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열전(續篇列傳) : 인돌전쟁 이워크 - 조지 루카스는 좋은 이야기꾼인가?
속편열전(續篇列傳) No.17
※ 전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시려면 이곳에서 리뷰를 읽고 오세요.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한가지 흥미로운 풍경이 연출되었는데요, 바로 마틴 스콜세지에게 감독상을 수여하기 위해 스필버그와 코폴라, 그리고 루카스가 단상에 올라왔었지요. 여기서 이들의 대화를 들어봅시다.
코폴라: 우리 세 사람이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수상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경험인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스필버그: 네, 그건 정말 제가 받은 최고의 영예였습니다.
루카스: 헤이, 이봐들. 난 한번도 아카데미상을 받은 적이 없는데?
스필버그: .....그럼, 님하는 왜 여기 있는거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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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도 정말 배꼽빠지게 웃었던 순간이었습니다만 사실 그는 프랜시스 F. 코폴라와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등과 함께 1970년대를 대표하는 '무비브랫 (영화악동)'의 한 사람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들 중 세명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가져간 전력을 자랑하는 헐리우드의 거장급 감독으로 성장한 반면, 유일하게 조지 루카스만 그렇지 못했지요. 그는 [스타워즈]라는 SF의 기념비적인 걸작을 만든 이후 연출직에서 손을 떼게 되는데, 그런 그가 22년만에 감독으로 복귀한 작품이 바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입니다. 수많은 매니아들의 기대속에 만들어진 [스타워즈] 프리퀄은 그리 좋은 스토리 텔링을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의외인 것은 조지 루카스의 경우 자신이 감독한 작품들의 스토리를 직접 집필하는 각본가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코폴라나 스필버그, 스콜세지와는 조금 다른 성향을 지녔다는 사실입니다. 즉, 그는 감독 이전에 '스토리 작가'이기도 한 셈이지요. 제작자로 참여한 [레이더스]나 [윌로우] 같은 작품도 모두 그가 스토리를 담당했던 영화입니다. 과연 조지 루카스는 좋은 이야기꾼인가?... 이 문제에 관한 답을 내놓는다는 건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지난번 괴작열전에서 소개한 작품인 [이워크의 모험]의 경우도 조지 루카스가 제작은 물론 직접 스토리를 관여한 영화입니다. 비록 TV시리즈물이라는 한계 때문에 그리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었지만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영화이지요. 더욱이 이 작품이 이듬해 속편인 [인돌 전쟁 이워크](원제는 [이웍스: 엔도전쟁]입니다만 국내 출시당시 번역을 그렇게 해놓아서 부득이 따라갑니다 -_-)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보는데요, 오늘 소개할 속편열전의 주인공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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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이워크의 모험]의 성공 이후, ABC 방송국과 루카스필름은 속편 제작을 위한 발빠른 작업을 시도합니다. ABC 방송국은 또한 [스타워즈]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이웍스 Ewoks]와 [드로이즈 Droids]의 판권도 미리 확보해 놓는데, 이는 모두가 [스타워즈] 3부작의 열기가 식기전에 대중의 관심을 계속 붙들어놓기 위한 목적이었지요. 여기에는 조지 루카스의 약삭빠른 상업적 계산이 바탕에 깔려있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인돌전쟁 이워크]에서 조지 루카스는 초기제작과 스토리 작업 및 편집 전반에 깊숙히 참여하게 됩니다. 감독으로는 짐 위트-켄 위트 형제가 고용되었는데, 이 두 사람은 훗날 [새 2]와 [플라이 2] 같은 망작들의 각본을 썼다가 데이빗 토히 감독의 [에이리언 2020]의 각본을 맡아 뜻밖의 성과를 보여주기도 한 인물들입니다.
