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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 - 작가주의적인 블록버스터

페니웨이™ 2020. 9. 1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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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은 소박한 실험작 [덩케르크] 이후 3년만에 내놓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블록버스터입니다. [메멘토] 부터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개념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 본 놀란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시간을 뒤트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바로 엔트로피 법칙을 역행하는 ‘인버전’이란 개념이지요. 

미래에서 엔트로피 법칙을 뒤집는 기술을 개발한 일련의 무리들이 현실의 무언가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고, 이는 곧 세상의 멸망으로 이어지게 될 것임을 깨달은 소수의 사람들이 ‘테넷’이란 조직을 만들어 이에 대항하는 내용입니다. 뭔가 스토리를 보면 한 편의 애니메이션 스럽기도 하네요. 

[인터스텔라]에 이어 물리학자 킵 손의 자문을 받아가며 완성한 [테넷]에는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물리 현상의 법칙들을 교묘하게 비틀어 놓습니다. 여기에 첩보 스릴러라는 장르적 문법을 섞어 놓아서 영화적 재미도 느끼면서 뭔가 머리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게끔 관객들을 충동질하지요.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역시나 놀란은 블록버스터를 뭔가 더 고급스럽게, 그리고 작가주의 영화처럼 포장하는 마법 같은 작법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놀란의 작품에 대해 호평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도 역시 만족스러울 겁니다. 지적인 유희는 넘치도록 맛볼 수 있으니까요. 장담컨데 한 번의 관람으로 [테넷]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영화관에서의 다차 관람을 요구하는 영화는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고민을 안기게 되지요. 

반면 [인터스텔라]가 한 편의 과학 상식 다큐처럼 느껴졌던 분들에게 [테넷]은 그보다 더 고통스런 물리학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테넷]은 한층 더 불친절하고, 논리적인 오류가 꽤 많이 발견되는 영화입니다. 영화 전체가 수많은 패러독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이건 분명해요. 천편일률적인 히어로물의 홍수 시대에서 [테넷]은 확실히 독창적인 작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흥행성을 담보하는 블록버스터에서 이 정도로 실험적인 전개를 해내가는 건 놀란 정도의 감독이 아니면 어려울 테지요. 문제는 누군가에겐 최고의 영화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재미없는 영화가 될 거라는 거..  놀란의 작품들은 갈수록 그런 현상을 낳게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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