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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178

언어의 정원 - 소년, 여인을 만나다

[언어의 정원]은 1인 제작자로 실력을 인정받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입니다. 주로 중단편을 만들던 그는 바로 전작인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을 통해 처음으로 장편 메이저 장르에 도전했지만 정작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죠. 아직까지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을 책임지기엔 연출력의 깊이가 모자랐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에 스튜디오 지브리의 아류작 같은 작품의 성격이 감독과는 안맞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언어의 정원]은 신카이 마코토의 장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1시간 안쪽의 중편 연애물로 돌아온 작품입니다. 영화는 비내리는 날이면 신주쿠의 공원으로 가서 스케치에 몰두하는 15세 소년의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장차 수제구두장인이 되길 꿈꾸는 그는 평범한 고교생이지만 어느날 공원에서 초..

에픽: 숲속의 전설 - 숨이 막힐 듯한 녹색의 비주얼

디즈니-픽사, 드림웍스에 이어 폭스-블루스카이 연합이 헐리우드 3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아성을 지키고 있는 건 28억 달러를 벌어들인 효자상품 [아이스 에이지] 효과에 상당부분을 기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물량으로 승부하는 드림웍스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디즈니-픽사에 비하면 폭스-블루스카이의 작품들은 어딘가 레디 메이드된 기성품의 냄새를 풍기거든요. [에픽- 숲속의 전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숲속의 소인국에서 숲을 지키려는 리프맨들과 숲을 파괴하려는 보간족의 대결에 한 인간 소녀가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에픽: 숲속의 전설]은 매우 전형적이면서도 전개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작품입니다. 등장인물도 상투적이고 인간이 소인이 된다는 설정 또한 뤽 베송의 [아더와 미니모이] 같은 작품들에서 자주 반복되..

소녀이야기 - 모두가 알아야 할 위안부의 진실

역사의식이 없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는 바꿀 수 없는 사실이고, 기록이며, 정체성이자 미래를 설계하는 기준점이다. 20세기 초 열강은 제국주의라는 희대의 광기에 휩싸여 전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었고, 그 원흉이 된 몇몇 국가들은 인륜이라는 기본적인 양심을 저버린 만행을 저질렀다. 시간이 흘러 한 나라는 과거에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인정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을 택했고 어디 멀리 붙어있지 않은 섬나라는 똑같은 (어찌 보면 더 악랄한) 짓을 저질렀어도 과거를 부정하고 심지어 벌어진 일을 왜곡하며 은폐하려 한다. 가해자들의 대조된 태도를 보는 건 그렇다 치자. 그건 어쨌거나 그들 스스로가 당면한 입장이니까. 그렇다면 피해자의 입장은 어때야 할까? 한국은 일제 치하에서 35년 간 식민지의 설움을 맛보았다...

에반게리온: Q에 관한 8가지 담론

※ 본 리뷰는 [에반게리온: Q]의 스포일러가 대량 포함된 것으로서 작품을 관람하지 않은 독자분들의 감상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 없는 리뷰를 보시려거든 여기(클릭)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에반게리온: 파]에서도 그러했지만 이번 [에반게리온: Q]는 정말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전작이 기분좋은 느낌의 충격이었다면 [에반게리온: Q]는 황당, 난감, 분노, 허탈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든다는 차이일까. 어쨌거나 이것이 진정 ‘에반게리온’다운 맛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제 짧은 식견으로나마 이번 [에반게리온: Q]가 남긴 몇가지 담론들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 글은 어디까지나 [에반게리온: Q]를 보면서 생긴 담론을 잡담식으로 재미삼아 풀어놓은 글일 뿐 정설 혹은 공식 설정에 준하는 ..

에반게리온: Q - 다시 마니아들의 영역으로 들어가다

- 결정적인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건 없습니다만 줄거리 소개 정도는 있습니다- 사골게리온이라고 원성이 자자한 시리즈이긴 해도 인정할 건 인정하자. 전작인 [에반게리온: 파]는 지나치게 잘 만든 작품이다.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가 속편이 보여줄 수 있는 미덕의 극한까지 도달했듯이, [에반게리온: 파]는 기존 TV판의 설정을 뒤엎는 동시에 무수한 떡밥들을 투척했으며, [에반게리온]의 성격을 마니아적인 영역에서 대중의 영역으로까지 끌어올렸고, 게다가 작화나 음악, 연출의 퀄리티마저 기막힌 걸작이 아니었던가. 그로부터 4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은 3년이겠지만- 우리에게 있어 그 기다림은 가히 고문에 가까운 시간이었음을 새삼 강조하진 않겠다. 그리고 그 긴 세월을 감내한 팬들의 상당수에게 ..

