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컨테이젼 - 감염, 궁극의 공포
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2011년에 감상했던 영화 중 가장 무서웠던 영화를 꼽으라면 필자는 단연 [컨테이젼]을 선택하겠다. 다소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과장된 공포가 화면을 가득 메우는 어떠한 호러영화보다도 [컨테이젼]이 주는 공포감은 지독하게 현실적이며, 생생하기에 더욱 무섭다.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의 재난영화버전인가 싶을 정도로 호화캐스팅이 돋보였던 영화임에도 스타들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건 이 영화의 초점이 인물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져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바이러스의 감염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고 또 얼마나 빨리 확산되는지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단순한 수치로써가 아니라 관객이 체감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미지의 바이러스에 노출된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당황하기 시작하면서 사회구조의 취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고 급기야 문명인으로서 살아가는 방식이 무너져 미개인과 다를 바 없는 환경으로 돌변한다는 일련의 과정은 사람들이 합의한 암묵적 룰에 전적으로 의지해 살아가는 이런 사회에서 실질적인 안전지대는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만든다.
ⓒ Warner Bros. Pictures, Participant Media, Imagenation Abu Dhabi FZ . All rights reserved.
따라서 [컨테이젼]의 방향은 감염을 소재로 다룬 [아웃브레이크]나 [28일 후] 혹은 [레지던트 이블]과 같은 헐리우드 상업영화와는 전혀 다른 지점으로 향해 있다. 외견상 재난 블록버스터의 느낌으로 다가서긴 하지만 실상은 다큐멘터리와 같은 성격의 계몽영화라는 점에서 영화는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이 작품에 대해 관객들이 느꼈던 불만은 일반적인 상업영화가 주는 기본적인 재미가 실종된 무미건조한 다큐멘터리에 헐리우드 스타들을 대거 출연시키는 페인트 모션을 취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오히려 초호화 캐스팅 작품의 경우 (이 영화에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무려 3명이나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윈슬렛, 마리온 꼬띠아르- 출연한다!) 대개 구성이 산만해지기 쉽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각 스타들의 비중을 고루 분배해 각자의 캐릭터를 무난하게 이끌어 낸 스티븐 소더버그의 연출력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첫 화면부터 등장해 마지막까지 존재감을 남기는 기네스 펠트로나 상실의 공허함과 부성애를 잘 표현한 맷 데이먼, 인류애의 모범을 보여주는 케이트 윈슬렛 등 등장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배우들의 열연에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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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바이러스의 감염과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다룬 것 외에도 인터넷 시대의 개인미디어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의 대응방식, 개인의 작은 몸동작 하나까지 기록되는 CCTV, 고립된 환경에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아이폰 등 현 세태를 반영하는 비판과 풍자의 소소한 디테일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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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은 국내 개봉당시 (아이맥스를 제외하고는) 화질문제로 적잖은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지만 본 블루레이에서는 그러한 문제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레드원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디지털 소스를 MPEG-4 AVC 코덱으로 트랜스퍼한 영상은 샤프니스나 선명도에 있어서 매우 만족스런 화면을 제공한다. 이렇다 할 비주얼 임팩트가 두드러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색감이 안정되어 있으며 암부화면에서의 콘트라스트나 디테일한 표현력(로렌스 피쉬번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아오… 부담스럽다 -_-;;)에서도 만점을 줄만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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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5.1의 스펙을 가진 사운드에 있어서도 딱히 흠잡을 구석이 없다. 여타의 액션영화나 블록버스터와 같이 사운드 효과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시종일관 건조한 분위기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클리프 마르티네즈의 사운드트랙이 일품이다. 각 채널간의 밸런스도 안정적이며, 센터 스피커의 대사 전달도 명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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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소더버그가 바빴던 탓인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서플먼트가 부실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본 블루레이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부가영상이 실려 있으며 각 영상에는 한글자막이 지원된다.
▷The Reality of Contagion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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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3장으로 구성된 부가영상. 바이러스에 대한 학술적인 지식, 현재 인류가 처한 보건상의 위협에 대한 실질적인 충고와 조언 및 대비책에 대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해설해준다. 더불어 질병에 대비하는 정부부서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추적하는지 실무적인 내용도 들려준다. 이 영상을 보고 나면 영화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과학자들이 얼마나 힘든 일을 하고 있는지 느끼게 될 듯.
▷The Contagion Detectives (04:57) ⓒ Warner Bros. Pictures, Participant Media, Imagenation Abu Dhabi FZ . All rights reserved.
실제 상황을 널리 알리는 것에 충실했던 영화에 대한 설명. 배우들과 영화에 자문으로 참여했던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컨테이젼]의 리얼리티에 관해 증언한다. 특히 케이트 윈슬렛의 이야기가 인상적인데 영화에서 역학조사관의 역할을 맡았던 그녀는 실제 종사자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어떠한지, 심지어 월급은 얼마를 받는지 하는 내용까지 조사했다고 한다.
▷Contagion: How A Virus Changes The World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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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창궐과정과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공익광고 스타일의 짧은 영상물.
관객의 기대치가 제각각이기에 [컨테이젼]에 대한 만족도는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목표한 바대로 잘 만든 수작이다. 비주얼적인 화려함이나 드라마적인 요소는 다소 부족하지만,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영화의 몰입도는 근래 보아온 작품들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만큼 탁월하다. 결론은 추천작. 'Day-2'로 시작해 'Day-1'으로 끝맺는 영화의 극적인 결말에 아! 하는 작은 탄성을 지르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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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컨테이젼 -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기네스 팰트로 외 출연/워너브라더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