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 약간 불친절해도 재미있으니 괜찮아
-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가진 부담감은 전작에 비해 훨씬 더 늘어났습니다. 경이적인 흥행기록과 더불어 매우 만족스런 결과를 보여준 전편을 감독 스스로가 뛰어넘어야 할 상황인데다, 정작 이 작품을 촬영하던 중에 나온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예상 외의 완성도를 갖춰 극찬을 받았으니 말이죠. (일종의 팀킬? 하하)
이미 전작을 통해 어벤져스 팀을 결성하고, 서로의 개성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가운데 조화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조스 웨든은 이번에 조금 더 세밀하게 캐릭터의 고뇌에 접근합니다. 해체된 쉴드 대신 어벤져스 본부의 책임자를 자처하고 나선 토니 스타크는 큰 책임을 받아들인 만큼 자신의 결정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정이 있는 호크아이나 이젠 한 사람의 여자이고 싶은 블랙 위도우, 전쟁 영웅으로서의 아이덴티티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캡틴 아메리카 등등 모두가 갈등과 고민을 가지고 있지요.
결국 사고를 치는 건 토니 스타크입니다. 그는 더 이상 어벤져스가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브루스 배너와 몰래 울트론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하지만 울트론은 스타크의 이상을 불완전하게 받아들여 반란을 일으키고 여기에 히드라의 실험체인 퀵 실버와 스칼렛 위치가 가세하면서 어벤져스는 다시금 큰 위기를 맞이합니다.
메인급 캐릭터들이 득실대는 올스타전에서 각 캐릭터의 개성을 속속들이 뽑아내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다행이도 전작인 [어벤져스]는 이러한 위험요소를 지혜롭게 극복한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풍성한 볼거리와 팬심에 부응하는 잔재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만, 굵직한 이야기가 끌고가는 힘에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맛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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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새로 추가된 캐릭터가 많아진 반면, 이들이 기존 멤버들의 틈에 녹아드는 방법이 조금 성급하게 다뤄진 느낌입니다. 나름 중요한 플롯-이를테면, 토르의 샘물장면-들은 과도하게 생략되어 있고, 다양한 서브플롯과 메인 플롯이 만나는 접점은 불친절합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이해도가 높은 관객이라면 크게 문제될 것 없겠지만 전편만큼의 친절함을 원했던 관객에겐 조금 마니악한 느낌으로 다가올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실패작이란 뜻은 아닙니다. 적어도 관객들은 조스 웨든이 품은 작가적 욕심(혹은 그가 그리는 히어로의 고뇌)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헐크버스터니 베로니카니 하는 상상속에서만 가능하던 전투 시스템이 실사로 구현되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사실 헐크버스터씬이 영화의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블록버스터로서의 재미로 따지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분명 보통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작품입니다. 속도감 넘치는 편집에 숨 쉴틈 없이 몰아치는 액션, 다음 편을 위한 떡밥, 적절한 유머 등 2시간 이상을 즐길만한 요소는 풍부합니다. 다만 관객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져 있는데다 [다크 나이트]와는 다른 방향으로 슈퍼히어로물의 이정표를 세운 [어벤져스]의 위상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작품은 일보전진보다 제자리 걸음에 더 가깝다고 봐야겠지요.
1편의 성공이 캐릭터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데 있었다면 이번 속편의 단점은 캐릭터들의 지분을 너무 많이 챙겨주는데서 오는 것 같습니다. 이미 익숙해진 캐릭터를 정리하고 새로 판을 짜는 건 상당한 모험이지만 MCU의 세계관에서 한 번은 겪어야 할 과제입니다. 아마 이어지는 페이즈3에 이르러서 특정 캐릭터의 집중도를 높히고 버릴만한 캐릭터는 버리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지지 않을까요? 이 작품을 끝으로 [어벤져스]가 조스 웨든의 손을 떠나버린 이상 이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웨든의 솜씨를 볼 수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하군요.
P.S:
1.서울 장면은 의외로 많은 분량(한 20분 정도)에도 불구하고 때깔이 참 안 좋더군요. 개인적으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표현하기에 좋은 시간은 낮이 아니라 야경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새빛둥둥섬이 가장 그럴 듯 해 보인다는게... -_-;;;
2.김수현의 캐스팅은 꽤 적절해 보입니다. 영어실력이나 비주얼, 뭘로 보더라도 소위 네임드 배우중에서 대체할만한 마땅한 배우가 떠오르지 않더군요.
3.원작인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울트론은 창조자는 토니 스타크가 아닌 행크 핌 박사입니다. 이 사람이 MCU 페이즈2를 장식할 [앤트맨]의 주인공이지요.
4.아마도 [어벤져스] 2.5가 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루소 형제가 감독인 만큼 좀 더 진지하고 정치적인 색체를 띈 쪽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무엇보다 MCU 페이즈3의 분기점이 될 '시빌 워'의 원작을 고려해 보면 거의 틀림 없을겁니다.
5.줄리 델피가 나옵니다. 블랙 위도우의 어린시절 교관으로요. 허...세월의 무상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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