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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마왕 - 1000원짜리 만화책, 1500만원이 되다

페니웨이™ 2012. 5. 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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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들의 강압적이고 독단적인 운영방식 때문에 탈퇴한지 꽤 되었다만 코베이라는 사이트에 가면 지금은 구하기 힘든 옛날 만화들이 경매에 속속 올라온다. 멸시받던 우리 고유의 컨텐츠들이 재조명받으면서 진가를 인정받는 것을 보면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반면, 이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얄팍한 장사치들의 모습도 썩 보기 좋진 않다.

작년인가… 차성진 작가의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마왕]의 원고가 1500만원에 경매가가 시작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실 외국과는 달리 작가의 원화가 보존되는 일이 극히 드문 한국의 현실상 그나마 가장 마니아층이 두터운 태권브이 작품의 오리지날 원고가 나왔으니 관심을 받는건 그럴수 있다쳐도 도대체 1500만원이라는 가격은 뭘 근거로 책정한 것일까. 아마 기억으로는 이 일이 신문에도 기사화되면서 구설에 오를 기미가 보이자 경매를 중도에 취소했던것으로 안다.

 

그럼 과연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마왕]은 어떤 작품일까.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다만 이 작품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인해 (GNS에서 복간한 김형배 화백의 태권브이 트릴로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접했을 법한 만화다.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마왕]의 이야기는 이렇다. 카시오스 제국의 명장 키로프는 반역자로 몰려 추적대의 추격을 받던 중 운석지대를 통과해 지구로 향한다. 700년전 지구에 불시착한 카시오스의 탐색대가 자하라 사막의 한 고성에 숨겨놓은 황금램프를 차지한 키로프는 램프의 요정 황금마왕을 소환시켜 지구를 정복하려 한다. 키로프의 지시를 받은 황금마왕은 지구의 전투용 로봇을 싣고 순항중이던 한라호를 납치해 이 로봇들을 개조시키고, 적의 음모를 눈치챈 훈과 영희는 태권브이를 출동시켜 이들에 맞선다.

ⓒ 차성진, 다이나믹 프로. All rights Reserved.

본 작품은 인물화에 두각을 나타낸 작가의 특성상 태권브이 관련 작품 중에서도 단연 발군의 작화퀄리티를 보이며 1980년대 당시 국내 만화가들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재미면에 있어서는 태권브이 관련 작품 중에서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야기가 너무 단선적이고 권선징악적인 결말이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태권브이를 딱 보기만 해도 강하리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결을 강요당한 샤만박사만 불쌍해진다.

ⓒ 차성진, 다이나믹 프로. All rights Reserved.

더욱이 디자인 표절문제는 여전한데, 일단 키로프 장군 측의 우주선은 [SF 서유기 스타징가 (국내명 별나라 손오공)]의 퀸코스모스호이며, 후반부에 등장하는 키로프 장군의 딸 다이아나는 오로라 공주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

한라호에 탑승하고 있던 지구의 전투로봇 중에는 볼테스V, 콤바트라V, 다이모스, 그랜다이저, 마징가 제트 등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하다. 무엇보다 작품의 타이틀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황금마왕은 [우주의 기사 테카맨]의 완벽한 짝퉁이다.

ⓒ 차성진, 다이나믹 프로. All rights Reserved.

이렇듯 가뜩이나 마징가제트와의 유사성으로 도마위에 오른 태권브이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게 된 원인 중에 하나는 건전한 방향으로 퍼져나가야 할 원소스 멀티유즈의 사례에서 원작보다 더 심한 표절행위를 첨가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에 부정적인 요인을 불어넣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태권브이와 테카맨의 크로스오버라는 독특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단순한 캐릭터 표절에 머물렀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한국 만화계의 흑역사의 흔적이다.

ⓒ 차성진, 다이나믹 프로.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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