 소속된 4명의 우울증 환자들, 3.1절 폭주족으로 끌려온 중국집 배달부, 도박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남편과 그 땜에 욕쟁이가 되어 버린 아내, 전신마비가 된 아내의 병수발로 피폐해진 아버지와 천재 공학도인 아들 등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이 한 여인의 교통사고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엉뚱하면서도 재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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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배틀물로 가기 위한 영화의 장르적 특성 탓이기도 하겠지만 [퀴즈왕]은 장진 감독의 영화중에서도 가장 많은 캐릭터를 쏟아부은 작품에 속한다. 새롭게 합류한 김수로, 한재석을 비롯해 장진 사단의 간판스타 정재영([이끼]에서의 삭발 때문인지 짧은 스포츠컷으로 잠시 등장한다), 임원희, 이한위, 류승룡, 장영남, 이문수, 이상훈, 정규수, 신하균, 심지어 장진 감독 본인 등 지금까지 그의 작품속에 얼굴을 한번이라도 내민 배우들은 거의 다 등장했다해도 무방한데, 이처럼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내러티브보다는 배우들의 개인기와 캐릭터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물론 장진식 코미디의 팬들이라면 이처럼 수많은 개성파 배우들이 뿜어내는 엇박자 유머의 향연에 배꼽을 잡을테지만 반면 내러티브에 중점을 둔 작품을 기대하는 일반 관객이라면 다분히 산만한 영화의 구조에 내심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나름 마지막 회심의 한방을 위한 영화적 장치를 심어놓고 시나리오를 쓴 흔적이 느껴지긴 하나 그 효과는 생각처럼 크지 않다. 전반까지의 진행은 비교적 무리가 없는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이 딸린다는 것도 전형적인 장진표 영화의 단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퀴즈왕]은 기존 장진식 코미디의 반복이자 새로울 것이 없는 영화다. 이것이 장진 감독의 한계라면 한계일 것일테지만 연극적 요소에 각 캐릭터들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무대를 이끄는 그의 연출력은 이번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덧붙여 무표정한 우울증 환자 역으로 등장해 시니컬한 웃음을 선사하는 심은경은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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