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웨이™의 궁시렁
2012.3.26. 잡담
페니웨이™
2012. 3. 2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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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어제 어떤 애독자께서 댓글을 달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요즘 왜 스마트폰 마케팅을 하는지 모르겠다. 변한거냐. 그럼 난 구독을 중지하겠다. 뭐 이런 내용이었지요. 이해합니다. 상대적으로 요즘 영화 리뷰도 적은데, 최근 두 제품의 리뷰 포스팅이 단기간에 겹쳐서 발행된 탓에 색안경을 쓰고 바라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변명을 좀 하자면, 제가 스마트폰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한건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몇년전 그 악명높은 '옴니아'때도 참여했구요, 그렇다고 덮어놓고 옴니아를 찬양하는 글을 올리지도 않았습니다. 그 때는 영화 리뷰 포스팅 빈도수가 거의 매일 한건 이상이었기에 그리 티가 나지 않았을 거고, 또 블로거 마케팅이 언론의 집중 화살을 맞기 전이라 거부감도 덜했을 겁니다.
사실 영화와는 별개로 가끔 제품 체험단에 참여하는 이유는 글쓰기에 있어서 가끔씩 곁길로 나가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른 쪽의 글쓰기를 해보고 싶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굳이 돈때문이냐고 묻는다면 딱 절반 정도만 그렇다고 하겠는데, 체험단으로 발생되는 수익대비 시간의 효율면을 따진다면 저는 차라리 그 시간에 제 생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 편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판단합니다. 언론에서 일부 왜곡된 보도를 통해 언급한 수억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극소수의 블로거들과는 달리 실제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사례는 제가 아는 한 불가능합니다. 어디까지나 체험단은 저에게 있어 '재미'에 좀 더 가깝다는 뜻입니다.
아마 저처럼 직장인으로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이 부면에 있어 대단히 계산적일 수 밖에 없을거라 봅니다. 믿으실지는 모르겠으나 저의 경우 클라이언트가 마케팅을 제안했을때 제 쪽에서 거절하는 빈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단지 금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인지, 혹은 흥미를 가지고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나서 결정을 해야지 무조건 돈주면 다 한다... 이건 아니라는 거죠.
결론적으로 블로그의 방향성이 변했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별로 수긍하기 힙듭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블로그의 테마인 영화관련 포스팅의 빈도수가 최근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기꺼이 인정합니다. 이 점은 구독자나 방문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좀 더 균형을 잡도록 해야 할 과제이지요.
2.그럼 요즘 왜 영화리뷰가 줄었는가에 대해서 조금 이유를 더 말씀드리죠. 온라인 상의 소수의 지인들은 아실테고, 아주 희미하게나마 암시를 남기긴 했습니다만 최근 제가 인륜지대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저는 토요일까지 근무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아주 미칠정도로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글을 써대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천사같은 여친님이 잘 이해해줘서 결혼준비에 올인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블로그에 글질이나 하고 있다고 핀잔을 주진 않습니다.
영화 리뷰가 다른 글쓰기보다 불리한 점은 글 하나를 쓰기 위해 영화 한편을 감상하는 2시간 정도를 기본적으로 소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단지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적고 다듬고, 필요에 따라서는 조사해야 할 자료들도 많습니다. 레이아웃을 위해 포토샵 작업까지 하다보면 포스팅당 소요되는 시간이 4,5시간을 훌쩍 넘어가지요. 만만찮은 작업입니다.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 속에서는 '바쁘면 글은 안나온다'가 정답입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최근에 제가 적은 영화글들은 제가 적어 놓고도 맘에 안드는 글들이 태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두 건의 체험단 일정이 겹쳐버렸습니다. -_-;; 이건 제가 좀 판단을 잘못한 측면도 있고 미리 예측을 못한 부면도 있는데, 말하자면 길고... 다시 말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 속에서 쓸 수 있는 글의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미 저질러 놓은걸 우선순위대로 처리하다보니 영화리뷰가 뒤로 밀려버리더군요. 도저히 극장에 갈 시간이 안납니다. 아마 예약발행으로 리뷰가 나갈테지만 [타이타닉 3D] 시사회때는 차끊겨서 집에 못들어 가는 줄 알았습니다. ㅜㅜ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지만 블로그 오른쪽 사이드바의 [타이타닉] 배너로 말씀드리자면 저거 하나 단다고 해서 들어오는 금전적 이득은 0입니다. 그냥 조금 아는 홍보대행사 직원의 요청에 의해 달았습니다.)
3.이렇게 바쁜 가운데 또 하나, 출판원고의 마감일이 3월 31일까지입니다. 계약서 상으로는 이 때까지 완성된 원고를 제출하지 않으면 큰일납니다. -_-;;; 다행이 작년말 경에 이미 폭풍집필로 원고를 어느 정도 완성했고, 이후로는 첨삭과 편집을 오가면서 원고를 수정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제 이름으로 내는 저서로는 첫 책인지라 공을 들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루에도 원고를 두 세번씩 반복해서 읽어보고 표현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을 들였는데 책이 안팔리면 글이고 뭐고 다 접을랍니다. 우허허허...
뭐 여기까지가 제 현재 상황입니다. 능력은 부족한데 벌여놓은 일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블로그 운영이 조금 소극적이 되어버린 거 같네요. 어찌보면 푸념일수도 있겠고, 그렇습니다만 어쨌거나 저도 그냥 한 명의 블로거일 뿐입니다. 하루하루 먹고사는게 힘든 바쁜 직장인이자 이제는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할 가장이 될겁니다.
결혼 후에는 더 바쁠테니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글을 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실생활의 압박으로 사라져간 수많은 영화블로거들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랄 뿐이죠. 지금까지 애독해주고 답글을 틈틈히 달아주시는 분들께 대한 제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 마음이 원동력이 되어 현재의 글쓰기를 하는데 상당부분 동기부여가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한 동기마저 사라지는 순간 아마 이 블로그는 상업블로그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폐쇄하는 수순이 되지 않을까 하는게 지금의 심정이네요.
실제로 제가 아는 한 영화블로거는 출발은 영화블로거로 시작해 중도에 생활, 여행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분도 계십니다. 비록 좋은 영화블로거를 잃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렇다고 그분을 비난하고 싶진 않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분야,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찾았다면 그걸로도 좋은거고 다행인 겁니다. 물론 저는 다른 분야로 방향을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쓰다보니 내용이 두서없이 길어졌습니다만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블로그의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신 한 애독자의 애정어린 충고 때문이었고, 그에 대한 제 심정을 조금 적어 봤습니다. 5년 넘게 블로그를 운영해 본 입장에서 가끔씩은 곁길로 빠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전문성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글을 쓰고싶다는 의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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