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국제시장 - 불편하지만 영리한 신파극
이젠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린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기획당시부터 관객몰이를 꽤 하겠다는 예상은 했으나 이토록 순조롭게 천만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최초로 두 편의 천만관객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윤제균 감독이 가져갈 줄은 몰랐다. 우선 영화를 살펴보면 만듦새 자체는 나쁘지 않다. 헐리우드 영화의 국산화라는 치환법에 매우 충실해 기시감이 곳곳에 느껴지는 민망한 상황 속에서도 관객의 시선을 꾸준히 붙잡는 힘이 있다.
[국제시장]은 6.25라는 비극의 현장으로 시작해 삶 자체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던 한 남자의 삶을 조명한다. 흥남철수와 파독광부, 베트남 파견, 이산가족 찾기 등 한국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의 한복판에 있었던 주인공 덕수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버지요,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들의 삶은 분명 윤택한 경제 성장의 과실을 맛보고 있는 현 세대에 비해 훨씬 가혹했고 거칠었다. 영화는 웃음과 감동으로 적절히 뒤섞인 내러티브 속에서 그들에 대한 이해와 존경을 호소한다. 꽤나 영리한 신파극이다.
그러나 [국제시장]은 [포레스트 검프]처럼 '워터게이트'와 같은 정치, 사회적 치부는 '결코' 건드리지 않는다. 철저히 덕수가 처한 상황, 그 처절한 삶의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내던저진 조건에 순응하고 적응해 '이만하면 잘 해낸' 가장에게 보내는 찬사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이 영화에게 쏟아진 진보와 보수의 정치색에 대한 논란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민감한 정치적 논의를 떠나 [국제시장] 안에 호소는 있을 지언정 그 호소가 기대고 있는 정서는 지극히 단순하다. 자식 세대를 위해 희생한 어른들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7포세대라 불리는 요즘의 젊은이들, 우리가 고생했으니 너희가 이만큼 먹고 사는 것이라는 기성 세대의 훈계가 공허하게 들리는 자녀 세대에게 얼마나 진정한 호소력을 줄지는 의문이다. 굳이 이런 감성팔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존경받을만한 사람들에게는 가만히 있어도 존경이 돌아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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