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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뜨겁게 - 단 한 번이라도 이겨보기 위해서라면

페니웨이™ 2024. 9.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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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영화는 많다. "잘 만들었다" 라는 것의 기준이 볼거리나 눈요기에 맞춰진 것이든, 아니면 잘 짜여진 플롯과 이야기에 맞춰진 것이든, 아니면 빌드업이 탄탄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것이든 고만고만한 영화들의 홍수 속에서도 재미를 주는 영화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흔히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영화들은 간간히 보게 되어도 가슴이 끓어올라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불끈 쥐게 만드는 그런 영화를 본 게 언제 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근데 최근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런 영화를 만났다. 넷플릭스, 그리고 대만영화를. 제목은 다소 촌스런 [맵고 뜨겁게]다.

이 영화는 안도 사쿠라 주연의 일본영화 [백엔의 사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현재 일본 영화계의 대세 배우라 할 수 있는 안도 사쿠라라는 걸출한 여배우의 존재감이 단연 돋보였던 작품이기에 이를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다. 단언컨데 [맵고 뜨겁게]는 웰메이드 리메이크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작이 지닌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리메이크만의 독특한 페이소스를 가미해 리빌드를 완성했다. 원작이 귀차니즘에 매몰된, 개인의 문제에 한정된 인간의 이야기였다면, [맵고 뜨겁게]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때론 이용하며 살아가는, ‘인간관계’에 얽힌 사람의 이야기로 관객이 느끼는 감성의 방향을 살짝 틀었다.

 

ⓒ Netflix

 

내용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뚱뚱해서, 그리고 여린 마음 때문에 세상과 등지고 가족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한 여인. 절친한 친구에게 애인을 빼앗기고, 친동생에게 온갖 모멸감을 주는 말을 듣는 것에 폭발해 집을 나간다. 허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홀로서기를 하려 해도 늘 손해만 보는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다. 결국 그녀는 그런 자신과의 싸움에서 단 한 번이라도 이겨보기 위해 권투를 시작한다.


얼핏보면 원작과 비슷한 흐름이긴 해도, 리메이크인 [맵고 뜨겁게]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건 뚱녀인 주인공이 보여주는 피지컬의 드라마틱한 변신 덕분이다. 그 유명한 [록키]의 BGM이 흘러나올 땐 순간적으로 웃음벨이 울리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탄식을 금치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CG로 해결 가능한 요즘 세상에서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 그 점은 영화를 직접 보고 나서 크래딧이 뜰 때 직접 확인하길 권한다.


초중반은 잔잔한 유머와 더불어 다소 고구마 같은 전개를 보여주지만, 중후반부 몰아치는 폭풍과도 같은 역전 드라마는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맵고 뜨겁다. 가장 놀라운 건 주연을 맡은 자링이 감독을 겸했다는 것이다. 영화라는 매체의 기적이란 바로 이런 영화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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