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명탐정 피카츄 -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포켓몬의 실사화
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포켓몬의 실사화
1996년은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가 발매된 지 7년이 되어 가던 해였다. 슬슬 다음 세대로의 기종 전환을 생각하던 닌텐도 측은 전혀 예상치 못한 킬러 콘텐츠를 만나면서 이 계획을 뒤로 미루게 된다. 바로 [포켓몬스터] 덕분이었다.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발매를 시작한 [포켓몬스터]는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게임이 대성공할 조짐을 보이자, 미디어 팩토리라는 회사에서 또 하나의 히트 상품을 개발하는데, 아마 이 글을 보는 분들 가정에도 있을 지 모를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다. 게임보이용과는 달리 독자적인 게임 룰을 채택한 포켓몬카드는 오늘날까지 카드 자체만으로도 수집가들의 콜렉션용 아이템으로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담이지만 필자의 아들도 어린이날 받은 용돈을 포켓몬카드 세 박스를 사는데 다 털어 넣었을 정도. -_-;;;
닌텐도의 상징이었던 ‘슈퍼마리오’ 이래 ‘포켓몬스터’는 일본의 가장 큰 콘텐츠 사업 중 하나가 되었으며, 애니메이션, 피규어, 코믹스 등 미디어믹스 사업에 있어서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화상품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처럼 오랜 세월 탄탄한 팬층을 만드는데 성공한 포켓몬스터는 드디어 닌텐도 3DS용 타이틀로 발매된 동명의 게임을 기반으로 한 [명탐정 피카츄]의 실사화로 게임을 원작으로 한 실사영화의 대열에도 합류하게 된다.
사실 게임의 영화화라는 작업이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명탐정 피카츄] 역시 기대보다는 우려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닌텐도 굴지의 히트작 ‘슈퍼마리오’가 어떻게 영화화 되었는지를 한 번 떠올려 보라.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명탐정 피카츄]는 게임원작 영화로서는 최대 오프닝 성적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그 중에서도 현실성 있게 표현된 포켓몬에 있어서 평론과 관객들의 일치된 호평을 받았는데, 원작의 느낌을 충실하게 재현한 피카츄와 더불어 극장판 [뮤츠의 역습]의 오프닝을 멋지게 오마주한 뮤츠, 귀염둥이 포스를 보여준 꼬부기와 고라파덕 등 익숙한 포켓몬 캐릭터의 등장이 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든다. 포켓몬의 목소리를 맡은 라이언 ‘데드풀’ 레이놀즈와의 싱크로도 좋은 편.
물론 캐릭터의 완성도가 작품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명탐정 피카츄]의 플롯은 다소 뻔한데다, 전개 과정도 루즈한 편이라 딱히 포켓몬의 팬이 아니거나 아이를 동반하지 않은 부모라면 지루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특히 제한된 러닝타임 속에 원작 게임의 플롯을 담아내려다 보니 명색이 ‘탐정물’의 서사를 차용하고 있으면서도 추리와 관련된 내용이 대거 생략되어 버려 사실상 반전의 묘미도 퇴색되어 버렸다. 즉, 보편타당한 재미를 갖춘 작품은 아니라는 것.
반면 소싯적 포켓몬카드 좀 만져봤거나 ‘피카피카’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반응을 보이는 분, 실사로 재탄생한 포켓몬들의 배틀을 보고 싶은 분에게는 꼭 추천할만하고 무엇보다 본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최상의 조합은 최근 입덕한 자녀와 함께 추억 소환의 시간을 가지길 원하는 부모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오픈 케이스
리뷰에 사용된 초도한정 아웃케이스 버전의 경우 2D+3D의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총 6장의 포켓몬 캐릭터카드가 증정된다. 바로 이 캐릭터카드 때문에 스틸북과 아웃케이스 버전 사이에서 고민할 분들이 많을 듯 하다.
