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웨이™의 궁시렁

욕실 인테리어 업체 찾다가 현타 온 이야기

페니웨이™ 2024. 10. 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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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특정 직업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로 쓰여진 글이 아님. 혹시라도 불편하시면 가볍게 뒤로 가기를 누르시길.

바쁜 나날이지만 요즘 강려크하게 느낀 바가 있어서 몇 자 끄적여 본다. 내 평생 집안 인테리어라고는 돈 주고 해본 적이 없이 살아왔다. 어차피 잠시 머물다 떠나는 집 무얼 그리 정성스레 치장할까 하는 생각으로 세월을 보냈는데, 앞으로 들어갈 집은 아이도 중요한 시기를 오래 보내야 할 곳이기도 하고 이만하면 좀 할 때도 되었지 싶어서 일단 욕실이라도 인테리어 공사를 해볼까 싶었다.

그렇게 쓸만한 업체를 찾아 헤맨지 어언 두 달 째…. 결론부터 말하자면 못 찾았다. 내가 딱히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운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무조건 견적이 싼 업체를 원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제대로 된" 업체를 원했지만 결국 못 찾았다는 의미다.

인테리어 업계 전반의 생리인 것인지, 아님 욕실관련 업체들이 원래 그런 것인지 그건 모르겠다. 다만 이놈의 거 정말 쓸만한 업체 하나 잡기가 정말 힘들다는 건 틀림없다. 일단 그 이유를 나열하자면…

1.내가 컨택한 욕실 인테리어 업체가 못해도 20~30군데는 된다. 그런데 “제대로” 된 “견적서”를 보낸 업체는 달랑 두 군데다. 이건 좀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게… 못 잡아도 견적이 대략 몇 백만원은 된다. 그냥 몇 십 만원으로 끝나는 공사가 아니다. 최소 몇 백이다. 이만한 돈을 지출해야 하는 마당에 제대로 된 견적서 (세부내역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어떤 명목으로 얼마쯤 들어가는지 그 이유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도 하나 없이 대략 어림 잡아서 얼마쯤 들어가니 할지 말지를 결정하란다. 이게 말이 되나? (그 중에는 막상 공사를 진행하려고 하니 기존에 부른 금액에 진입비인지 뭔지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명목으로 추가금을 갖다 붙이는 업체도 있었다)


게다가 견적의 범위는 각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300에서 많게는 1000까지 부르는 업체도 봤다. 이 정도면 뭘 기준으로 그런 견적이 나오는지를 소비자 입장에선 고려해 봐야 마땅하다. 용가리 통뼈도 아니고 대충 감으로 나를 선택해 달라니 이게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작은 물품 하나를 구입하려고 해도 업체별 견적을 확인하고 기안을 올려야 결재가 떨어지는 마당에 너무 날로 먹으려 하는 느낌이 든달까... 적어도 이런 면에서는 이삿짐센터가 훨씬 더 상식적이라고 본다. 


2.거창한 직업의식이나 사명감을 바라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자기가 벌어 먹는 직업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나 신뢰라는게 있지 않나. 내가 너무 어이없었던 것 중에 하나는 그냥 잠수를 탄다는 것이다. 위에서 내가 20~30군데 업체를 컨택했다고 했는데, 그중 절반 정도는 실측 후에 콜백 하나 없이 그냥 잠수탄 업체들이다. 무슨 이유라도 좋다. 뭔가 소비자가 요청을 했으면 그에 대한 피드백은 줘야 하지 않나 싶다. 아, 물론 돈 한푼 안받고 자기 기름값과 시간들여서 실사 점검을 해주는 건 나도 참 미안하더라. 그래서 더더욱 업체측의 일방적인 잠수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적어도 내가 발품을 그렇게 팔았으면 한 건의 오더라도 따려고 노력하는게 일반적인 상식이 아닌가? 


3.내가 느낀 바로는 내가 요청한 인테리어가 딱히 남는 건 없고, 신경은 쓰이는 그런 일이라서 업체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가 아닌가 싶다. 내가 경험했던 업체는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돈은 안되고 귀찮기만 할 것 같으니 아예 잠수를 타는 방식인 것이고, 또 하나는 못 먹을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가격을 올려쳐서는 (물론 제대로 된 견적서는 주지도 않고) 할지 말지 고르라는 배짱인 것이다.  사실 맘에 드는 업체를 딱 하나 찾긴 했는데 (이 업체는 실측 당일 제대로 된 견적서를 보냈고, 금액도 내가 예상했던 합리적인 범위에서 딱 떨어지는 금액이었다), 불행인지 담당자가 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인증샷까지 보내더라) 계약이 성사되진 않았다. 


결국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욕실 인테리어는 포기했다. 이 상태로 다른 업체를 알아보기엔 지난 두 달간 갈려나간 멘탈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도 이 지경인데 막상 공사를 시작하면 시작될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일찌감치 이건 아니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이래서 인테리어는 아는 곳에서 하라는 말이 나오는구나 싶기도... 물론 위에서 언급한 업체들보다는 양심적이고 성실한 업자들이 더 많을 거라고 믿고싶다. 우연히 내가 알아본 20~30군데의 업체가 우연히도 모두 그저 그런 업체였거니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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