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 - 추억이란 이름으로 즐기기엔 부족하다
[아스트로 보이]의 셀링포인트는 '추억'이다. 1960년대에 방영된 오리지널 외에도 1982년의 리메이크작, 2003년판 두 번째 리메이크작이 제작되는 등 시대를 뛰어넘어 20년의 간격으로 방영되었으니, 거의 모든 세대의 어린이들이 한번쯤 섭렵했을 법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한 극장용 컨버전이 아니라 대세로 자리잡은 풀CG 애니메이션으로 무장한 [아스트로 보이]는 분명 아톰에 대한 추억을 가진 관객들에게 있어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추억만으로 즐기기엔 내가 너무 늙어 버린 것일까. [아스트로 보이]의 기본적인 컨셉이 과거 [우주소년 아톰](원제:철완아톰)의 그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성사된 아톰과의 재회는 그리 감동적이지가 않다. 셀 애니메이션이 주는 오리지널의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위해 CG의 이질감을 최소화시켜 리모델링한 노력은 가상하지만 단순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 머문 스토리라인은 어딘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 Imagi Animation Studios/Tezuka Production Company Ltd. All rights reserved.
오히려 원작에서 강조되었던 '마음을 가진 로봇'의 딜레마를 품은 아톰의 고뇌는 이번 작품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한 모방에 그치는 것과 재해석을 통해 한단계 나아가는 것 중에서 [아스트로 보이]는 전자를, 그것도 아주 소극적인 선에서 택했다. 지금같은 헐리우드의 추세라면 보다 진지한 분위기의 다크 히어로적 아톰이라는 재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련만 [아스트로 보이]의 제작진은 그저 1960년대의 아톰을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옮겨놓았을 뿐이다.
감독이 미국인이어서 일까? 권선징악적 결말과 어린이 애니메이션 특유의 유쾌발랄한 분위기는 미국적인 색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내용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아톰의 모습도 미국식인데, 원래는 검정 빤스와 빨간장화만 신고 있어야 진정한 아톰이건만 아동캐릭터가 반나체로 돌아다니는걸 용납하지 않는 미국기준의 검열 때문에 어울리지 않게 잠바와 바지를 입고 나오니 골수팬들은 불만을 품을만도 하다.
ⓒ Imagi Animation Studios/Tezuka Production Company Ltd. All rights reserved.
가장 비극적인 부분이 되어야 할 아톰의 탄생과정이나 동료 로봇과 싸워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아톰의 모습은 아주 잠깐 슬픈듯하다가 이내 우등생의 모범답안처럼 평면적인 구성으로 처리된다. 메트로폴리스와 지상민들로 대변되는 빈부 격차문제나 폐기되는 로봇들의 권리, 그리고 정치적 야심을 위해 과학을 이용하는 부패한 정치인 등 매력적인 소재들로 득실대는 이 작품이 이토록 평이하고 무덤덤할 수밖에 없는 건 왜일까? 디스토피아적인 배경 설정에 비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희망만을 강조한 탓에 알록달록한 영화의 색깔을 온통 하얗게 칠해 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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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톰은 추억의 한 구석에 남아 있어야 했다. [아스트로 보이]는 단지 추억만을 이용해 과거의 영광을 새시대에 재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몸소 증명한 셈이다. 문득 한창 떠들석하다가 제작이 지연되고 있는 [로보트 태권브이]의 실사화가 얼마나 위태로운 시도인지 실감나기 시작했다. 오리지널을 뛰어넘을 비장의 각오가 없다면 과거의 추억은 그대로 묻어두는게 때론 더 나은 법이다.
*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Imagi Animation Studios/Tezuka Production Company Lt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