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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평 11

[단평] 쓰리 빌보드 - 증오의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

공허한 눈빛으로 운전하던 여성이 낡아빠진 거대한 길거리 광고판 앞에 멈춰 선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던 그녀는 곧 광고 책임자를 찾아가 1년짜리 광고를 계약한다. 이 일로 미주리 주의 작은 마을에는 후폭풍이 몰아친다. [쓰리 빌보드]는 딸을 무자비한 성폭력으로 잃고 난 엄마의 투쟁을 다룬 작품이다. 투쟁이라고 해봤자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마을 외곽도로의 광고판에 광고를 싣는 일이 고작이었지만 이로 인해 이슈가 생산되고, 관계자들과의 충돌이 빚어진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자칫 암울하고 무겁기만 한 소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쓰리 빌보드]는 블랙코미디의 장르적 스텐스에서 다양한 군상들의 심리를 파고든다. 분노와 연민, 좌절과 용서가 뒤섞인 [쓰리 빌보드]의 감정선은 예리하면서도 관..

영화/ㅅ 2018.03.09

[단평] 패트리어트 데이 - 위대한 미국민들의 국난극복

911 이후 미국 본토를 겨냥한 최악의 테러로 기록된 보스톤 마라톤 테러를 다룬 [패트리어트 데이]는 그간 [킹덤], [론 서바이버], [딥워터 호라이즌] 같은 소위 미국식 국뽕 스타일의 영화에 심취했던 피터 버그의 작품이다. 워낙 미국인들에게 있어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만큼 이 작품에서 다루는 소재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영화는 ’왜’ 보다는 ‘어떻게’에 초점을 맞춘다. 즉 테러가 어떤 과정을 통해 발생했고, 그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는가에 대한 일종의 다큐적 구성이다. 폭탄테러 후 FBI와 지역 경찰이 합세해 범인의 윤곽을 맞추고 숨통을 조여나가는 과정이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치밀하게 묘사된다. 더불어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정치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관계자들의 고민도 속속 묻어난다. 마이클 만의 적자임..

영화/ㅍ 2017.04.13

[단평] 미션 -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부활절 특수를 맞이해 세 편의 영화가 이미 개봉되었거나 개봉 대기 중이다. 마틴 스콜세지의 [사일런스]와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그리고 롤랑 조페의 [미션]이다. 세 편 다 내공 충만한 작품이지만 종교 영화의 틀을 벗어나 관객들의 흥미를 충족시키는 영화는 단연 [미션]이라 하겠다. 이미 30년이나 지난 작품임에도 촬영, 음악, 연기 등 뭐 하나 촌스럽거나 후달리지 않는 견고한 완성도를 바탕으로 속죄와 구원, 인류애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걸작이다. 이미 본 작품에 대해서는 리마스터링판 블루레이 리뷰(바로가기)를 통해 충분히 언급한 바, 재개봉을 맞이해 극장에서 영화를 다시 감상하며 느꼈던 몇 가지 부면에 초점을 맞춰본다. 1.워낙 오래된 작품이기도 하지만..

영화/ㅁ 2017.03.31

[단평] 싱글라이더 - 여운 날려버린 반전의 무리수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단 두 장면만으로도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굳이 여기서 말할 필욘 없고 나머지 하나는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된 송강호가 가족이 보내준 영상편지를 보면서 라면을 먹으려다 갑자기 그릇을 집어 던지는 장면이다. 뭐랄까… 한국이라는 나라에 기형적으로 자리잡은 괴물 같은 가정 형태에 대한 울분? 후회? 억울함? 같은 모든 감정이 폭발되어 버리는 느낌이랄까. 영화 [싱글라이더] 역시 기러기 아빠에 대한 이야기다. 충무로 신인인 이주영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썼고, 이젠 명실공히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병헌이 저예산 소품을 선택해 화제를 모은 바로 그 영화다. 이병헌이라는 브랜드 하나만으로 워너 브라더스의 투자배급을 끌어왔으니, 그가 영화 한 편에 미치는 영..

영화/ㅅ 2017.03.17

[단평] 제5침공- 연출력의 부재가 부른 참사

4000만부가 팔려나간 릭 얀시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제5침공]은 [메이즈 러너], [다이버전트]와 같이 젊은 관객층을 타겟으로 한 영 어덜트물이다. 원작이 깔아놓은 팬층에 (이쁘게 잘 자라준) 클로이 모레츠의 팬층을 영입해 흥행을 노리는 꼼수가 뻔한 이 작품은 시종일관 관객의 예측대로 정확히 스토리가 전개되는 묘한(?) 영화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흔해빠진 로맨스도, (아마 영화에서는 최대의 반전이 되었을) 제5침공의 정체에 대해서도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에 간파당할만큼 너무나도 안일하게 연출해놓았다. 그나마 건질만한 건 10분간의 인트로. 수수께끼의 외계인이 침략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지구인들의 절박한 상황이 전개되는 순간까지만이다. 긴장해야 할 순간에 전혀 긴장되지 않고, 깜짝 놀라..

