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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 5

건축학개론 - 풋풋한 첫사랑의 보편적 감수성

[건축학개론]은 오랜만에 접하는 정극 멜로물입니다.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가장 잘 맞도록 추억의 여러 단편들을 주워담아 이쁘장하게 포장한 작품이죠. 여기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첫사랑을 소재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액자식 구성에 배우들의 사랑스런 비주얼이 어우러져 제법 맛깔스런 재미를 연출합니다. 여기서 ‘비주얼’이라고 하는 것에 일단 유의해 주시고요^^ 한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영화를 보자면 [건축학개론]은 유치한 면이 많습니다. 이야기도 단순하고, 주인공 남자는 속된말로 좀 찌질하죠. 아니, 결혼까지 한 유부녀가 잊혀진 옛 사랑을 불쑥 찾아온다는 설정도 무리수가 있습니다. 대부분 이 상황에서의 현실은 영화처럼 그리 멋진 장면이 연출되진 않잖아요. 그 찾아온 첫사랑의 그녀가 한가인급이라면 모를까. 뭐 그..

영화/ㄱ 2012.05.15

시라노; 연애 조작단 - 남자들을 위한 로맨틱 코미디

아, 괜히 봤습니다. 지금은 보지 말았어야 할 영화를 본 것 같아요. 오해는 마세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은 결코 못만들거나 재미없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저 내가 겪고 있는 심리적인 우울함을 더욱 증폭시킨 영화라는 점에서 후회가 밀려오는 것 뿐이니까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을 선택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사전 지식은 제목에 들어간 '시라노'라는 단어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극중에서 우스게 소리처럼 던지는 대사처럼 공룡 티라노를 연상케하는 단어이지만 비교적 90년대 초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이라면 제라드 드 빠르디유가 주먹만한 코를 붙이고 나왔던 [시라노]를 쉽게 떠올리실 겁니다. 맞습니다. 이 영화는 [시라노]에서 주인공 시라노 백작이 가진 딜레마, 즉 못생긴 외모 때문에 차마 사랑하..

영화/ㅅ 2010.09.16

차우 - 누가 이 영화를 괴수물이라 하는가?

1933년작 [킹콩]은 괴수물, 더 넓게는 크리처물의 대중화를 알리는 시발점으로서 큰 의미를 남겼다. 이후 수많은 아류와 모방작들을 배출해 내면서 크리처물은 장르영화로서의 도약을 이룩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특수효과와 일반 드라마에 비해 세심한 미장센이 요구되는 장르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크리처물은 한동안 B급 저예산 영화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그나마 일본에서는 1954년에 혼다 이시로 감독이 [고지라]를 통해 괴수물의 또다른 가능성을 열어놓긴 했지만 이는 일본내의 특촬물 장르의 국지적인 발전으로 제한되었고 특촬물 또한 B급 장르의 하위개념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1962년 김명제 감독의 [불가사리]라는 작품이 개봉되었는데, 당시 최무룡, 엄앵란 등의 스타급 배우들이 등장하는 괴수물로서 한국 최초의..

영화/ㅊ 2009.07.16

님은 먼곳에 - 전쟁과 노래, 그리고 한 여인의 성장드라마

[님은 먼곳에]는 [라디오 스타]와 [즐거운 인생]에 이은 속칭 '음악 3부작'의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서 [왕의 남자]이후 한국영화계에서 꽤나 주목받는 이준익 감독의 신작이다. 오랜만에 월남전을 배경으로 다룬 작품이 나왔다는 점, 작품 선택에 탁월한 안목을 보여왔던 수애가 거의 '원톱급' 주연으로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이준익 감독의 작품치고는 꽤 많은 제작비(70억)가 투입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여름철 흥행시즌의 최전선에 투입된 [님은 먼곳에]는 '천만관객의 주인공' 이준익 감독의 작품답지 않게 고작 179만명의 실망스런 흥행결과로 마무리 되었으며, 남성 중심의 스토리 진행과 진부한 신파조의 플롯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연 [님은 먼곳에]..

영화/ㄴ 2008.10.16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억척스러운, 그래서 더 사랑스런 그녀들

2004년 여름 어느 일요일 늦은 오후, 사람들은 너나 할것없이 TV앞에 앉아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전후반의 무승부, 3번에 걸친 연장전, 마침내 금메달을 놓고 주어진 승부던지기. 결승전치고는 정말 피를 말리는 극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것은 '국민 스포츠'로 불리는 축구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도 관심갖지 않았던 여자 핸드볼 올림픽 결승전이었다. 결국 19번의 동점을 거듭한 박빙의 승부끝에 한번의 던지기가 승부의 방향을 결정했고, 한국은 졌다. 그러나 이 경기는 AP통신이 선정한 2004 아테네 올림픽 10대 명승부전에 기록될 정도로 스포츠의 진수를 보여준 경기였으며 비록 은메달에 그쳤지만 금메달보다도 더 값진 선수들의 투혼이 전해진 감동적인 경기였다. 이제 4년이 지나 또다시 새로운 올림픽이 개..

영화/ㅇ 200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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