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열전(續篇列傳) : 슈퍼맨 2 - 두 명의 감독, 두 개의 버전 (1부)
속편열전(續篇列傳) No.28
'슈퍼히어로물은 유치하다!' 이 공식이 깨어지기 시작한건 1979년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 더 무비]부터였습니다. 사실 1970년대까지만해도 마블이나 DC의 슈퍼히어로 코믹스물은 독자들의 기성세대화에 기인한 판매고 급감으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서로 경쟁관계에 있던 마블과 DC는 이 난관을 이겨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연합전선을 구축해 1977년 [슈퍼맨 대 스파이더맨]이라는 크로스오버물을 내놓는가 하면, 영화나 드라마 등 실사화의 진출을 통해 필사적으로 활로를 모색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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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의 영화기술이나 슈퍼히어로에 대한 인식으로는 '슈퍼히어로=소년만화'의 틀을 벗어나기가 무척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슈퍼맨: 더 무비]는 바로 이런 와중에 기획된 작품이었던 것이죠. 실제로 [슈퍼맨: 더 무비]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일야 솔카인드가 제작자인 피에르 스팽글러에게 [슈퍼맨: 더 무비]의 기획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을때 '형편없는 아이디어'라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로 슈퍼맨의 인지도는 미국의 대중문화 그 이상을 뛰어넘지는 못했습니다.
따라서 [슈퍼맨: 더 무비]의 영화화가 결정되었을때 감독인 리처드 도너를 비롯한 제작진의 결의는 단 하나였습니다. '유치한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 실제로 도너는 영화 촬영내내 'Verisimilitude' (그럴듯한, 신빙성있는)라는 배너를 사무실에 붙여놓으며 [슈퍼맨: 더 무비]가 허황되지 않는 리얼리즘 노선의 진지한 히어로물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려 했습니다. (이 배너는 지금도 그의 사무실 한 벽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우린 슈퍼맨 이야기를 ‘실존하는 이야기’처럼 그려내려 했다. 이는 정말로 까다로운 작업이었는데 만약 우리가 한 순간이라도 사실성을 포기하게 된다면 [슈퍼맨: 더 무비]의 신화적인 품격은 단 한 번에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 [슈퍼맨: 더 무비]의 감독 리차드 도너
이렇게 [슈퍼맨: 더 무비]는 슈퍼맨을 현실속으로 소환하여 기존의 슈퍼히어로물이 보여주었던 유치함을 제거하고 고뇌하는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창조해 팀 버튼의 [배트맨]을 비롯,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이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등 현재 헐리우드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은 슈퍼히어로물의 모태가 됩니다.
그러나 [슈퍼맨 2]에 들어서면서부터 이 클래식 슈퍼히어로 프렌차이즈의 위상은 조금씩 흔들리게 됩니다. 물론 1편만큼이나 재밌는 영화였지만 [슈퍼맨 2]는 어딘지 유치한 느낌도 들었고, 완벽했던 1편과는 달리 개연성에 있어서 빈틈을 드러내는 부면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다시 [슈퍼맨: 더 무비], 아니 그 이전으로 잠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겠네요.
제작자인 솔카인드 부자는 [슈퍼맨: 더 무비]를 만들기 이전에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삼총사] 2부작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둡니다. 근데 [삼총사], [사총사]로 나뉜 이 영화는 애초에 1편의 영화로 기획된 작품이었습니다. [삼총사]의 촬영 종료 후 편집과정을 지켜보던 알렉산더 솔카인드는 리처드 레스터 감독-훗날 [슈퍼맨 2]의 감독-이 찍은 영화의 촬영분이 어마어마해서 영화 두편을 만들고도 남을만큼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는 어떤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영화를 둘로 나눠서 순차적으로 개봉한다는 것이었지요. 1973년에 [삼총사]로 편집된 전편을 공개하고, 이듬해에는 후반부인 [사총사]를 공개해 수익을 극대화 시킨다는 전략이었던 겁니다. 예상대로 영화는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 1억2천만 달러의 대박을 쳤지만, 이로인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격노 스킬을 시전하게 됩니다. 자신들의 동의 없이 영화를 두편이나 나눠서 개봉했으니 영화 '한 편'에 해당하는 출연료만 받은 배우들의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만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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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솔카인드 부자가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합의에 이르게 되었고 이 사건을 통해 영화계에는 ‘솔카인드 조항 Salkind clause'이라는 새로운 계약관행이 생겨납니다. [백 투 더 퓨쳐 2,3]이나 [반지의 제왕] 3부작, [킬 빌] 같은 작품들은 모두 이러한 솔카인드 조항이 적용되어 한번의 촬영으로 여러편의 영화에 동일한 배우들이 출연하게 된 영화들입니다.
[슈퍼맨 2]는 바로 솔카인드 조항이 적용된 최초의 영화입니다. 다시말해 원래의 [슈퍼맨: 더 무비]는 2부작을 예상한 솔카인드 부자에 의해 영화 두 편에 해당하는 촬영분이 완료되었고, 따라서 애초의 [슈퍼맨 2]는 리처드 도너가 감독한 영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잠깐, 아까 [슈퍼맨 2]의 감독인 리처드 레스터의 작품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네, 바로 여기에서 [슈퍼맨 2]에서 왠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졌던 이유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원래 [슈퍼맨 2]는 리처드 도너에 의해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1,2편이 동시에 촬영되고 있었지요.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슈퍼맨: 더 무비]의 전권을 휘둘렀던 솔카인드 부자가 도너와 심한 갈등을 빚게 된 겁니다. 애당초 솔카인드 부자와 스팽글러는 [슈퍼맨: 더 무비]를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계획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제작비 조달을 스스로 감당하도록 워너측과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자금문제에 관해 예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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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이 선임한 리처드 도너가 예상밖의 '완벽주의자'였던 까닭에 [슈퍼맨: 더 무비]의 촬영은 한없이 지연되고 있었지요. 촬영기한의 초과와 더불어 자금줄이 말라가자 제작진(특히 피에르 스팽글러)과 도너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고 맙니다. 결국 이 상항에서 제작자겸 자문으로 참여한 '어떤 사람'이 1,2편을 모두 완성시키기 보다는 1편부터 완성시키고 나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이 어떤 사람이 누구인지는 후에 밝히겠습니다.
이려한 이유로 인해 [슈퍼맨: 더 무비]는 원래 리처드 도너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편집되어 극장에 걸리게 됩니다. 가장 크게 바뀐 게 엔딩부분이었는데 이 역시 나중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고, 어쨌거나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슈퍼 히트작의 속편이 나온다면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건 불보듯 뻔한 사실이었죠. 1,2편이 동시에 촬영이 이루어져 인과관계와 플롯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속편이 될 예정이니만큼 제작진의 기대감은 엄청났습니다.
문제는 마찰을 빚었던 리처드 도너의 복귀여부였습니다.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슈퍼맨: 더 무비]의 천문학적인 흥행으로 이미 증명되었고 이 상황에서 검증된 감독인 도너를 배제한다는 건 제작자로서도 엄청난 부담이었습니다. 게다가 도너는 이미 [슈퍼맨 2]의 70% 이상을 촬영까지 마친 상태라 [슈퍼맨 2[에 대한 모든 계획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허나 제작진은 완벽을 위해서라면 무한 리테이크를 반복하는 도너의 스타일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포스팅은 2013.8.7. Daum View의 추천글에 선정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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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DVD Prime에 기고한 김정대님의 컬럼 [슈퍼맨의 클래식 4부작의 모든 것]에 기초한 글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