영화/ㅈ 2016.04.15

[단평] 엽문 3: 최후의 대결 - 한층 성숙해진 배우 견자단

엽문이 돌아왔다. 전작으로부터 무려 6년만이다. 구예도 감독의 [엽문전기]가 국내에선 [엽문 3]로 소개되고 같은 감독의 [엽문: 종극일전]을 [엽문 4]로 개봉하는 촌극까지 벌어지는 바람에 관객들에겐 [엽문] 시리즈 자체가 조금 식상하게 다가오는 착시현상도 있을 법 하다. 어쨌거나 이번에 개봉한 [엽문 3: 최후의 결전]은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이 만든 진짜 엽문 시리즈다. 개화기 중국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거치며 가라데, 홍가권, 서양 복싱 등과 겨뤘던 엽문은 이제 누가 정통 영춘권의 계승자인지를 두고 또다른 영춘권 고수와의 대결에 직면한다. 중화사상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던 1,2편과는 달리 3편에서는 엽문의 개인사와 영춘권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는다. 그렇기에 서방 열강의 지배가 낳은 부작용의 여파로 ..

영화/ㅇ 2016.03.18

[단평] 국제시장 - 불편하지만 영리한 신파극

이젠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린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기획당시부터 관객몰이를 꽤 하겠다는 예상은 했으나 이토록 순조롭게 천만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최초로 두 편의 천만관객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윤제균 감독이 가져갈 줄은 몰랐다. 우선 영화를 살펴보면 만듦새 자체는 나쁘지 않다. 헐리우드 영화의 국산화라는 치환법에 매우 충실해 기시감이 곳곳에 느껴지는 민망한 상황 속에서도 관객의 시선을 꾸준히 붙잡는 힘이 있다. [국제시장]은 6.25라는 비극의 현장으로 시작해 삶 자체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던 한 남자의 삶을 조명한다. 흥남철수와 파독광부, 베트남 파견, 이산가족 찾기 등 한국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의 한복판에 있었던 주인공 덕수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버지요,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영화/ㄱ 2015.05.13

[단평] 이미테이션 게임 - 알려지지 않은 천재 수학자의 이야기

베어먹은 사과. 미국 굴지의 IT기업인 애플의 로고에 대한 추측은 여러가지가 있다. 잡스 본인이 스스로 밝히지 않은 이상 모든 건 추론으로 남을 뿐이지만 그 중 가장 흥미로운 설 중 하나는 바로 앨런 튜링 추모설이다. 일반에게는 낯선 인물이긴해도 한 때 천재 수학자로 불리운 그는 암호해독에 능통해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판독한 주역으로서 연합군의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 당시 튜링이 만든 튜링 머신은 훗날 컴퓨터의 기초가 되었고, 사실상 학계는 앨런 튜링을 컴퓨터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그는 전후 동성애 혐의로 재판을 받아 화학적 거세 명령을 받았고, 급격한 호르몬 변화에 의한 부작용을 견디다 못해 청산가리를 주사한 사과를 먹고 4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

영화/ㅇ 2015.02.17

[단평] 워 호스 - 거장의 클래식한 전쟁우화

마이클 모퍼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워 호스]는 이미 닉 스태포드의 각색으로 연극무대에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조이라는 이름의 말이 군마가 되어 전쟁터 여기저기를 떠도는 이 이야기는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인간의 눈이 아닌 동물의 시선을 따라 조명한다는 특색이 있는 작품으로서 말하자면 동물이라는 중립적 개체를 통해 전쟁을 보여준다. 따라서 본 작품에서는 궁극적인 선악의 기준보다는 전쟁 자체에 대한 비판적 요소가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원작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조이를 사건의 주체(혹은 화자)로 다루지 않고 조이의 주변인들과 관객을 연결시키는 일종의 매개체로 이용하는데, 영국군과 독일군을 오가며 아군과 적군이 아닌 ‘사람들’을 만나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마치 단편소설집을 읽는 것처럼 적당한 비율로 배..

영화/ㅇ 2012.02.22

[단평] 마이웨이 - 21세기형 배달의 기수

1.강제규 감독이 준비하던 헐리우드 영화가 엎어졌죠. 그래서인지 이번엔 작심하고 엄청난 물량을 투입해 한중일 다국적 프로젝트를 만들었습니다. 280억 제작비를 다 뽑으려면 국내 천만 관객이 들어도 손익분기점을 못 넘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아시아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 회수죠. 대사의 절반 이상이 일본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시장에서의 흥행이 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할 겁니다. 다만 이 영화... 일본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그려놔서 일본 관객들이 객관성을 가지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2.일단 전쟁씬의 규모는 [태극기 휘날리며] 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고, 사람들이 탱크에 깔리고 그냥 막 죽어나갑니다. 살벌하고 잔인해요. 이런걸 보면 [라이언..

영화/ㅁ 201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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