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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32

영화 속 프로그래머의 모습은?

컴퓨터를 이용하는 일반인들은 그저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네트워크 환경에서 누군가가 만든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용만 하면 된다. 반면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입장이 다르다. 그들에게 있어 컴퓨터는 단지 흥미나 편의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방편이다. 이번 주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편의 영화를 선정해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소셜 네트워크 - 데이빗 핀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데이빗 핀처의 신작. 장르는 딱히 규정짓기가 모호한데, 일견 스릴러로서의 묘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페이스북'이라는 SNS 서비스의 창업 비화를 다룬 드라마로 보는 편이 낫겠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가 말려든 두건의 소송과 그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뒷 이야기들을 속도감 넘치는 교차편집과 함께 데이빗 ..

부당거래 - 류승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말하다

우연찮게 몇번인가 류승완 감독을 만나 싸인을 받을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싸인을 해주곤 한다. '영화 만드는 류승완'. 류승완 감독 하면 국내 영화계에서도 알아주는 장르영화 감독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시네마 키드다. 그의 충무로 입성은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그것과도 닮아있는데다, 투자자들의 성향보다도 자기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작품들을 만들어 온 뚝심있는 감독이라는 점에서도 컨텐츠의 생산자라기 보다는 소비자로서의 동질감에 더 가까운 인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이 류승완 감독의 열성팬이라거나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그런 충성파는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몇가지 아쉬움 가운데는 먼저 지나치게 가공된 작위적인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고, 또 장르영화안에서의 ..

영화/ㅂ 2010.11.01

[블루레이] 그린 존 - 현장감 탁월한 전쟁 스릴러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자헤드: 그들만의 전쟁], [엘라의 계곡], [허트 로커] 등 미국의 명분없는 전쟁이었던 이라크전의 상흔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은 근래들어 꽤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심지어 [페르시아의 왕자]조차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은유적으로 빗대어 표현하지 않았는가. 뒤늦게나마 자기반성의 의미로 미국의 치부를 스스로 밝히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러한 이라크전 관련 영화들이 흥행에 있어서는 하나같이 고전하고 있다는 점은 아직까지 진실을 정면으로 주시하기에 거북한 소재라는 방증이 아닐까. 캐서린 비글로우의 [허트 로커]가 아카데미를 비롯한 각종 영화제 석권의 대형 호재를 가지고도 큰 힘을 쓰지 못한 걸 보면 어쩌면 이라크전은 영원히 미국인들의 '불편한..

영화/ㄱ 2010.09.07

골든 슬럼버 - 인간적 매력이 살아 숨쉬는 감성 스릴러

폐차직전의 코롤라 자동차 안에서 한 남자가 필사적으로 시동을 건다. 어렵사리 시동이 걸리자 남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시동이 걸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를 수 있는거냐...' 도대체 무엇이 이 남자를 이렇게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골든 슬럼버]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와 [피쉬 스토리]에 이어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세 번째 작품이다. 2년전 아이돌 스타를 괴한으로부터 구출해 온 국민의 영웅이 되었다가 하루아침에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된 택배사원의 도주극을 그린 [골든 슬럼버]는 흔히 볼 수 있는 헐리우드 영화의 '도망자'식 플롯을 채택하고 있지만 영화가 주는 느낌과 접근방식은 사뭇 다르다. 영화는 누명 쓴 주인공의 도주극이 ..

영화/ㄱ 2010.08.26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인셉션] 비하인드 스토리

지금으로부터 10년전, 21세기에 막 들어선 시점에 영화감독으로 헐리우드 입성의 꿈을 이룬 크리스토퍼 놀란은 약 80페이지에 달하는 스토리를 구상했다. 그가 16살때부터 생각해 온 '꿈을 훔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 각본은 이듬해인 2001년 워너 브라더스 측에 처음으로 제출됐다. 그러나 저예산 독립영화로 영화계에 입봉한 놀란은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에 앞서 보다 큰 스케일의 영화를 만드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2005년작 [배트맨 비긴즈]는 놀란의 능력을 시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당시 기존 '배트맨' 프랜차이즈의 굴레를 벗고 저예산 기조의 영화로 밀고 나가겠다던 그의 예상과는 달리 1억 5천만 달러의 블록버스터가 된 이 작품은 놀란의 필모그래피..

