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빙의 맛 : 백투더 퓨쳐 - 세 번이나 재더빙된 시간여행물
더빙의 맛 No.3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들은 참 많습니다만 이 영화만큼 세계적인 히트를 한 작품도 없을 겁니다. 바로 1985년작 [백투더 퓨처] 입니다. 한국에서는 2년이 지난 1987년에서야 국내 최대규모의 극장인 대한극장에서 개봉하였지요.
개봉이 미뤄지게 된 건 다들 짐작하듯이 “그 설정”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불편하게 생각한 덕분이고 (그렇다고 2년 뒤에 개봉하면 뭐가 바뀌나…? 비윤리적인게 윤리적인게 되고 막...), 당시 흥행보증수표와도 같았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을 팔아 마치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인 것마냥 홍보를 했더랬지요. 전 사실 그 당시에 이 작품보다도 같은 시기 개봉한 [록키 4]에 더 끌렸습니다만…
여튼 이 작품은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뒀으며 2편의 국내 개봉을 앞둔 1990년에 KBS 1TV를 통해 신년특선으로 방영되었고, 이후 1995년에 1~3편을 모두 재더빙하여 순차적으로 방영하게 됩니다. 2001년에는 SBS에서도 방영했지만 아무래도 더빙의 퀄리티는 KBS 버전이 좀 더 나았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더빙본은 1990년 당시의 최초 더빙판으로 (故)장세준 성우가 마티 역을, (故)이완호 성우가 브라운 박사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당시 미성의 목소리로 잘 생긴 미남 배우들의 목소리를 전담하던 장세준 성우는 극강의 동안을 자랑하던 마이클 J. 폭스의 목소리를 무난하게 소화했더랬죠.
그러나 진짜 환상의 싱크로율을 보여준 건 이완호 성우였는데, 그야말로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한국말로 대사를 친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막강 싱크로였습니다. 연출진들도 그걸 느꼈는지 클라이막스에 전선 코드를 무리하게 잡아 당기다가 연결 부위가 빠지자 “으어어어억????”하던 장면은 굳이 더빙을 안하고 원어를 그대로 내보냈는데,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더군요.
또한 마티의 아버지 조지 맥플라이 역에는 이정구 성우가 캐스팅되었는데요, 그간 근육질의 마초적인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한 성우임에도 어리버리하고 소심한 캐릭터를 능글맞게 잘 보여줬어요. 역시 성우의 연기력은 그런 스펙트럼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은…
1995년 재더빙판에서는 대부분의 성우들이 교체되어 마티 역엔 (고)김일 성우가, 조지 역에는 홍승섭 성우가 캐스팅되었는데, 브라운 박사역은 다시 이완호 성우가 재기용되어 1.2.3편을 모두 소화해내는 저력을 보여줍니다. 이를 계기로 [미티어]나 [화성인 마틴] 같은 작품들에서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전담 성우처럼 활약하게 되었지요. 이분의 목소리는 워낙 개성이 있어서 나중에 또 다른 영화에서 다룰 일이 있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백투더 퓨처]에서 마티 역을 담당했던 두 성우, 장세준 성우와 김일 성우 모두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세준 성우는 잘 아시는 것처럼 KAL 801편 추락사고로 인해 진짜 믿기지 않는 비극으로 39세에 영면하셨고, 김일 성우 역시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인해 이제 50이 갓 넘은 한창의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죠. 두 분 다 미성의 목소리를 가진 성우로 똑같이 성룡의 전담 성우로 활동했다는 공통점도 있군요.
아,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1990년 방영당시 [백투더 퓨처]는 영화가 시작되고 마티가 앰프실의 스피커 볼륨을 최대치로 올린 채 기타 피크를 치켜든 순간 갑자기 광고가 나갑니다. 황당하겠지만 그 당시 KBS의 정책이 그랬어요. 영화 시작하고 몇 분 있다가 광고로 절단신공. ㅋㅋㅋ
P.S: 2001년에 SBS에서도 [백투더 퓨처] 3부작을 방영합니다. 당시 성우로는 마티 역에 김영선 성우, 브라운 박사는 김정호 성우, 조지 역에는 (故)오세홍 성우였습니다. 조금 특이한 점으로는 로레인 역의 송도영 성우인데, 이 분은 과거 1995년 재더빙 당시 3편의 클라라 역을 맡았었어요.
[백투더 퓨쳐] 최초 방영 정보 : 1990.01.02 (화) KBS1 새해특선명화
성우 캐스팅: 장세준, 이완호, 안경진, 이정구, 이호인, 강희선, 김준, 문지현, 장승길, 강구한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