[블루레이]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 한국 애니메이션의 다변화와 기술적 도약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어웬 알렌 감독의 [잃어버린 세계]에서부터 공룡의 위압감보다는 라켈 웰치의 몸매가 돋보였던 [공룡 100만년], 레이 해리하우젠의 수작업 기술이 정점에 올랐던 [공룡지대]에 이르기까지 아날로그 시절의 공룡영화에 대한 느낌은 신기하긴 했어도 항상 무엇인가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에서 브라키오 사우르스의 웅장한 모습이 대화면에 등장했을때 비로서 그 부족함은 사라졌다. CG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크린에서의 공룡은 더 이상 레이 해리하우젠의 스톱모션처럼 가공의 조형물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로 진화했다. 한국에서도 공룡 관련 영상 컨텐츠를 만들기 위한 소수의 노력이 있어 왔지만 그 상당수가 논란의 대상으로 전락한 영구아..

괴작열전(怪作列傳) : 라따또잉 - 애니메이션도 목버스터의 시대

괴작열전(怪作列傳) No.132 셀 애니메이션의 시대가 저물고 CG 애니메이션이 대세가 된 지금, 이 시장은 빅3라 불리는 헐리우드 제작사들끼리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카 2]와 [메리다와 마법의 숲]으로 잠시 주춤해진 상태이긴 하지만 전통의 강자 픽사-디즈니는 여전히 이 분야의 톱을 고수하고 있고,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일년에도 여러편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드림웍스와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라는 막강한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폭스-블루스카이가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죠. 한국에서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같은 작품을 통해 이 분야에서 나름대로 시도는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리미티드 기법을 고집하던 애니메이션 왕국 일본 역시 CG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아직까지 괄목..

코쿠리코 언덕에서 - 스튜디오 지브리의 불안한 성공작

CG가 대세인 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꿋꿋하게 셀 애니메이션의 손맛 가득한 향수를 전해오는 지브리 스타일의 작품은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명품에 버금가는 브랜드 효과를 내고 있는게 사실이다. 일본의 경제거품이 꺼지고 대작급 애니메이션의 군웅할거시대가 끝난 지금, 스튜디오 지브리가 기지고 있는 저력은 오랜 세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철옹성 같은 영향력 아래 전통의 명가라는 자부심 하나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소니를 비롯한 일본 가전회사들의 몰락이 그러했던 것처럼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지브리의 행보는 후계자의 부재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마루밑 아리에띠]로 하강곡선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었던 –그럼에도 너무 평이한 작품이라는 평..

배트맨: 이어 원 - 고담시 영웅의 탄생신화

언제부터인가 슈퍼히어로물의 트렌드는 영웅의 기원을 찾아가는 것으로 바뀐듯 하다. [엑스맨]의 스핀오프인 [울버린]이나 [퍼스트 클래스]가 그 좋은 예다. 스파이더맨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리부트되었고, 슈퍼맨은 [맨 오브 스틸]을 통해 다시금 슈퍼맨의 기원을 재정립할 예정이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삼부작이 이러한 조류의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임을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영화와는 달리 코믹스 계열에서는 이러한 근원적 물음에 대한 탐구가 꽤 일찍 시작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다크나이트 리턴즈’를 통해 그래픽 노블의 수준을 한단계 격상시킨 프랭크 밀러는 DC코믹스의 간판스타 배트맨에 대한 신기원을 재조명했다. 바로 ‘배트맨: 이어 원’이다. 이 작품은 슈퍼히어로의 탄생에 대한 진지한..

명탐정 코난 극장판 16: 11번째 스트라이커 - 액션 블록버스터로 진화하는 코난 시리즈

고등학생으로 돌아가기 위한 코난의 기나긴 여정은 도대체 언제 끝이 나는 것일까. 매년 여름 일본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는 국민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16번째 극장판인 [11번째 스트라이커]는 전작인 [침묵의 15분]부터 새로운 코난의 지휘자가 된 시즈노 코분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의 교체와 함께 달라진 코난 극장판의 면모는 모름지기 액션성의 강화인데, 이는 극장판을 너무 의식한 제작진의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 갈수록 강화되는 코난 극장판의 액션 블록버스터적인 성향은 이번 [11번째 스트라이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작품의 내용은 폭탄 테러범과의 일전으로 소소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코난과 주변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추리극의 성격은 이미 증발된지 오래다. [천공의 난파선]처럼 살인사건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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