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 토크

원샷 토크: [시라노: 연애조작단], 그리고 남자

페니웨이™ 2010. 11. 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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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센치해진 기분으로 몇글자 남겨본다. 잠도 안오고, 출판 원고는 안써지고, 이리저리 뒹굴뒹굴하다가 굿다운로드 서비스로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다시 다운받아 봤다. 정식 리뷰에도 남겼듯 이 영화가 웰메이드라는 사실에는 별로 동의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 건 이만큼 남자의 연애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이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나 마지막 프로포즈 장면에서의 디테일은 정말이지 한국 멜로물 중에서는 보기 드문 명장면이다. 뭐 그냥 생각없이 보기에는 여성들의 연애 판타지를 채워주는 영화같은 프로포즈라고 느끼겠지만 남자들의 시선에서는 한없이 마음이 아려오는 장면이니까.

남자는 준비한 하얀조개를 열어 여자에게 반지를 바친다.

'사랑합니다'

그런 남자의 모습이 기특한듯 여자는 감격의 표정을 짓는다. 키스를 하려는 듯 어설프게 얼굴을 가져가지만 여자는 그만 웃음을 터뜨린다. 너무 사랑스럽거나 귀엽거나. 남자는 뻘줌해진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두번째 시도를 해본다. 여자는 남자의 입술을 받아들인다. 달콤한 첫키스의 성공. 여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남자는 모든 자존심을 버린다.

그러나 다소 상투적일 수도 있는 이 장면은 다음 장면으로 인해 비로소 완성된 명장면이 된다. 두 사람의 프로포즈를 지시하고 모니터링하던 또 한명의 남자. 엄태웅은 차마 자신이 사랑했던 그 여자가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쿨하지 못하다고? 프로답지 않다고? 겉으로는 강한척하고, 내색하지 않아도 과거에 얽메어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사람. 헤어진 다음에서야 자존심을 내세우는 어리석은 존재. 그게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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