이끼 - 강우석 감독의 가장 그럴듯한 상업영화

먼저 이 점부터 분명히 밝혀야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강우석 감독의 작품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기는게 사실이다. 그를 충무로의 흥행메이커로 만들어준 [투캅스]가 프랑스의 빅 히트작 [마이 뉴 파트너]를 노골적으로 베낀 작품이었음에도 '단지 참고만 했을뿐 표절은 아니'라는 강우석 감독의 뻔뻔함에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후로 그가 추구하는 상업영화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무언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연재초반부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이끼'의 영화화를 강우석 감독이 맡겠다고 했을 때 몰려든 절망감의 이유 말이다. 아직 영화가 발표도 안된 상황에서 작품에 대해 미리 선입견을 갖는 것만큼 나쁜건 없다만 그래도 개봉을 기다리는 내내 원작의..

영화/ㅇ 2010.07.15

살인자ㅇ난감 - 4컷 만화 구조의 경이로운 웹툰 스릴러

* 본문에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웹툰이 보편화 되면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현상들이 있다. 하나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재야의 숨은 고수들이 높은 등용문턱을 넘지 않아도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컴퓨터로 보는 웹툰의 특성상 다양한 연출의 시도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위의 두가지 특징은 고사 직전에 놓인 한국 만화계의 저변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름을 알린 신인들이 대거 등장했고, 영화적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들부터 웹툰에 플래시나 음악 등을 결합해 멀티미디어의 특성을 활용한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기존 출판만화에선 볼 수 없었던 시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림이 썩 뛰어나지 않더라도 남다른 구성과 연출력만 있으면 웹툰 독자들의 ..

고전열전(古典列傳) : 베드포드 사건 - 선구안적 시각 돋보이는 전쟁 스릴러

고전열전(古典列傳) No.18 서로 다른 신념. 함장과 부함장의 대립. 권력의 충돌. 남자들이 아니면 좀처럼 느끼기 힘든 선상반란에 관한 이야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입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전설적인 걸작 [전함 포템킨]부터 시작해 여러차례 리메이크 된바 있는 [바운티호의 반란], 잠수함 영화의 수작인 [크림슨 타이드]. 그리고 한국영화 [유령]에 이르기까지 배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속에서 펼쳐지는 군상극의 묘미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는단 말이죠. 이번에 소개할 작품 [베드포드 사건]은 엄밀히 말해 선상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굳이 선상반란의 테마를 언급한 이유는 본 작품이 본질적으로는 [크림슨 타이드]의 직간접적인 모티브가 되었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 3월의 마지막 주말 영화, 동서양 스릴러의 진수를 맛보다

꽃피는 춘삼월도 마지막 주말을 남겨놓고 있다. 유난히 추위가 오랫동안 기승을 부리는 날씨이지만 따뜻한 극장이나 또는 방안에서 영화한편을 보며 쌀쌀한 꽃샘추위를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주말은 특히 동서양의 각기 다른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스릴러 영화를 소개해 보겠다. 극장가 추천작 셔터 아일랜드 - 마틴 스콜세지 데니스 르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영화화한 마틴 스콜세지의 스릴러물. 탈출 불가능한 섬 셔터 아일랜드에서 사라진 한 여인의 실종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파견된 두 명의 수사관이 겪는 섬의 묘한 기류를 섬세한 연출로 보여준 수작이다. 스콜세지 감독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자리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명연기를 비롯, 각종 고전영화의 클리셰를 정밀하게 재현한 연출이 빛을 발한다. 그린존 - 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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