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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만화/ㄱ,ㄴ,ㄷ 16

대괴수 용가리 - 신동우 화백의 잊혀진 괴수만화

웹툰과 영화의 콜라보레이션은 최근에도 많이 시도되는 홍보의 일환이다. 가령 [스타워즈 Ep.7: 깨어난 포스] 개봉을 즈음에서 홍작가의 [스타워즈] 웹툰이나 [인랑]의 프리퀄을 윤태호 작가가 그린 것 외에도 다수의 작품들에서 만화와 영화의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는 걸 아는가? 언젠가 괴작열전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었던 김기덕 감독의 [대괴수 용가리]를 보자. 당시 파격적인 제작비인 1억 3,000만 원을 투입한 본 작품은 꽤 화제를 불러모은 만큼 홍보에도 신경을 쓴 모양이다. 그 유명한 故신동우 화백이 모 월간지를 통해 연재했으니 말이다. 때는 21세기가 시작될 무렵, 주인공은 과학자 고일우다. 그는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을 연구하고 있는데, 지구의 지층에 이 운..

그레이 - 무엇이 영웅을 영웅답게 만드는가

회색 연막과 함께 나타나는 슈퍼히어로 그레이. 대중들은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영웅으로 떠오른 그레이에게 열광한다. 그에 반해 악당 피노키는 그레이에게 늘 패배하면서도 악행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여느 때 처럼 그레이의 승리로 끝날 숙적의 싸움은 연기화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피노키의 죽음으로 끝난다. 악당 피노키를 살해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는 그레이. 과연 그레이는 어떻게 탄생한 것이고,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가 살해한 피노키와의 악연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마블과 DC가 점령한 히어로의 세계관은 이제 전세계를 휩쓸다시피하고 있다. 영화계는 이들이 없으면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슈퍼히어로물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히어로물의 불모지 같던 한국에서도 최근 몇..

두통이 만세 - 순수했던 1970년대 학창시절 담아낸 걸작 순정만화

필자의 기억을 한 2~30년 뒤로 돌려보겠다. 필자가 국민학생 때 (그렇다. 당시는 초등학생이 아닌 국민학생이었다) 학교 앞에는 문방구가 하나 있었다. 학생들 준비물과 학용품은 물론 20원짜리 전자오락기까지 두어대 들여놔 꼬꼬마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특히 그 집의 뽑기 아이템은 큰 인기를 끌었다. 당연히 필자도 여느 동네 꼬꼬마들과 다르지 않아 그 문방구를 매일의 일과처럼 드나들던 단골이었다. 어느 날 그 문방구 사장님이 모처럼 대청소를 했던 모양이다. 문방구 한 구석에 먼지쌓인 장난감이며 만화책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순간 호기심이 생겨 이게 뭐냐고 물으니, 싸게 줄 터이니 골라서 사가라는 것이다. 뭣 땜에 그 날 문방구를 갔었는지는 몰라도, 난 그 먼지구덩이 속의 만화책 한 권에 눈이 갔고 꽤나..

그렘린 (코믹스) - 장태산의 하드보일드한 번안 극화

예전 [람보] 코믹스 리뷰(바로가기)에서도 설명했듯이 1980년대 중후반까지 국내 만화계에서는 헐리우드 영화를 컨버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저작권 측면에서는 떳떳하지 못한 점이 있으나 작가의 재해석이 들어간 이러한 작품들은 극장을 찾아갈 형편이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하위 문화의 일부였다. 사실 이런 번안물의 특징 중 하나는 작가에 의해 원작 영화와는 다른 결말을 가지거나 작품의 분위기가 매우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이미 감상한 입장에서도 비교해서 보는 재미를 주곤 했다. 게다가 작가군이 김형배나 박동파 화백 같은 당대의 내노라 하는 실력파 만화가들이 번안활동을 하던 시기라 작품의 퀄리티에 있어서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야수라 불리운 사나이], [나간다 용호취]로 인기를 끌..

녹색의 거인 - 마블과 DC코믹스의 해적판 흑역사

올 해도 여지없이 슈퍼히어로 열풍이 불어왔다. [아이언맨 3]로 선공을 날린 마블 코믹스에 이어 DC코믹스에서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로 반격에 나섰고, 이에 질세라 다시 [더 울버린], [토르 2: 다크월드]로 마블의 공세가 이어진다. 이렇듯 슈퍼히어로의 세계에서 DC와 마블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광경은 당분간 계속될 듯 하다.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트렌드가 되자 한국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이들 히어로물의 원작이 되었던 그래픽노블이 속속 발간되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홍수'라는 표현외엔 달리 할말이 없을 법한 일본 만화의 범람 외에 또 하나의 외산 만화들이 우리 만화계의 토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뭐 그간 너무 천편일률적인 일본 만화에 식상해 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러한 다변화가 반..

