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쇼 - 기성 언론들에 대한 조소의 카타르시스
파워블로거 마케팅이 논란이다. 베비로즈라는 블로거가 공구한 오존살균기의 효능문제가 시발점이긴 했지만, 실상 사람들은 그런 홍보의 대가로 오고가는 액수의 크기에 대해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 평범한 직장인이 10년을 꼬박모아도 벌기 힘든 돈을 단 한번의 공구 커미션으로 챙길 수 있다는 사실에 나를 포함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덕분에 한때는 스타였던 블로거들이 한 순간에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다. 세상만사 참 드라마틱하다.
파워블로거 마케팅에 대한 비난이 [트루맛쇼]가 나온 직후에 터져 나왔다는 점은 참으로 얄궂다. 무슨 음모론을 제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말이지 그 타이밍이 '절묘'했다. 개봉직전 MBC에 의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당했을 정도로 화제성이 있는 리얼 다큐멘터리였음에도 [트루맛쇼]는 극장에서 순식간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덕분에 기성언론들의 몰염치한 뒷돈거래 마케팅은 이슈화되기도 전에 묻혀버렸다.
문제의 [트루맛쇼]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TV만 틀었다하면 나오는 맛집 탐방 프로그램은 공중파 방송의 신뢰성을 담보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여과없이 받아들여졌고, 일종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먹자골목을 돌아다닐때면 TV에 안나온 집이 없을 정도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맛집 신드롬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트루맛쇼]의 PD는 말한다.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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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맛쇼]의 중심 내러티브는 이거다. TV의 맛집프로그램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트루맛쇼]의 PD가 가상의 맛집을 개업한다. 여기저기 몰래카메라를 장치하고, 그럴듯하게 실내장식을 꾸민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엿한 음식점처럼 보이는 하나의 세트장을 놓고 맛집 프로그램의 실무자들과 접선을 시도한다. 과연 TV 맛집은 어떤 매커니즘으로 인해 탄생하는가. 그 어이없는 실체에 대한 실증적인 접근법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에 관련자들이 나와 맛집의 허와 실을 밝혀주는 과정은 때론 경악스럽기까지 하고, 이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언론은 최소한의 윤리도 없는 것인가. 시청률에 목메어 거짓을 포장하는 가식과 위선의 악순환은 과연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누가 만들어낸 관례인 걸까. A라는 음식점을 놓고 방송국 한쪽에서는 위생상태에 대해 고발하는가 하면 다른 방송국에서는 맛집으로 추켜세우는 이 어이상실의 코미디가 벌어지는게 방송가의 현실이라니, 실소가 터져 나온다.
마침내 [트루맛쇼]의 가짜 음식점이 TV 맛집프로에 의해 촬영되고 가공되는 모습을 보면 짜증이 최고조에 이른다. 없는것도 있는것처럼, 최소한의 검증과 양심의 가책도 없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열도록 유혹하는 금단의 마케팅. 여기에 유명 연예인들의 호들갑과 감칠맛 나는 촬영기술이 합쳐지면 완벽한 광고가 탄생한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맛집'의 실체다.
[트루맛쇼]가 선사하는 조롱과 조소의 카타르시스는 상당하다. 겉으로는 시청자들을 위한 맛집 프로를 제작하는 척. 뒤로는 거대한 액수의 이권을 챙기는 방송국의 실태를 고발하지만 더 나아가 이 작품은 씁쓸한 하나의 의문을 낳는다. 과연 맛집 뿐일까? 실은 공공 방송을 가장해 수많은 거짓 뉴스로 시청자를 우롱하는 기성 언론들에 대한 경고이자 고발인 셈이다.
이제 다시 서두로 돌아가자. 파워블로거 마케팅이 문제가 되자 언론들은 신이 났다. 연일 파워블로거들의 행태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더 보태 부풀리기에 나섰다. 뭐 나쁜걸 나쁘다고 하는건 좋다. 그렇지만 적어도 당신들이 그러면 안되지. 같은 선수끼리.
P.S:
1.2011년 8월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사들의 맛집 프로그램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각 프로그램에 대해 경고 조치를 취했다.
2.물론 맛집 방송을 모든 언론을 대표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건 억지다. 대다수의 언론은 '절대로' 이런 비양심적인 집단이 아닐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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