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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허쉬 - 탐정물로 복귀한 배트맨

페니웨이™ 2008. 8. 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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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가 관객수 300만명을 돌파하면서 국내에서는 찬밥신세였던 '배트맨'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출시가 요원했던 배트맨 관련 코믹스도 줄줄히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배트맨 원작에 대한 갈증이 어느정도 해소되는 듯 하다. [배트맨 허쉬]는 코믹북(만화책)보다는 좀 더 고급스런 뉘앙스를 풍기는 '그래픽 노블'에 해당하는 작품으로서 한국계 작가 짐 리가 작화를 담당했고, [스몰빌], [배트맨: 롱 할로윈]등에 참여한 제작가 겸 극작가 제프 로엡이 각본을 맡아 2002년부터 연재가 시작되었다.

1986년, 배트맨 코믹스의 일대적인 혁신을 가져온 프랭크 밀러의 걸작 [다크 나이트 리턴즈]가 발표된 이래, 우스꽝스러운 아동만화에서 다시금 성인 취향의 느와르로 넘어 온 '배트맨'시리즈는 [배트맨: 원년], [킬링 조크], [아캄 어사일럼] 등을 거치며 점점 변모되고 있었다. [배트맨 허쉬]는 바로 이러한 배트맨 그래픽 노블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인 셈이다.

ⓒ DC Comics/ScienceBooks.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이러한 영국 작가들의 느와르풍 배트맨과는 달리 [배트맨 허쉬]는 다분히 일본 만화풍의 화려함으로 중무장한 작품으로서 극의 치밀함 보다는 일러스트에 보다 역점을 두었다. (그렇다고 내용이 허접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따라서 일본 만화에 익숙한 한국의 팬들에게는 어쩌면 가장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배트맨' 코믹스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원작자 밥 케인이 처음 배트맨을 세상에 내놓을 당시 '디텍티브 코믹스' 27호를 통해 발표한 것 처럼 '탐정물'로서의 장르에 매우 충실하다는 점이다. 이는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C.S.I 를 능가하는 과학수사방식을 보여준 점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팬들에게도 좋은 흥미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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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배트맨 허쉬]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킬러 크록'에게 납치된 라몬트 화학의 상속자인 에드워드 라몬트 4세를 배트맨이 구출해 내면서 시작된다. 킬러 크록은 체포되지만 그 와중에 '캣우먼'이 몸값을 챙겨들고 도주하며, 이를 뒤쫒던 배트맨은 누군가가 로프를 끊는 바람에 추락,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어릴적 친구이자 유명한 외과의사인 토머스 엘리엇에게 치료를 받고 회복된 배트맨은 킬러 크록- 캣우먼- 포이즌 아이비로 연결되는 사건의 배후에 이들을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음을 직감하고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나가지만 그때마다 배트맨의 숙적들이 등장해 번번이 곤경에 처하게 된다. 배트맨의 정체가 브루스 웨인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드는 '허쉬'는 과연 누구인가?

ⓒ DC Comics/ScienceBooks. All rights reserved.


대충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배트맨 허쉬]에서 배트맨은 말 그대로 사건의 배후에 있는 범인을 찾아나서는 탐정 그 자체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캐릭터들의 심리묘사가 독백으로 처리되어 섬세하게 드러나 있으며 반전이 꼬리를 무는 미스테리적인 형식이 한 편의 잘 만든 탐정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조커, 캣우먼, 투 페이스, 라스 알 굴, 리들러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배트맨의 숙적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점도 배트맨의 팬들에게는 무척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하지만 배트맨 시리즈가 그동안 축적해온 정서와 인물들의 특성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이다보니 처음 [배트맨 허쉬]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환호성을 지를 만큼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비록 각 인물들의 간략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배트맨의 세계관에 문외한인 독자들에겐 이러한 '캐릭터 러쉬'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 슈퍼맨의 세계와 '크로스오버'되어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던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와 같은 흥미진진한 내용도 들어있지만 너무 많은 악당들과 주변인물들이 등장해 때론 일회성으로 쉽게 소모되는 경향이 있다는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덕분에 전개가 빨라져서 시원시원하게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장점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 DC Comics/ScienceBooks. All rights reserved.


물론 초심자들에게 있어서도 [배트맨 허쉬]는 크게 부담을 주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적인 냄새를 최대한 벗어 버린 멋진 일러스트가 미국만화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시켰으며 매니악한 내용이 아니라 추리,멜로,액션등의 장르를 전반적으로 고루 섭렵하고 있어서 배트맨 코믹스를 접하는 입문서로서도 적합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도 보다 다양한 배트맨 관련 서적이 출간되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 [배트맨 허쉬]의 모든 일러스트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DC Comics/ScienceBook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아울러 [러프] 의 국내 판권은 ⓒ 세미콜론 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판을 이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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