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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이었다. 필자가 잘 알고 지내던 동생부부와 휴가차 놀러가는 길에 어느덧 강원도 한계령을 넘어 그 유명한 강원도 특유의 급경사 커브길이 나타났다. 때는 해가 막 넘어간 늦은 저녁. 운전을 하던 동생녀석이 갑자기 해드라이트를 껐다. 그리고는 외쳤다 "얏호~ 아키나의 고갯길이다!" 아마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되는 한계령의 경사길이 지루하게 운전해오던 녀석의 질주본능을 일깨웠나 보다. 그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필자는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문명의 이기중 인간과 가장 교감이 깊은 것은 아마도 자동차가 아닌가 싶다. 그 유명한 [트랜스포머]에서도 중고차 사장 볼리비아가 이런 말을 하지 않던가. 차를 사는 것은 '사람과 기계의 신비로운 인연'이라고... 자동차는 우리에게 운송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레크리에이션의 도구가 되기도 하며, 심지어 나만의 작은 휴식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야기가 잠시 곁길로 샜지만 서두에 언급한 일화를 이해하는 분이라면 아마도 [이니셜 D]를 접해본 독자라고 생각된다. 이 작품은 1995년부터 연재가 시작되어 1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연재가 진행중인 장수 만화다. 그 동안 [이니셜 D]는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홍콩판 실사영화로까지 만들어지는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나갔다. 도대체 이 작품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 しげの秀一 / 講談社 / プライムデレクション. All rights reserved.


아마도 처음 [이니셜 D]를 접하려고 하는 분들은 작가 시게노 슈이치(しげの秀一)의 촌스런 그림에 심한 거부감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캐릭터 디자인은 여타의 만화들에 비해 비호감이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하고 한 두장을 보다보면 이미 그때는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어떤 레이싱 만화도 주지 못하는 박력과 현장감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니셜 D]의 주된 스토리는 후지와라 두부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 배달업무를 맡고 있는 타쿠미라는 소년의 성장과정에 맞춰져 있다. 그는 새벽녘에 아키나의 언덕길을 따라 신속하게 배달을 마치는 훈련을 중학생때부터 받아왔다. 하지만 타쿠미는 운전 그 자체에 큰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날 스트리트 레이싱에 우연히 참가하면서부터 타쿠미의 내면에 간직되어있던 '질주본능'이 꿈틀거린다. 10년도 더 된 구형인 토요타 AE86를 타고 당당히 레이싱의 세계에 발을 들인 타쿠미는 어느덧 '아키나의 전설'이 되어 밤거리 레이싱의 최강자로 불리게 되고 도내 최고의 레이서들을 모집한 '프로젝트 D'에 참가해 본격적인 레이서의 꿈을 불태운다.

ⓒ しげの秀一 / 講談社 / プライムデレクション. All rights reserved.


이 뻔하디 뻔한 [이니셜 D]의 도식적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매력덩어리의 초인기작이 된 원인은 누가봐도 고물차인 AE86의 성능을 극대화 시키는 타쿠미의 동물적 드라이빙 테크닉과 매순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배틀 레이싱의 묘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가 독자들을 농구코트 한복판에 있는듯한 착각에 빠트리듯이, [이니셜 D]는 독자들은 타쿠미의 운전석 옆좌석에 앉은듯한 짜릿한 속도감과 스릴을 선사한다.