도망자 - 한국형 그래픽 노블의 모범답안

몇 년전까지만해도 국내에서는 생소한 단어였던 그래픽 노블은 현재 코믹스와는 별개로 ‘성인들을 위한 만화’의 의미로 통용되는 듯 하다. 1978년 윌 아이즈너가 ‘코믹스는 멜로디, 그래픽 노블읜 교향곡’이라는 비유를 들어가며 통상적인 아동 코믹스와 성인 취향의 진지한 코믹스를 구분짓는 용어로 사용했지만 실상 ‘그래픽 노블’이라는 단어의 원론적 의미를 보자면 그림보다는 그림의 분량이 많은 일종의 ‘삽화 소설’에 가까울 것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왓치맨]의 앨런 무어나 [다크 나이트 리턴즈]로 유명한 프랭크 밀러 같은 전문 그래픽 노블 작가는 없지만 원론적인 의미의 그래픽 노블 작가를 찾아보자면 의외로 오래 전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삽화체 만화가인 박광현, 박기당과 더불어 한국 만화계의 전설과도 같은 ..

깡통로보트 만세 - 태권브이 세계관의 재활용

[로보트 태권브이]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깡통로보트 철이의 존재다. 손수 제작한 주전자 뚜껑을 뒤집어 쓴 채 가슴에는 고추가루를 분사하는 무기를 장착한 이 요상한 캐릭터는 김청기 감독이 어렸을적 부엌에서 깡통이나 난로 연통 등을 주워와 뚝딱거리다가 주전자 깡통을 한번 뒤집어써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어릴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찌보면 [마징가 제트]의 보스 보롯트처럼 엉성한 사이드킥 역할이지만 태권브이의 세계관에 있어서 이런저런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상업적으로 퇴색된 태권브이와는 달리 깡통로보트만큼은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이들의 동심을 끝까지 배신하지 않는다. 이처럼 전통적인 슈퍼로봇물에 깡통로보트와 같은 명랑만화식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은 ..

도전자 - 한국 스포츠만화의 서사구조를 확립한 걸작

필자에게 있어 박기정 화백의 만화는 그리 낯익은 작품들이 아니다. 1980년대 이서방문고에서 출간한 [두통이 만세]를 우연히 구해 그의 동생인 박기준 화백의 만화에 미칠정도로 매료된 적은 있어도 사실 이 분들은 나보단 아버지 세대에게 꿈을 안겨준 현역작가였다. 박기정 화백이 등단한 것이 1956년 [공수재]를 발표하면서부터니까 거의 반세기 전의 일이다. 유독 옛것을 소중히 다룰 줄 모르는 한국 문화 컨텐츠 시장의 특성상 이러한 시대의 걸작들은 영원히 볼 수 없는 먼 기억속의 단편으로 남아있거나 설령 존재하더라도 일부 올드팬의 개인 소장품으로 고이 간직되어 있을 뿐이다. 옆나라 일본만하더라도 데스카 오자무 같은 걸출한 작가들의 판본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아직도 절찬리에 팔리고 있는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라 ..

당나귀의 지혜 - 당나귀에게서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우다

당나귀의 지혜 - 앤디 메리필드 지음, 정아은 옮김/멜론 바쁘다. 너무 바쁘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를 돌이켜보면 과연 내가 뭘 하느라 하루를 보냈는지 기억조차 안날 정도로 바쁜 나날이 계속된다. 특히나 '빨리 빨리'를 미덕으로 생각하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거다. 오늘날의 삶은 너무 정신없을 정도로 빨리, 그리고 바쁘게 지나간다. 어쩌다 3박 4일의 빠듯한 일정으로 주어지는 여름휴가는 꽉 막힌 고속도로를 한참만에 벗어나 또다시 사람들이 드글거리는 해수욕장에 발을 담그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마저도 눈 깜빡할 새에 지나간다. 가끔 지칠때면 이러한 꽉막힌 생활에서 벗어나 어디 멀리 한적한 시골로 혼자 떠나 한달이고 두달이고 여행이나 하고 싶은 생각이 ..

김시광의 공포영화관 - 어느 블로거의 공포영화 예찬

김시광의 공포 영화관 - 김시광 지음/장서가 영화 블로거로서 아주 '조금' 알려지다보니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아니, 하다못해 선자리나 소개팅 자리에 불려가 가뜩이나 말주변없는 내가 그나마 서로의 취향을 물어보던 중 영화에 대한 부분이 나오면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세요?' 물론 질문자는 별 생각없이 질문했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너라면 이 정도는 쉽게 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도에서 물어본 것이겠지만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 구체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인지, 아님 장르를 묻는것인지조차 모호한데다가 그렇다고 '뭐든지 다 좋아한다'는 것처럼 무성의한 대답도 곤란하지 않은가. 그럴때면 무심코 튀어 나오는 대답이 '나는 공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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