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마블 초콜릿 - 사랑에 서툰 이들에게 바치는 연애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한때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만큼 남녀간의 입장이나 심리적인 차이가 결코 적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 게다. 꼭 남녀가 아니더라도 남의 속을 안다는 것이 어디 쉬운일이겠냐마는 적어도 남녀간의 문제에 있어 생물학적 견해 차이에 의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 않는가.
여기 연애에 서툰 여자가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좀 잘 되어가는가 싶을 때면 어김없이 두 사람을 사이를 갈라놓는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지금은 한 남자를 만나 그럭저럭 잘 사귀고는 있지만 남자는 자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이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아예 이쪽에서 미리 헤어지자고 결심한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하기 위해 데이트 장소로 향한다.
ⓒ 2007 Production I.G/東京マーブルチョコレート製作委員会. All rights reserved.
남자로서는 좀 이해하기 힘든 여자의 심리이려나? [도쿄 마블 초콜릿]은 바로 이런 심리상태의 여자가 겪는 하루동안의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려낸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좀 다른게 있다면 이렇게 시작한 여자의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라 반대로 남자쪽의 이야기도 들려준다는 것이다. 마치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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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자의 시점과 남자의 시점으로 나눈 [도쿄 마블 초콜릿]은 '이별'을 통보하기 위해 약속장소를 향하는 여자와 이와는 반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가는 남자의 엇갈린 심리를 순정만화풍의 섬세한 터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물론 약 55분의 짧은 러닝타임이 알려주듯 이야기 자체는 큰 반전이나 감정의 기복이 큰 편은 아니다. 물 흐르듯 잔잔한 일상의 사건을 소재로 오로지 관객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데 초점을 둔 이 작품은 세상 풍파에 찌든 필자처럼 소녀 취향과 거리가 먼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호소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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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재 100일을 앞둔, 아직은 연예에 서툰 연인이거나, 감상적인 취향을 잘 보존해 온 관객들이라면 나름대로 충분히 재미를 느낄법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퀄리티에 있어서 보증수표와 같은 프로덕션 I.G의 작품이니만큼 파스텔톤의 깔끔한 작화도 대단히 매력적이며 특히 음반사인 BMG JAPAN이 창립 20주년 합작으로 내놓은 작품답게 OST 또한 일품이다.
어쨌거나 영화를 다 본 후에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건 뜬금없게도 '미니로버 한 마리에 얼마나 할까?' 하는 것. 확실히 필자한테는 신카이 마코토의 커플파괴 스토리가 제격이다. 2008년 SICAF장편 부분 그랑프리 수상작.
* [도쿄 마블 초콜릿]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2007 Production I.G/東京マーブルチョコレート製作委員会.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