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 영화를 이끄는 배우들의 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에 이어 강풀 원작의 웹툰을 영화화한 네 번째 작품이다. 일반적인 제본만화가 아니라 웹툰이 이렇게 자주 영화화 된 건 드문 케이스라 볼 수 있는데, 언급한 이전 세 작품이 원작의 인기에 비해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건 제작자들로서는 조금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부면이리라.
원인이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웹툰이 주는 재미와 감동을 영화는 그만큼 표현하지 못했다는 게 되겠지만, 사실 [바보]의 경우는 원작의 캐릭터 싱크로와 내러티브의 구조가 거의 90%이상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었음에도 외면받고 말았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도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원작에서 너무 많이 변색된 [아파트]나 설정 변경 및 삭제가 이루어진 [순정만화]의 경우도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실 강풀 작가의 원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부분 영화적인 심상에 의존하고 있다. 웹툰이라는 표현 환경, 그리고 여기에 최적화 된 치밀한 시나리오가 어우러져 독자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만화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이미 영화적인 재미를 주는 원작을 다시 영화화 할 때 어디에 어떻게 손을 대야 할 것인가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원작이 주는 핵심적인 매력포인트를 잘 살리면서도 영화만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영리한 연출법이 어떤 장르보다도 요구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강풀 원작의 영화화가 이제서야 제 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우선 내러티브의 흐름이 양호하며 안정적이다. 전반의 코믹과 후반의 신파로 양분된 극의 흐름은 상당히 잘 균형잡혀 있어서 원작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관객이라 할지라도 몰입에 필요한 여러 가지 단계들을 차분히 밟아 나간다. 지나치게 원작을 의식해 무리수를 둔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다. 적절하게 뺄건 빼고 넣을건 넣은 영리한 연출이 돋보인다.
ⓒ 그대사 엔터테인먼트/ 세인트 폴 시네마. All rights reserved.
아무래도 원작과의 캐릭터 싱크로는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일텐데, 다행스럽게도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배우가 이끄는 힘이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다. 이는 단순히 카툰 캐릭터의 실사화가 주는 동질감을 넘어서 배우 각자가 지닌 고유의 이미지를 잘 활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령 주인공 이순재는 관객들이 익히 보아온 '야동순재'나 '버럭순재'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며, 김수미 역시 원작에서의 치매 노인으로 일반화 시키기 보다는 '욕쟁이 할멈'의 코믹한 이미지를 더해 훨씬 더 맛깔나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여기에 송지효, 오달수 등 조역들의 역할도 제 몫을 다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여러모로 만족감을 주는 영화다. 비록 노년의 로맨스와 인생을 돌아보는 부모의 회한을 담고 있어 중장년 관객층을 겨냥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도 생길 수 있겠지만 젊은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한 요소들로 풍부하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귀엽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노년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엮어가는 사랑의 이야기는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누구나가 공감하기 쉬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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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중 최고의 스토리텔러 중 한명인 강풀의 탄탄한 원작과 이를 잘 해석한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무엇보다 삶의 무게를 직접 느끼며 살아온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 조합을 만들어낸 결과물로서 무엇보다 흥행성만을 추구하는 최근 한국영화계의 흐름 때문에 젊은 스타들에 밀려 조연으로 물러난 배테랑 배우들의 소중한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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