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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지 - 감정이입에 실패한 원작만화의 영화화

페니웨이™ 2010. 8. 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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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원작만화 '도박 묵시록 카이지'는 도박에 인생을 담보로 건 한 니트족 젊은이의 몰락과 기사회생의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는 작품이다. 엉성하면서도 뾰족한 코가 특징인 그림체에 울먹거리는 캐릭터들의 표정, 그리고 '술렁'이라는 의성어가 인상적으로 다가온 본 작품은 '데스 노트'나 '라이어 게임' 같이 심리묘사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결국 인기만화들의 수순대로 2007년에는 [역경무뢰 카이지]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 컨버전 되었고, 뒤를 이어 실사판 [카이지]가 제작되기에 이른다. 그간 수없이 많은 원작만화의 영화화가 이루어 졌음에도 큰 각광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카이지]의 경우에는 그 우려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원작의 포인트인 심리묘사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가 가장 큰 관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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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지면을 통해 감정이입을 시도하는 만화의 경우 심리묘사를 나타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독백을 통해서인데, 자세하고 이해하기 쉬운 심리묘사가 가능한 건 문장이 길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만화라는 매체의 특징 덕분이다. 그렇다면 이미 답은 나와 있는 것 아닌가? [카이지]는 원작의 이같은 특장점을 고스란히 반영할 만한 방법이 없다. 주인공의 독백으로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전부를 채울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애당초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극장판 실사화는 무리인 셈이다. 드라마나 연극이라면 또 모를까.

감독은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빌려오는 한편 약간의 설정변화와 더불어 이를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과 더불어 희망없이 살아가는 나약한 젊은이들(니트족)을 훈계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하려 한다. 원작의 재미를 살리지 못할바엔 주제의식이라도 살려보자는 속셈이다. 말은 공평한 경쟁이라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가진자들의 노예와 다름없이 전락하는 약육강식의 승자독식구조의 도박 원리를 자본주의 시스템에 비유한 점은 일견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그러나 [카이지]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와 무소유의 아이러니함을 표현하기에 앞서 절망에 몰린 주인공 이토 카이지의 절박함조차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다. 오히려 만화같은 설정과 이를 실사로 연출하는 것 사이의 괴리감으로 인해 영화의 무게감은 사라져 버렸다. 카이지 역의 후지와라 타츠야는 분명한 미스 캐스팅이다. [데스 노트]의 키라와 [카이지]의 카이지가 동일인물이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여기에 [데스 노트]의 L이었던 마츠야마 켄이치가 죽음의 게임에 동참한 동료로 등장하니 어이구야...


아무리 그래도, [데스 노트]의 주인공과 [카이지]의 주인공이 동일배우라는 건 좀 너무 하지 않나?


원작에 등장한 도박들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어한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너무 과도한 욕심을 부린 탓에 가장 흥미진진했던 가위 바위 보 게임조차 아무런 서스펜스를 제공하지 못함은 심히 유감이다. 차라리 도박의 종류를 한 두가지 정도로 과감히 줄이고 대신 원작의 아슬아슬한 묘미를 보다 잘 표현하는 쪽으로 갔더라면 훨씬 짜임새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일본에서는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해 속편을 기약하고 있다지만 원작의 팬으로서 일본 만화원작의 영화를 접하는 기분은 언제나 허전하기 짝이 없다.

* 관련리뷰: 도박묵시록 카이지 -인생막장에 몰린 도박사의 처절한 심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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