여기에 매순간 한사람의 어른로서 성장해 나가는 타쿠미의 성장드라마도 꽤나 그럴 듯 하며, 해박한 자동차 지식을 꼼꼼히 설명해 주는 작가의 해설또한 [이니셜 D]를 읽어가는 묘미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매력적인건 주인공 타쿠미의 손발이 되어주는 AE86이 아닐까. 오죽하면 필자가 이 작품을 접한뒤 이베이를 통해 AE86을 들여오려고 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실은 배기량 문제로 국내에는 수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ㅠㅠ)

ⓒ しげの秀一 / 講談社 / プライムデレクション.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이니셜 D]가 독자들에게 끼친 영향은 적지 않다. 오로지 드리프트를 하기 위해 수동 자동차를 샀다는 사람도 심심찮게 눈에 띄며, 애니메이션의 유로비트를 차안에서 듣다가 울컥하는 바람에 차사고를 냈다는 묻지마 에피소드도 간간히 들려온다. 그만큼 [이니셜 D]는 나만의 '드리프트 머신'을 소유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일으키는 작품인 것이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 타쿠미역의 성우였던 미키 신이치로는 이 작품에 자극받아 자신도 86을 샀다.

1998년에 첫방송을 시작한 애니메이션 역시 원작을 능가하는 재미를 선사하는데 특히나 내용이 원작에 충실하며 2D의 인물과 3D의 자동차가 이루는 묘한 조합이 유로비트의 강렬한 박자와 어울려 멋진 레이싱을 연출하고 있다. 만화책을 접하기 힘든 분들은 애니메이션을 접해도 큰 차이는 없으리라 본다. 다만 지면으로 전해지는 감동과 움직임을 실제로 표현하는 애니메이션 사이에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을테지만 말이다.

단, 운전대를 잡으면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분할 자신이 없다면 절대 보아서는 안된다. 사고나도 책임질 수 없다!

P.S:

ⓒ Media Asia Films/Avex Inc. All rights reserved.

실사판 [이니셜 D]에 대해선 평가를 유보하고 싶다. 3rd 스테이지까지 타이트한 전개를 보여준 것이나 애니메이션의 레이싱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것 까진 좋았지만 제멋대로의 각색과 캐릭터의 변화는 좀 괴작스런 맛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 [이니셜 D]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しげの秀一 / 講談社 / プライムデレクション.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이니셜 D]의 국내 판권은 ⓒ 학산문화사 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판을 이용합시다.

* 참고 스틸: 이니셜 D (홍콩) ⓒ Media Asia Films/Avex Inc.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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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rac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후후....뭐 그래도 실사판...나름 잘 각색한거 같던데요. 아주 망가트리지는 않....

    2008.07.14 10:48 신고
  2.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명한 그 작품...이군요. 본 적이 없어서... 쩝.
    오락실에서 게임기만 봤습니다. ^^;;
    예전에 아는 여자 애가 제가 운전하는 차 옆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운전도 할 줄 모르는 애가 '타코미터'가 뭔질 알아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이니셜 D에 나온다고 하더군요. 크
    만화든 애니든 언젠가는 보고 싶은데... 점점 더 게을러져서 쉽지 않네요. ^^a
    리뷰 잘 읽었습니다~

    헤드라이트를 해트라이트 치셨군요. 크크
    드리프트를 드래프트라고 하신 곳도 있고요. 흐흣

    2008.07.14 14:54 신고
  3. 아르미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자랑 함께 오락실에 갔다가 능숙하게 드리프트를 시전하며 아키나의 코너를 공략하는 그 아이를 바라보며 안전속도를 유지하다가 순식간에 타임아웃된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2008.07.14 15:25 신고
  4. J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치 드리프터들을 위한 교본같은 책같더군요. 저도 한참을 보면서 흐음~ 이런 기능이 차에 있었구나라는 생각을..쿨럭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

    2008.07.14 15:54 신고
  5. jyudo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상하게 실사판은 기대가 안되네요.

    2008.07.14 18:25 신고
  6. Ri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블로거뉴스에서 괴작열전 보고 들어왔다가 모든 글을 다 읽고 매일 매일 모니터링 하고있습니다. ㅎㅎ;

    두문자D를 작년에 봤는데 만화책으로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애니까지 다 봐버렸습니다.
    영화는 아직 안 봤구요.

