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 레이더: 어센션 - 팬무비로 태어난 게임속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
그녀는 1996년의 어느날에 나타났다. 여자의 몸으로 홀로 절벽을 타고 내려오다 달려드는 늑대들을 원샷원킬로 처리하는 이 글래머러스한 여성의 이름은 라라 크로프트. 에이도스사의 '툼 레이더'는 말 그대로 해성처럼 계임계에 등장했다. 당시 도스기반이었음에도 게임내내 풀 3D방식의 액션 어드벤처 스타일을 고수한 게임은 '툼 레이더'가 시초였다해도 무방하다.
사실 기존에도 어드벤처 게임은 존재했고 악당들을 물리치며 고대의 유물을 차지한다는 내용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류의 스토리라면 '인디아나 존스'의 아류정도로 밖에 평가받지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툼 레이더'는 오히려 3D 어드벤처 게임의 선두적인 위치에서 다른 작품들 위에 군림하는 최강자로 떠오르게 된다. 심지어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루카스 아츠의 '인디아나 존스' 마저 SCUMM 시스템을 버리고 '툼 레이더'와 같은 3D 어드벤처로 컴백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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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툼 레이더' 시리즈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키보드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의 조작법이라든가 풍부한 퍼즐 등 게임 자체의 매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가 여성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녀는 고고학자라는 뽀대나는 직업을 가진데다가 영국의 귀족가문 출신에 거대한 저택을 소유한 말 그대로 엄친딸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환경과는 달리 그녀는 강인함과 지성, 그리고 귀족적인 우아함을 동시에 소유한 인물로서 남자들도 버거워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전사같은 이미지도 함께 지녔다. 이런 언벨런스한 구성은 오히려 팬들의 관심을 자극하게 되는데, 기존의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캐릭터, 기계적인 게임속 주인공이 아니라 실제 인격체와도 같은 생명력이 그녀에게 있었던 것이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라라 크로프트는 원래의 이미지를 잃고 서서히 성적매력을 부각시키려는 제작진의 오판에 의해 퇴색되어 버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라만큼 확실한 네임벨류를 지닌 게임계의 캐릭터는 얼마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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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작 [툼 레이더]는 실패를 거듭하는 게임의 영화화 역사에서 그나마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데, 그 이유도 바로 라라 크로프트라는 캐릭터의 싱크로가 배우와 아주 잘 매칭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은 기획당시부터 오로지 '누가 라라 크로프트를 할것인가'에 집요한 초점을 맞추었다. (실제 [툼 레이더]의 원제는 [Lara Croft: Tomb Raider]로 그녀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한때 데미 무어나 사라 미셸-겔러 같은 배우들이 라라 역의 물망에 올랐지만 막상 이 역할을 따낸건 이제 막 조연배우의 딱지를 떼고 헐리우드의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던 안젤리나 졸리였다. 지금에야 그녀가 액션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그려려니하고 시큰둥하겠지만 당시만해도 졸리는 [처음 만나는 자유]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로서 꽤나 파격적인 캐스팅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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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판 [인디아나 존스]를 기대했던 영화팬들에게 있어서 [툼 레이더]의 완성도나 내용은 꽤나 실망스러운 것이었지만 어쨌든 이 작품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있어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툼 레이더]는 여자가 주인공을 맡은 액션 영화중 가장 높은 흥행수익을 거뒀는데, 이전까지의 최고기록은 [에이리언 2]였다. [툼 레이더]의 월드와이드 흥행수익은 2억 7천만 달러.) 특히나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 라라 크로프트를 자신의 캐릭터로 만들어 버린 안젤리나 졸리의 카리스마는 그녀를 액션 연기에 가장 어울리는 여배우로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졸리는 자신이 맡은 라라 크로프트라는 캐릭터에 대해 대단히 만족하고 있으며 애착을 갖고 있다고 밝혔는데, 질문자가 '라라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다른 역할을 맡지 못하면 어쩔거냐'고 묻자 '그럼 평생 [툼 레이더]만 찍음 되죠' 하며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2년뒤인 2003년 [툼 레이더 2]가 다시 개봉되어 그녀는 다시한번 라라 크로프트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흥행에서 실패([툼 레이더 2]의 흥행수익은 월드와이드 기준으로 1억 5천만 달러였다. 이는 제작비 9500백만 달러를 기준으로 볼 때 비교적 저조한 것이었지만 부가판권시장을 통해 적잖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하여 시리즈의 연속성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물론 액션 히로인으로서의 안젤리나 졸리는 승승장구해서 헐리우드 여배우들 중 가장 액션연기가 잘 받는 배우로 정평이 나서 [Mr. and Mrs. 스미스]나 [원티드] 같은 고난도의 액션물도 거침없이 소화해내는 저력을 발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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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툼 레이더] 시리즈를 리부트해 프리퀄로 제작한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판권이 파라마운트에서 워너 브라더스로 넘어간 이 작품은 안젤리나 졸리가 컴백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트랜스포머]의 메건 폭스가 2대 라라 크로프트로 거론되고 있으며 전작들과는 달리 액션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라라의 캐릭터가 구축되는 과정을 그려낼 것이라고 한다.