조지 루카스가 스토리를 담당하긴 했습니다만 사실상 그는 스토리의 가이드 라인을 제공해 주었다고 보는게 더 타당할 겁니다. 사실 그는 자신이 일주일전 딸아이가 [하이디]를 보고 너무 좋아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 제작회의 때 위트 형제에게 비슷한 컨셉으로 진행시킬 것을 지시하는데요, 전편의 히로인인 신델(오브리 밀러 분)을 하이디처럼 만들기 위해 그녀가 고아가 되어 버리는 설정으로 가게 되지요. 따라서 전편에서 그 개고생을 하고 살려낸 신델의 부모는 물론, 오빠까지 죽어나가는 어이없는 학살극이 영화 초반부터 펼쳐집니다. 바야흐로 '학살의 루카스'가 탄생하는 순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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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돌전쟁 이워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편으로부터 수개월이 흐른 시점. 이제는 고장난 우주선도 다 고치고 신델의 가족은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서두릅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약탈자들([스타워즈]의 세계관에 의하면 산야싸 Sanyassa 행성에서 불시착한 이민족)의 침입으로 이워크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신델의 부모와 오빠는 모두 살해당합니다. 약탈자들의 우두머리는 테락인데, 그는 우주를 지배할 강력한 힘의 원천을 찾던 중 신델네 가족이 타고갈 우주선의 추진 배터리가 그러한 에너지원인줄로 알고 이 난동을 부린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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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자들에게 잡혀 이송되던 신델과 이워크족인 위켓은 탈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들은 정처없이 떠돌다 행성의 발빠른 원숭이족 틱을 만나게 되고 틱의 주인인 정체불명의 노인 노아(윌포드 브림리 분)의 신세를 지게 됩니다. 노아는 원래 조종사였는데, 그의 친구인 살락과 함께 이 행성에 불시착했다가 살락은 실종되고, 우주선 이륙에 필요한 동력이 없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만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날 신델은 테락의 오른팔인 채랄에 의해 납치되고, 이제 노아는 위켓과 틱의 도움을 받아 신델을 구출하러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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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스토리에서도 알 수 있듯 [인돌전쟁 이워크]는 거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인 [스타워즈]와는 달리 소규모 예산의 TV영화에 걸맞은 형태를 띈 판타지물로서 장르적 베이스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작인 [이워크의 모험]이 가족모험영화의 내러티브에 충실했다면 이번 작품은 한 소녀의 홀로서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루카스가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SF버전을 지시했으니 그랬겠지만 정말로 고아소녀가 완고하지만 마음씨는 따뜻한 할아버지와 함께 역경을 극복한다는 스토리는 영락없는 [하이디]를 연상시킵니다.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나쁜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성장극으로서의 내러티브는 많이 부실한 편입니다.
한편 영화에는 제법 쟁쟁한 스탭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먼저 전편에 이어 조 존스턴이 이번 작품에서도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참여했는데, 덕분에 전체적인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미술적인 부면은 굉장히 뛰어납니다. 또한 [재즈싱어]의 촬영감독 이지도르 맨코프스키가 촬영을 맡았고, 여기에 피터 번스타인이 다시 음악을 맡아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위켓의 테마'를 훌륭하게 변주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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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인디아나 존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루카스필름 제작 TV시리즈물이 그러하듯, [인돌전쟁 이워크]는 여러모로 ILM의 기술 테스트 및 시나리오 검증의 실험적 성향을 띄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 작품은 스톱모션을 온전히 이용한 ILM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데,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업계는 스톱모션보다 한발 앞선 고 모션 go motion 테크닉으로 점차 옮겨가는 추세였습니다. 다만 [인돌전쟁 이워크]에 책정된 예산이 충분치 않아 특수효과팀은 부득이 스톱모션을 이용해야 했지요. 반면 이 작품은 떠오르는 신기술인 매트 페인팅 matte painting 기법을 적용해 가상의 세계를 싼값에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받아 전작에 이어 에미상 특수효과부문을 수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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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돌전쟁 이워크]의 제작당시 제작진은 [이워크 3]라고 명명된 시리즈 3편의 제작까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결국 3편은 어떤 형태로도 나오지 못한채 2편으로 마무리되고 맙니다. 따라서 기존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동화적 판타지의 느낌이 강한 [이워크의 모험]과 [인돌전쟁 이워크]의 존재는 팬들 사이에서도 대단히 희귀하면서 이질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요.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 봅시다. 조지 루카스가 좋은 이야기꾼인가에 대한 대답은 지금 상황에서 다분히 부정적일 수 밖엔 없을거 같습니다. 그가 [스타워즈]라는 훌륭한 세계관을 창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에 그가 보여준 작가적 취향은 대부분 아동취향적인 작품들에 치우쳐 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스타워즈 Ep.3 시스의 복수]로 간신히 [스타워즈]를 원래 궤도에 올려놓긴 했습니다만 [스타워즈]가 지닌 그 방대한 서사적 매력을 그 정도로 밖에 풀어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워크] 연작 역시 루카스가 참여한 유일한 [스타워즈]의 스핀오프 영화로서 그런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말이죠.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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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중견배우인 윌포드 브림리(한국에는 TV물 [할아버지 멋쟁이]로 더 잘 알려진)는 위트 형제과 모종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듯 합니다. 결국 브림리의 촬영분은 조 존스턴이 대신 감독하게 되었습니다.
3.영화가 워낙 생각없이 끼워놓은 작품이다 보니 한가지 논리적인 오류가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이워크의 모험]과 [인돌전쟁 이워크]를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 사이에 위치하는 연대설정으로 공인하고 있는데, [인돌전쟁 이워크]에서 위켓은 영어를 비교적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허나 이후 벌어지는 이벤트인 [제다이의 귀환]에서 레아 공주를 만났을 때는 다시 바보 곰탱이로 돌아가 버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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