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 토크: [카모메 식당], 당신의 인사는 얼마나 훌륭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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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의 마지막 장면에서 세 여인은 서로의 인사에 대해 품평한다. 마사코의 인사는 너무 정중한 반면 미도리의 인사는 너무 투박하다는 식의 우스개 소리가 오가다가 카모메 식당의 주인 사치에의 인사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입을 모은다. '당신의 인사는 정말 훌륭해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나 인사하는 법을 모르고 사는 듯 하다. 길가다 실수로 부딪쳐도 예전에는 미안하다고 말하는게 기본이었건만 요즘은 제 갈길만 가기 바쁜 것이 애나 어른이나 못배워먹은건 마찬가지다. 누군가 길을 물어볼때도 바쁜 시간내줘서 성심성의껏 알려줬건만 고맙다는 말없이 휑하니 가 버리니 이젠 누가 길을 물어봐도 그냥 모른다고 하는게 차라리 기분 안상하고 속편하다.
10년째 같은 직장을 다니면서 수많은 직원들이 들어오고 나갔지만 요즘처럼 인사성 없는 사원들 보는 것도 처음이다. 기분좋게 출근했다가도 멍하니 모니터만 들여다보며 실장이 출근을 했는지 마는지 관심없다는 식으로 앉아있다가 열살 넘게 나이많은 내가 인사하면 그제서야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예의범절 따윈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린 데스크의 막내 여직원을 보면 어떻게 생겨먹은 부모가 가정교육을 시켰는지 면전에서 대놓고 물어보고 싶을 따름이다.
매스컴에서 맛집이라고 소개한 식당엘 찾아가 30분이상 줄서서 기다린 후에 시킨 음식을 먹고 있으려니, 자리에서 빨리 안일어선다고 눈치주다가 계산할 때도 감사하다는 인사 한마디 안하는 음식점 주인을 보노라면 내 돈주고 손님 대접은 못받을 망정, 눈치밥 얻어 먹으려고 줄까지 서가며 밥사먹는 미친짓을 했구나하는 자괴감이 몰려온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인간 관계의 기초인 인사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다. 인사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자존심을 깍아먹지도 않는다. 인사잘한다고 흉보거나 나무랄 사람도 없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잘해서 손해볼 것 없는게 인사다. 그런데도 왜 인사를 안하는 것일까? 훌륭하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기본적인 인사만 제대로 주고 받으면 좋으련만 이 사회는 어딘가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망가져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