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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94

제이슨 본 - 정체성을 이어받은 시리즈의 자기 복제 혹은 사족

9년만에 제이슨 본이 돌아왔다. 그것도 폴 그린그래스와 맷 데이먼의 최강 조합으로 말이다. 첩보 액션의 방향성을 틀어버린 본 시리즈의 귀환은 팬들로선 엄청나게 흥분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본 트릴로지의 숨은 주역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을 초월 각색했던 토니 길로이와 세컨 유닛의 댄 브래들리가 빠진 건 우려할만한 요소다. 돌아온 [제이슨 본]은 기존 시리즈-엄밀히 말하면 [본 얼티메이텀]-의 자기복제다. 거의 동일한 플롯에 순서와 배경, 인물만 바뀌어 있다. 속편이 전편보다 좋았던 몇 안되는 케이스라 이 부분이 문제될 건 없어 보인다. 여전히 기억상실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본에게 기억을 되살릴 단서가 하나 주어지고, 오랜 침묵 끝에 모습을 드러낸 본의 등장으로 CIA는 발칵 뒤집..

아이 인 더 스카이 - 전쟁의 대가에 대한 딜레마

영화는 허구입니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러나 영화는 대중 미디어로서 현실의 단면을 조명하며, 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최근 영화계는 ‘콜레트럴 데미지’ 즉 무력 행동으로 인한 민간의 부수적 피해에 대해 부쩍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히어로물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그 대표적인 사례죠. 오죽하면 마블에선 마이너 이슈였던 [데미지 콘트롤]을 드라마로 제작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전의 영화들이 이러한 콜레트럴 데미지를 대수롭지 않게, 혹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놔두었다면 최근 영화들은 이 부분을 아예 갈등의 주요 요소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현실에서 대중들이 느끼는 데미지 컨트롤의 피해가 보다 ..

영화/ㅇ 2016.07.13

[블루레이] 빅 쇼트 - 현실 경제의 붕괴에 베팅한 아웃사이더들

글 | 페니웨이 ( http://pennyway.net/) 현실 경제의 붕괴에 베팅한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 마이클 루이스의 원작 소설을 영상으로 옮겨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빅 쇼트]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유발했던 서브프라임 사태를 다룬 영화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수많은 서민들은 피해를 보았고, 눈물을 흘렸고 현재까지도 고통받고 있지만 누군가는 이 거대한 패닉에서 살아남아 승자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바로 이 영화는 금융시장의 붕괴에 베팅해 위기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크게 4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누구보다 먼저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측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신에 맞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던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 분), 우울하고 냉소적인..

영화/ㅂ 2016.06.29

미스터 홈즈 - 기억의 미궁에 빠진 노년의 셜록 홈즈

영화 사상 가장 많이 등장한 캐릭터인 셜록 홈즈는 최근까지도 다양한 모습으로 리모델링되고 있습니다. 토니 스타크를 셜록화시킨 로다주의 [셜록 홈즈]나 고성능 소시오패스의 성향에 초점을 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 등은 사냥모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문 중년의 신사와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죠. 여기에 또 한 명의 배우가 홈즈로 변신을 시도합니다. 바로 간달ㅍ… 아니 미스터 매그니토 이안 맥켈런 경입니다. 이 배우의 연륜에서 느껴지듯이 이안 맥컬린이 연기한 홈즈는 사건 현장을 헤집는 무적의 명탐정이 아니라 조용한 시골로 은퇴한 노년의 홈즈입니다. 원전이 된 소설은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이 아니라 미치 컬린의 [셜록 홈즈의 마지막 날들]이죠. 이 영화에서는 왓슨과 허드슨 부인도 없고, 배경도 베이커가 221B..

영화/ㅁ 2016.06.13

엑스맨: 아포칼립스 - 소수성의 갈등이 사라진 엑스맨

일단 아래의 평가를 먼저 짚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로튼토마토의 평가다. 사실 당시 쏟아진 미국 언론의 평가는 참혹했다. ‘[엑스맨 3]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은 영화’라는 평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약은 약사에게 [엑스맨]은 싱어에게’라는 우스개소리가 헛소리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과연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시리즈 중 희대의 졸작인 것일까? 현 상황을 보면 호불호는 상당히 극명하게 나타난다. 별로 좋은 징후는 아니다. 완성도에 대한 부분은 대체로 호의적이지만 영화의 결말이나 방향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갔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는 양상이 다르다. 일단 브라이언 싱어의 연출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가장 많이 떠오른다.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 [어벤져스 2.5] 아닌 [캡틴 아메리카 3]

* 아주 미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의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영화적 재미나 완성도를 떠나 캡틴과 아이언맨 중 누구의 선택이 옳고 그른지에 다한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걸 보면 분명 영화가 관객들에게 멋진 논쟁거리를 준 건 분명해 보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일개 슈퍼히어로 영화에 이렇게까지 많은 담론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이 말입니다. 사실 [시빌 워]의 원작은 굉장히 충격적이고 정치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MCU에서 너무 빨리 '시빌 워' 카드를 꺼내 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아직 MCU 페이즈3가 끝나지 않은 이상 굳이 잘나가는 캐릭터들을 소모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죠. 바꿔말하자면 (여느 MCU 작품이 그랬듯) [시빌 워] 역시 원작을 ..