블루레이 퀄리티
[글래디에이터], [로건] 등의 촬영을 담당했던 존 매티슨이 35mm 코닥 필름으로 실사파트를 촬영한 본 작품은 2K 해상도로 DI 처리한 소스를 컨버팅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일단 영상의 특징은 [블레이드 러너]나 그 밖의 사이버펑크 영화들이 내세우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의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다소 음침하고 색 바랜 느낌을 주는 편이다. 이를 화질의 좋고 나쁨으로 평가하기엔 무리인 것이 원 소스가 필름인데다, 촬영 감독이 고전적인 SF의 화면에 가깝게 세팅을 한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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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객관적인 측면에서 보면 [명탐정 피카츄] 블루레이의 화질은 수준급이다. 어두운 배경과 휘황찬란한 네온 사인의 강렬한 대비, 핵심적인 배경 요소와 각종 오브젝트의 소소한 디테일 잡아내는 정밀한 해상력이 인상적이다. 필름을 사용한 작품이지만 눈에 띄는 그레인이나 노이즈 감소를 위한 뭉게짐도 발견되지 않는다. 피카츄의 털이나 리자몽의 피부와 같은 표면 요소들의 질감도 확실하게 전달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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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스펙은 대세인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며, 라임시티 상공에서 펼쳐지는 액션씬과 배틀 경기장에서 각종 포켓몬들이 그들의 특기를 발휘하는 장면들에서 훌륭한 현장감을 선사하는데 신경을 쓴 것이 역력하다. 채널간의 분리도도 우수하지만 리어와 오버해드 채널이 만나 생성해내는 음장효과의 공간감은 돌비 애트모스 특유의 장점을 잘 살리며,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포켓몬들의 대규모 액션씬에서 절정의 위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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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한국 정발판의 장점이라면 D.D 5.1 채널로 수록된 한국어 더빙일 것이다. 물론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걸출한(…) 배우의 목소리 연기를 들을 수 없는 건 아쉽지만 한국어 더빙의 퀄리티가 워낙 괜찮은 편인데다 전체적인 번역 또한 자막보다 더 찰지고 귀에 착착 감기는 맛이 있어서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면 리뷰어 개인으로선 더빙판을 선택할 정도다. (참고로 더빙판의 피카츄 목소리는 홍범기 성우가, 팀과 루시는 장민혁, 김서영 성우가 맡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막의 번역은 오역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직역에 가까운 밋밋한 번역이 조금 거슬리는 편.
스페셜 피처
‘Detective Mode’는 일종의 팝업 트랙으로 포켓몬 캐릭터의 능력치라든가 비하인드 스토리, 배우들의 신상명세 등 각종 이스터에그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포켓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분들이라면 유용할 만한 기능.
‘Alternate Opening’은 영화에 사용되지 않은 또다른 오프닝으로 보험회사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팀이 직장 동료로부터 업무 후 포켓몬 사냥을 하러 가자고 제안받자 이를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종의 이유’로 인해 팀이 포켓몬과는 거리를 두려 한다는 점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개의 파트로 나눠진 ‘Creating the World of Detective Pikachu’는 라임시티나 액션,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메이킹 필름이다. 그 중에서도 ‘Colorful Characters’에서는 주인공을 맡은 저스티스 스미스와 캐서린 뉴튼 및 라이언 레이놀즈가 극 중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라이언 레이놀즈는 자신이 맡은 피카츄에 대해서 말하길 “누가 나를 고열에 튀겨서, 조그만 노란 녀석에게 주입한 듯한 캐릭터’라고 표현한다.
‘Ryan Reynolds- Outside the Actor's Studio‘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짤막하게 더 다룬다. 그는 딸들을 학교에서 데리러 가는 길에 캐스팅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그 즉시 딸들에게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피카츄는 그 아이들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_-;;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가 그 후 1년 간을 거의 피카츄라는 캐릭터에 동화되어 살았던 것 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관련 서적은 물론이고 심지어 포켓몬들의 키 높이에 맞춰 살아보기도 했다고 하니 라이언 레이놀즈가 이런 메소드 배우였는지 새삼 놀라울 따름.
‘My Pokemon Adventure’는 저스티스 스미스가 나와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 해주는 부가영상으로서 아직도 1세대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를 다 갖고 있을 정도로 열성 팬이었음을 고백한다. 제일 좋아하는 포켓몬은 2세대인 리아코라고.
스페셜 피처 목록
- Detective Mode (104:32)
- Alternate Opening (01:41)
– My Pokemon Adventure (02:13)
- Creating the World of Detective Pikachu: Welcome to Ryme City (02:50)
- Creating the World of Detective Pikachu: Uncovering the Magic (03:58)
- Creating the World of Detective Pikachu: Action (04:04)
- Creating the World of Detective Pikachu: Colorful Characters (06:41)
- Creating the World of Detective Pikachu: Bringing Pokemon to Life (03:18)
- Mr. Mime's Audio Commentary (03:00)
- Ryan Reynolds- Outside the Actor's Studio (01:32)
- "Carry On" by Rita Ora & Kygo - music video (3:46)
총평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이야기가 아동용 애니메이션 수준에 머물러 있고 포켓몬들과는 달리 인간 캐릭터의 매력이 확연히 떨어진다는 점 등 아직은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그러나 원작파괴의 흠좀무한 결과물을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점, 특히 캐릭터 리모델링에 실패하기 쉬운 게임 원작의 실사화에서 가장 큰 난관을 순탄하게 넘겼다는 점에서 일단은 합격점을 줄 만한 작품이며 향후 포켓몬 세계관을 공유하는 실사 영화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블루레이로 출시된 [명탐정 피카츄]는 화질과 음질 면에서도 모두 만족할만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국어 더빙 트랙이 수록되어 있어 자녀와 함께 감상하기를 원하는 포켓몬 콜렉터들에게 있어서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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