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열전(續篇列傳) : 나바론 2 - 평화의 댐 홍보영화가 된 사연
속편열전(續篇列傳) No.35
요즘은 없어졌습니다만 예전에는 '시청자가 뽑는 영화 베스트 5'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방송국에서 대상영화를 올려주면 시청자들이 전화나 엽서를 통해 선정해 한 달 동안 재방영해주는 그런 코너였지요. 이 기획의 목적은 시청자들의 방송 참여의식을 높이고 영화팬들의 재방송 요청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는데 어쨌거나 지금처럼 VOD나 블루레이가 있던 시절도 아니고 VTR도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 추억의 명화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꽤나 큰 즐거움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1986년에도 어김없이 KBS에서는 영화 베스트 5를 선정했었지요. 당시 신청 대상영화로는 [오리엔트 특급], [닥터 지바고], [소피의 선택], [슈퍼맨 2] 등 쟁쟁한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때 [오리엔트 특급]에 1표를 던졌습니다만 그 해에 선정된 다섯 작품은 [슈퍼맨 2], [챔프], [사랑과 갈채의 나날], [닥터 지바고] 그리고 [나바론 2] 였습니다. 다른 작품은 모르겠는데 저는 [나바론 2]의 선정이 조금 납득이 가질 않더군요. 이게 베스트 5로 꼽힐 만큼 대단한 작품이었나 싶기도 하고.. 여튼 의외였습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우선 이 작품을 살펴보면 [나바론 2]는 전작 [나바론 요새]의 속편으로서 원작을 쓴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동명 소설에 기초한 작품입니다. 즉, 1,2편 모두 소설로 나왔고 이를 모두 영화로 옮겼습니다. 전편에서 나바론의 거포를 제거하는 임무를 완성한 주인공들이 영국 구축함에 의해 구조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유고슬라비아를 배경으로 목요일 자정부터 토요일 새벽 2시까지 사흘동안 벌어지는 긴박한 게릴라 전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1943년 3월 네레트바 계곡에서 있었던 전투를 소재로 삼았다고 합니다.
일단 이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가 1978년. 전작으로부터 17년이나 흐른 시점이라 전편의 주연이었던 그리고리 펙과 데이빗 니븐에게는 섭외요청 자체가 아예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그레고리 펙이 맡았던 말로리 소령 역에는 로버트 쇼가, 데이빗 니븐의 배역인 밀러 하사는 에드워드 폭스가, 리처드 해리스가 맡았던 미국 레인저 부대의 반스비 중령은 해리슨 포드가 각각 캐스팅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리처드 키엘이나 바바라 바흐 등이 섭외되었는데 흥미로운건 이 두 사람이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와 [휴머노이드]에 이어 세 편의 영화에 함께 출연했다는 겁니다.
ⓒ Columbia Pictures Corporation, Navarone Productions, American International Pictures (AIP).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은 특공 침투영화의 마스터피스로 불리는 전작의 진중한 분위기와 달리 경쾌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영화입니다. 실제로도 포복절도할만한 유머가 자주 등장합니다. 앞서 언급한 캐스팅에 더해 [록키]의 칼 웨더스, [장고]의 프랑코 네로 등 1편에 버금가는 초호화 배우들이 득실거리는데, 전체적인 짜임새가 전작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오락적인 재미면에서는 오히려 1편을 능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유고 파티잔 부대에 위장 칩입한 니콜라이의 정체를 밝히는 장면인 꽤나 스릴넘치는 장면이기도 하지요.
약 1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나바론 2]는 720만 달러 정도를 버는데 그치며 사실상 흥행에는 실패. 전작과의 비교 우위에서도 밀려 평론가들의 큰 호흥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이 작품은 명배우 로버트 쇼의 완성된 유작으로 남게 되었으며 [스타워즈] 이후 헐리우드의 신성으로 떠오른 해리슨 포드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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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두에서 언급한 [나바론 2]가 1986년 당시 시청자가 뽑는 영화 베스트 5의 첫번째 영화로 선정된 이유. 그건 바로 다음의 장면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지 추측일 뿐. 팩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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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의 사람들은 '읭? 이게 왜?"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텐데요. 당시 학창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모두가 기억할만한 대국민 사기극. 바로 '평화의 댐'이 한창 떠들석 하게 홍보되던 바로 그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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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북한이 금강산에 거대한 댐을 만든 뒤 폭파시켜 서울을 수장시켜버릴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계획과 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평화의 댐을 건설해야 한다며 코흘리게의 손 때묻은 소중한 용돈까지 성금으로 걷어간 전대미문의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나바론 2]의 하이라이트인 댐 폭파장면은 대단히 효율적인 시각교제였던 셈이지요. 물론 시청자들이 정말로 이 영화를 너무너무 사랑하고 또 보고 싶어서 다시보고 싶은 영화 1위를 차지했을 수도 있겠지만 진실은 이미 저 너머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헐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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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가이 해밀턴 감독은 이 영화 이후 이렇다 할 영화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야심작 [레모]는 대참패. 이후 몇편의 영화를 만들긴 했지만 전성기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수준이었지요.
2.로버트 쇼는 [나바론 2]가 개봉되기 바로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미완의 유작으로는 [지옥의 사자들 Avalanche Express, 1979]을 남겼지요. 가이 해밀턴과는 [공군대전략]에서도 함께 한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 안타까웠던 배우죠. 한국에서는 성우 김병관씨가 목소리를 전담하다시피했는데 싱크로율이 100%.
3.혹자는 이 영화가 왜 [나바론 요새]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사실 주인공들이 1편의 주역들이라는 사실 말고도 전작과의 중요한 연계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니콜라이 레스코바라는 인물 때문입니다. 1편에서 투떼 렘코우가 연기한 이 캐릭터는 나바론 작전 당시 말로리 일행을 배신했던 바로 그 인물로 2편에서는 프랑코 네로가 맡아 극의 긴장감을 높입니다. 즉, [나바론 2]는 1편에서 배신당한 말로리의 복수와도 관련이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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