영화/ㅋ 2016.05.02

[단평] 제5침공- 연출력의 부재가 부른 참사

4000만부가 팔려나간 릭 얀시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제5침공]은 [메이즈 러너], [다이버전트]와 같이 젊은 관객층을 타겟으로 한 영 어덜트물이다. 원작이 깔아놓은 팬층에 (이쁘게 잘 자라준) 클로이 모레츠의 팬층을 영입해 흥행을 노리는 꼼수가 뻔한 이 작품은 시종일관 관객의 예측대로 정확히 스토리가 전개되는 묘한(?) 영화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흔해빠진 로맨스도, (아마 영화에서는 최대의 반전이 되었을) 제5침공의 정체에 대해서도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에 간파당할만큼 너무나도 안일하게 연출해놓았다. 그나마 건질만한 건 10분간의 인트로. 수수께끼의 외계인이 침략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지구인들의 절박한 상황이 전개되는 순간까지만이다. 긴장해야 할 순간에 전혀 긴장되지 않고, 깜짝 놀라..

영화/ㅈ 2016.04.15

[블루레이] 더 비지트 - 초심으로 돌아간 M. 나이트 샤말란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초심으로 돌아간 M. 나이트 샤말란 추락한 명성을 회복한다는 건 철저한 상업주의의 본산인 헐리우드에서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일례로 [다이하드], [붉은 10월]의 존 맥티어넌은 2003년 [베이직] 이후 한 번도 메가폰을 잡지 못했다. [프렌치 커넥션], [엑소시스트]의 윌리엄 프레드킨이나 [클리프헹어]의 레니 할린 처럼 소위 잘 나가던 감독들도 한 두 번 삐딱선을 탄 이후에 끝없는 추락을 한 걸 보면 이 바닥의 냉엄한 생리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M. 나이트 샤말란의 행보는 매우 흥미롭다. 체감상으로는 [식스센스] 이후 모두 실망스런 작품만 줄창 만들어 온 것 같은데, 2년 터울로 꾸준히 영화를 찍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실패작..

영화/ㄷ 2016.03.30

[단평] 엽문 3: 최후의 대결 - 한층 성숙해진 배우 견자단

엽문이 돌아왔다. 전작으로부터 무려 6년만이다. 구예도 감독의 [엽문전기]가 국내에선 [엽문 3]로 소개되고 같은 감독의 [엽문: 종극일전]을 [엽문 4]로 개봉하는 촌극까지 벌어지는 바람에 관객들에겐 [엽문] 시리즈 자체가 조금 식상하게 다가오는 착시현상도 있을 법 하다. 어쨌거나 이번에 개봉한 [엽문 3: 최후의 결전]은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이 만든 진짜 엽문 시리즈다. 개화기 중국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거치며 가라데, 홍가권, 서양 복싱 등과 겨뤘던 엽문은 이제 누가 정통 영춘권의 계승자인지를 두고 또다른 영춘권 고수와의 대결에 직면한다. 중화사상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던 1,2편과는 달리 3편에서는 엽문의 개인사와 영춘권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는다. 그렇기에 서방 열강의 지배가 낳은 부작용의 여파로 ..

영화/ㅇ 2016.03.18

스티브 잡스 - 신선하고 창의적인 전기영화

[스티브 잡스]는 2013년 애쉬튼 커처가 잡스 역을 맡았던 [잡스]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잡스 전기영화다. [잡스] 리뷰(바로가기)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전기영화의 가장 큰 딜레마는 사실과 허구성의 저울질이다. 얼핏 보면 쉬운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해 다큐와 영화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한 전기영화는 그 장르적인 특성 때문에 매우 지루해질 수도, 매우 흥미진진할 수도 있다. [잡스]의 경우는 안일한 전기영화의 방향을 선택했고 (사실 기반이 된 텍스트 없이 일반화된 이야기를 영화로 구축한 것에 가깝다), 그 때문에 연기력을 다시 보게 만든 애쉬튼 커처의 연기를 제외하면 아주 밋밋한 영화였다. 때문에 [스티브 잡스]는 [잡스]가 보여주지 못한 영화 본연의 매력, 즉 ‘팩트’ (혹은 팩트라고 알려진 것..

영화/ㅅ 201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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