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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 격동의 시대에 권력의 정점에 올랐던 남자

페니웨이™ 2013. 3.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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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릿빛 감도는 미국의 1센트짜리 동전과 5달러짜리 지폐에는 애이브러햄 링컨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워싱턴 D.C에 있는 링컨 기념관 앞에는 거대한 링컨의 좌상이 놓여져 있지요. 고작 200여년 밖에 되지 않는 미국의 역사 속에서 링컨의 영향력은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있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을 통해 변호사가 되어 오하이오주 국회의원으로 당선, 이후 미합중국의 16대 대통령이 된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된 그는 노예해방이라는 일생일대의 업적을 이루게 됩니다. 덕분에 링컨에 대한 이미지는 오늘날까지도 유능하고 인도주의적인 지도자로 남아있게 되었지요.

물론 객관적으로 한발 물러서서 보면 링컨의 이러한 처세 이면에는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노예해방이라는 구실을 이용했다는 의구심이 깔려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요. 어쨌거나 그는 미국의 유일한 내전상황에서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가운데 전례없는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휘둘렀던 인물이니 말이죠.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미국인들의 이목을 끌었던 작품입니다. 그간 실존 대통령의 삶을 다룬 영화들이 제법 많았습니다만 일단 헐리우드의 거장인 스필버그가 링컨의 삶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죠. 게다가 현직 미국 대통령은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니 시기적으로도 절묘한 타이밍이긴 합니다.

사실 링컨의 삶에서 영화적 요소를 뽑아내자면 꽤나 많습니다. 남북전쟁이나 링컨의 암살사건 또는 링컨의 청년기나 (사실 이 부분은 이미 존 포드의 [젊은 링컨]에서 충분히 다룬적이 있군요)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선거전 등등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습니다. 심지어 얼마전에는 링컨을 액션히어로로 묘사한 [링컨: 뱀파이어 헌터]같은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 DreamWorks SKG,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스필버그는 [링컨]에서 링컨 최후의 몇달간을 집중적으로 조명합니다. 재선에 성공하고 남북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에 헌법 제13조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링컨이 보여준 정치가로서의 역량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죠. 겉으로는 수정안 통과를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매수에 착수하면서 겉으로는 평화협상을 진행하는 척 훼이크를 쓰는 모습은 여지없이 교활한 정치인의 모습입니다. 또한 남북전쟁에는 온갖 대의명분을 부여하면서도 정작 자원입대를 강력히 희망하는 아들을 만류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링컨]은 격동의 시대에 권력의 정점에 올랐던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서 무척이나 덤덤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억지스럽게 링컨을 영웅으로 만들거나 위인전에서 비춰진 전형적인 이미지로 재단할 의도는 보이질 않습니다. 말하자면 [링컨]은 전기영화가 아니라 일종의 정치드라마라고 볼 수 있겠지요. 영화의 완성도는 훌륭합니다.

[링컨]의 에너지는 링컨의 현시라고 할만큼 완벽한 링컨을 연기해 생애 세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가져간 다니엘 데이-루이스에게서 나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느릿한 발걸음과 덥수룩한 수염, 깊게 페인 주름 등 평소 우리가 알고있던 링컨의 외형적인 특징 모두를 기가 막히게 소화해내었지요. 아마 역대 미국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로서는 가장 그럴 듯 한 연기를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겁니다.

ⓒ DreamWorks SKG,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아울러 최근 주가가 최고조로 오른 조셉 고든-레빗이나 명배우 토미 리 존스, 샐리 필드, 젝키 얼 헤일리, 제임스 스페이더 등 재능넘치는 배우들의 탄탄한 조연연기도 볼만합니다.  특히 마지막 반전아닌 반전을 선사하는 스티븐스 의원 역의 토미 리 존스는 왜 그가 그토록 집요하게 노예해방에 정치인생을 올인했는지 매우 설득력있게 묘사합니다.

언제나 스필버그의 영화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존 윌리엄스의 스코어나 한치의 빈틈도 없이 계산된 영상을 카메라에 담은 야누즈 카민스키 촬영감독 등 스탭들의 역량도 대단합니다. 물론 이 모든 앙상블의 배후에는 명감독 스필버그가 있습니다. 그가 링컨의 신화적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정치에 직면한 링컨의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은 기대 이상으로 영화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인들에게 있어 [링컨]은 남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일 겁니다. 스필버그의 휴머니즘적 성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며 이는 전통적인 미국적인 감수성과도 일치하니까요. 하지만 바로 이점이 국내 관객에게는 거부감을 주기도 할겁니다. 더욱이 긴 러닝타임도 부담일텐데 정치혐오증에 걸린 사람들에게 [링컨]은 그리 재미있는 영화가 아닐테니까요.

 

P.S: 개인적으로는 링컨을 처음 알게 된게 삼성출판사에서 발행한 만화위인전을 통해서 였습니다. 그 책에서는 링컨의 아내를 엄청난 악처로 묘사하고 있는데, 덕분에 [링컨]에서 샐리 필드가 열연한 캐릭터에 좀 더 잘 몰입할 수 있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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