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가디언의 전설 - 값비싼 어린이 전래동화
유혈 낭자한 R등급 그래픽 노블 무비 [300]과 [왓치맨]으로 확실한 비주얼리스트의 자리를 거머쥔 잭 스나이더 감독이 [가디언의 전설]을 연출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S.W.A.T]의 감독직을 맡았을 때도 표현상의 수위조절 문제로 제작사와 갈등을 빚어 하차했을 정도로 잭 스나이더의 영화는 모름지기 성인취향의 오락영화를 추구했건만 그런 그가 PG-13도 아닌 PG등급의 아동영화를 만들겠다니 무슨 바람이 불어 이런 결정을 내렸나 그 속셈이 더 궁금하기까지 했다.
캐스린 래스키의 원작소설인 '가훌의 가디언'은 장장 15권으로 이루어진 아동용 소설로서 인간이 아닌 올빼미들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서사극이다. 순수 혈통을 주장하며 세상을 바꾸려는 악의 무리와 가훌의 나무가 있는 은신처에 살고 있는 전설속 가디언들과의 대결을 다룬 이 작품은 인간역사의 여러 전쟁사들을 패러디해 가상의 세계관을 비교적 튼실히 구축한 아동문학으로 인정받아 정식 시리즈 외에도 외전격인 스핀오프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할 만큼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 Warner Bros. All Right Reserved.
잭 스나이더는 원작소설의 첫 3권 분량을 영상으로 옮기고 있는데, 이 점에 있어서 [가디언의 전설]은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큰 차별점을 지닌다. [300]이나 [왓치맨]이 원작을 거의 그대로 충실하게 각색해 스크린으로 가져온 반면 [가디언의 전설]은 축약의 헛점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다는 말이다. 물론 스나이더가 뛰어난 스토리 텔러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잭 스나이더는 자신의 재능을 너무 과신한 듯하다. 그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그래픽 노블의 각색과 전체가 텍스트로 이루어진 소설의 각색은 당연히 축약의 분량에 있어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일례로 원작의 가장 뛰어난 부면 중 하나인 올빼미의 습성과 생태에 대한 디테일적인 묘사가 영화에서는 모조리 잘려나갔다. 그리고 만약 스나이더가 이 작품을 [반지의 제왕]같은 시리즈물로 기획한 것이었다면 캐릭터 구축에 보다 많은 부분을 할애했어야 했다. 충분치 않은 캐릭터의 성격묘사와 더불어 전체적인 내러티브의 수준도 그리 높지 않다. 다소 직선적이고 권선징악의 전형적 플롯을 갖춘 스토리는 분명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반에 어둡게 깔아놓은 무게감과 기묘한 언밸런스를 이루며 가족영화치고는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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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화의 비주얼적인 측면은 여전히 잭 스나이더 감독의 실력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유효함을 보여주는데, 오우삼 감독의 영화를 보듯 슬로우 모션과 과잉된 액션의 조화는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3D 효과를 분명히 드러내는 초반부 활강장면이나 극사실주의적인 올빼미들의 CGI는 영화의 기술적 발전이 얼마나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실감케 한다. 확실히 가상공간을 실제처럼 보이게 만드는 잭 스나이더의 솜씨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디언의 전설]은 그 뛰어난 시각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기술력이 영화에서 그렇게까지 큰 상승효과를 만들지 못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어 '미완의 귀재' 잭 스나이더에 대한 평가를 유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작품은 [서커 펀치]의 다음 작품인 [슈퍼맨: 맨 오브 스틸]이 되리라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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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없다. 적어도 AV퀄리티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하다". 먼저 [가디언의 전설] 블루레이의 비주얼은 교과서적인 디지털 소스의 기준을 보여준다. CGI로 구축된 캐릭터들의 사실적인 움직임과 깃털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생생한 표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이나믹한 움직임이나 빠른 장면 전환에 있어서 어떠한 잔상이나 노이즈도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극장에서 3D 때문에 간과되었던 장면들도 더러 발견할 수 있어 영화의 디테일한 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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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사운드 역시 비주얼만큼이나 대만족이다. 올빼미들의 날개짓이나 천둥소리, 그 밖의 각종 동물들이 내는 세세한 사운드의 표현은 가히 경탄스럽다. 각 캐릭터의 대사도 명료하게 들리며, 각 채널간의 분리도 역시 뛰어나다. 또한 요즘 출시되는 타이틀로서는 드물게 완벽한 한국어 더빙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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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가영상에는 한글자막이 지원된다.
• True Guardians of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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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빼미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들에 대해 알려주는 일종의 자연 다큐멘터리. [가디언의 전설] 제작자들이 정보 수집을 위해 찾아간 관계자들과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으며 각 올빼미 종들의 생태에 대한 유익한 해설이 곁들여져 있다.
• Maximum Kid Mode: Explore The World of Ga'ho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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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형식의 코멘터리 겸 메이킹 영상. 영화 본편을 보면서 우측 하단의 팝업창에 잭 스나이더 감독을 비롯한 스탭, 성우들이 출연해 영화의 제작과정이나 장면 해설 및 비하인드 스토리 등 상당한 분량의 관련 정보를 해설한다. 중간 중간에 아이들을 위한 퀴즈 화면도 등장하는 등 이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훌륭한 인터랙티브 무비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 Legend of the Guardians: Armor up with Soren & Eglan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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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인형 옷입히기 종류의 엔터테인먼트 메뉴
• Match the Owl Tre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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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그림 찾기 류의 게임. 나뭇잎으로 가려진 사물을 시간안에 한쌍씩 짝지어야 한다.
• Legend of The Guardians: Rise of The Guardi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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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중에서 메탈비크의 군대와 가훌의 가디언들이 최후의 일전을 벌인 얼음 발톱 전쟁에 대한 부분만을 발췌한 영상.
• Looney Tunes Fur of Fl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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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전 상영되는 루니튠즈 단편 3D 애니메이션. 짧지만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재미를 선사한다.
• Artwork Gall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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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The Sky" music video by Owl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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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전반적으로 평이하긴 하나 [가디언의 전설]에서는 제법 괜찮은 주제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영웅신화의 미화와 본질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꽤나 흥미로우며 차라리 이런 측면을 부각시켜 영화의 방향성을 한곳으로 집중했더라면 원작의 재해석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는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결과만을 놓고 볼때 [가디언의 전설]은 분명히 시각적 쾌감을 전달하는데 주력하는 작품이다. 특히 [가디언의 전설] 블루레이는 흠잡을데 없이 완벽한 비디오/오디오 퀄리티를 선보이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작품 자체는 값비싼 전래동화가 되고 말았지만 잭 스나이더가 애니메이션이라는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발휘하는지 확인하고자 한다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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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가디언의 전설 - 잭 스나이더 감독, 짐 스터게스 외 목소리/워너브라더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