뭐 어쨌거나 지금 소개할 작품은 안젤리나 졸리의 [툼 레이더]가 아니라 이같은 정보를 수집하던 도중 알게 된 영화다. 분명 [툼 레이더] 영화는 2편까지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툼 레이더: 어센션 (Tomb Raider: Ascension)]이라는 작품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IMDB에도 등재되지 않은 이 괴작의 정체는 무엇일까... 알고보니 팬무비 형식으로 넷상에 공개된 영화였는데, 당연히 안젤리나 졸리는 나오지 않지만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다름아닌 프리퀄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일단 내용을 좀 살펴보자.
라라 크로프트는 어머니와 함께 전세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히말라야 부근에 추락하게 된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사망하게 되고 라라는 추락한지 3주일만에 구사일생으로 구조되어 목숨을 건지지만 이로인해 큰 트라우마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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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년후... 말도없이 사라진 후 군복무를 해온 라라가 저택으로 돌아와 집사를 깜짝 놀라게 한다. 이와 동시에 라라의 삼촌인 에롤이 저택을 찾아와 3년동안 실종상태였던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루겠다는 제안을 하는데, 그 순간 라라는 에롤 삼촌과 아버지가 평생을 두고 쫓아왔던 '어센션 스톤'의 정체, 그리고 그것이 마야인들의 예언에 지구 멸망의 날로 기록된 2012년의 재앙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급기야 라라는 예상치못한 세력의 음모와 맞닥드리게 되는데....
이렇듯 [툼 레이더: 어센션]은 누구나 한번쯤 흥미를 가졌을 법한 라라의 초창기 모습을 그려내는데 주력한 팬무비다. 라라의 복장이라든가 여러 가지 게임속 클리셰를 충실히 재현하려한 흔적도 보이고 모험과 액션, 폭발, 심지어 카체이싱 등 [툼 레이더]에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들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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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만 파운드의 제작비로 7일간 촬영을 마쳤다는 이 작품은 비록 제작진과 배우들의 의욕은 엿볼 수 있지만 아마추어 팬무비의 한계상 비주얼의 묘미는 크게 살려내고 있지 못하다. 1시간의 러닝타임도 라라의 초기 모험담을 담아내기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고, 무엇보다 라라 크로프트 역을 맡은 배우의 아우라는 안젤리나 졸리와 도저히 비교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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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툼 레이더] 영화의 특성상 이 작품은 인터넷에 공개된 첫주에만 약 11,500명의 관객들이 관람하는 등 적잖은 관심을 모았나 보다. 물론 속편은 지금까지도 나오진 않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도 현재는 대문만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로선 차기작의 제작은 별로 가망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인기작들의 팬무비를 만들어내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외국인들의 문화가 부러운 것만큼은 사실이다. B급문화의 매력은 바로 이런 아마추어적인 발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니까.
* [툼 레이더: 어센션]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Adam.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Lara Croft and Tomb Raider are trademarks of Eidos Interactive 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