    이걸 보고 나서 운전이 너무 하고 싶어져서 차를 사진... 못하고 니드 포 스피드를 시작했습니다?;;

    2008.07.14 18:49 신고
  7. 웬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니메이션 레이싱 장면에서 살짝 어색한 듯한 3d 표현이 첨엔 너무도 낯설었는데, 어느순간 달려랏!! 타쿠미~!! 를 외치고 있었음 -_-;; 흐으

    2008.07.14 20:10 신고
  8. 슈발리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애니메이션판하고 홍콩 실사판만 봤는데
    감정선이나 그런건 아무래도 만화판이 좋겠지만
    애니판은 5.1체널로 즐긴다면 우퍼를 통해 느껴지는
    박력있는 엔진과 타이어 스키드음과 유로비트의
    OST가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죠......
    캐릭터와 2D,3D의 그림체만 적응한다면
    멋진 경험을 할수있는 작품이죠

    2008.07.14 21:48 신고
  9. 러브네슬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이니셜D 지금껏 보고 있는 만화인데 ㅋ
    드라마로도 있었군요..ㅋㅋ
    그런데 괴작스러운 면이 있다니 ;;;
    훗날 페니웨이님의 괴작열전에 등장하는건 아닐지;;ㅋ

    2008.07.14 23:4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괴작열전에 등장시킬 정도는 아니고요.. 레이싱 장면이나 그런건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렸더라구요. 다만 캐릭터 구축이 좀 아쉬운 수준인데.. 그런대로 볼만합니다^^

      2008.07.15 09:26 신고
  10. ludensk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윽... 차에선 유로비트는 금지곡...;;;
    전 친구랑 실사판을 영화관에서 봤었는데...음...OTL

    2008.07.16 23:01 신고
  11. 카르사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만화책이랑 애니메이션은 괜찮았지만.. 극장판이랄까.. 실사판이랄까..;;
    그쪽은 거의 최악이더군요.;

    2008.07.22 14:15 신고
  12. 아르도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콩실사판..주걸륜은 맘에 안들었지만 영화는 나름 재밌었어요ㅋㅋ

    2008.08.01 14:15 신고
  13. G-old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가 실사판에대해 이런말을 했었죠
    "머리속을 한번 리셋하고 보시면 됩니다" 라고요.

    2008.09.09 21:55 신고
  14. crem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 글들 종종 읽고 있습니다^^
    BGM이 확실히 과속을 조장해서, 당시에 어떤 레이싱 게임을 잡아도 이니셜D 음악을 틀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게 있다면, '동경버스가이드'(제목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한지..)라는 게임은 시내버스 운전수로서 과속이 절대 금물이었는데, BGM이 바뀌니..^^

    아울러 저작권 표시에 오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분 성함이 '슈'까지만 적혀 있고 '이치'는 빠졌네요.

    2009.03.05 04:26 신고
  15. 낙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86 트레노 국내에 등록되있는것으로는 두대가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산 덕이동에 차를 수리하러갔었는데 두대가 튜닝인지 수리인지는 모르지만 서있더군요
    "오~ 이니셜 D" 라고 하자 수리하시는 분이 국내에 두대등록되어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차안도 생각보다 크더군요 길고 하지만 안사신게 다행입니다
    지금끌고 다니시기에는 극강의 촌티가...

    2009.03.26 18:17 신고
  16. speed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문자D와 함께 '완간 미드나잇'(국내 발간 제목은 '논스톱 죽어도 좋아')이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두문자가 고갯길과 약간 과장된 주인공의 능력을 위주의 성장드라마라면... 완간 미드나잇은 고속도로에서의 시속 300km 오버를 주제로 한 만화네요.. 물론 두 만화 다 주인공은 고딩으로 설정되어 있지만요..
    두문자가 서킷에서의 절제된 주행, 타임어택이라면 완간은 고속도로에서 무한급 속도 경쟁과 튜닝 측면을 많이 부각시킨 특징이 있네요..두만화에서 등장하는 차량과 튜닝셋팅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2009.03.31 16: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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