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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121

주토피아 - 성인들을 위한 사회풍자 애니메이션

언젠가 픽사는 점점 디즈니화 되어가고, 디즈니는 점점 픽사화 되어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대로 입니다. 언제부터인지 픽사는 특유의 통통튀는 아이디어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감성적 스토리를 버리고 무난함과 진부함을 오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디즈니는 정형화된 틀을 조금씩 깨고 변화를 진행하는 중이죠. [주토피아]는 여러가지 면에서 저연령층에 초점을 두었던 기성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관례를 뒤집는 작품입니다. 우선 이 작품의 주인공은 경찰입니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융화되어 살아가는 주토피아에 신입 경관으로 발령이 난 토끼 주디 홉스는 토끼와 경찰은 맞지 않는다는 사회의 편견을 힘겹게 맞서나가는 캐릭터입니다. 범죄자를 잡는다는 기대와는 달리 불법주차단속..

쿵푸 팬더 3 - 재미는 있지만 이젠 끝내야 할 때

애니메이션 업계의 2인자 드림웍스를 떠받치고 있는 작품들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4편의 시리즈와 스핀오프를 낸 [슈렉]이 대표작이고, [드래곤 길들이기] 같은 작품들은 좀처럼 후속편 버프를 크게 받지 못하고 있지요. [마다가스카]의 인기는 좀 의외입니다만.. 누구에게나 소중히 다루고 싶은 물건이 하나쯤은 있는 법. 그래서인지 [쿵푸 팬더] 프랜차이즈 만큼은 꽤 공들여서 제작하는 느낌입니다. 속편이 전작으로부터 3년, 그리고 이번 [쿵푸 팬더 3]가 5년의 휴식기를 가졌으니까요. 다른 작품들이 소모되는 주기와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죠. 홍콩 무협물에 대한 기막힌 이해를 보여주었던 1편과 출생의 비밀을 밝혔던 2편에 이어 3편은 주인공 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이야기입니다. 5백년전 대사부 우그웨이와 질..

굿 다이노 - 픽사다운 아이디어, 디즈니다운 무난함

늘 감탄사를 연발시켰던 픽사의 근황은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아마 그런 경향은 [카 2]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이후 [메리다와 마법의 숲], [몬스터 대학교] 등 어딘지 픽사스럽지 않은 범작으로 주춤거렸죠. 작년의 [인사이드 아웃]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재치를 보여준 작품이긴 했으나 전성기 픽사의 역량에는 조금 못 미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올 해 극장가 애니메이션의 첫 포문을 연 [굿 다이노]는 이미 북미에선 작년에 개봉해 평가를 마친 작품입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픽사 사상 처음으로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실패작이 되고 말았지요. 조금은 충격입니다. 외형상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룡 캐릭터를 가지고도 흥행에 실패한 셈이니까요. [굿 다이노]는 픽사다운 기발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

[블루레이] 스폰지밥 3D - 물 밖으로 나온 스폰지밥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물 밖으로 나온 스폰지밥 깊은 바닷 속 어딘가의 평화로운 (그러나 실상은 전혀 평화롭지 않은) 도시 비키니 시티. 이 곳의 명물은 바로 패스트푸드점 집게리아의 메인 메뉴인 게살버거다. 게살버거를 요리하는 주방장은 말썽꾸러기 스폰지밥. 집게리아의 주인인 탐욕스런 집게 사장과 종업원 징징이, 지능은 떨어지지만 스폰지밥의 절친인 뚱이, 집게리아의 성공을 시기하는 플랑크톤 등 비키니 시티는 이들의 좌충우돌 소동으로 인해 잠잠할 겨를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게살버거의 조리비법이 도난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다. [심슨가족]과 더불어 미국의 장수 인기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네모바지 스폰지밥]은 특유의 병맛스런 개그와 괴팍한 개성을 극대화시킨 캐릭터의 매력..

[블루레이] 반딧불의 묘 - 다카하타 아사오의 미학적 리얼리즘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다카하타 아사오의 미학적 리얼리즘 해군 장교인 아버지의 생사는 알 수가 없고, 어머니는 공습으로 사망해 결국 먼 친적집에 더부 살이를 하게 된 세이타와 세츠코 남매는 자신들을 반기지 않는 친척 아주머니의 핀잔에 못이겨 결국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찾아 독립해 나온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의 어린이 두 명이 버텨낼만큼 전쟁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돌봄의 손길이 끊긴 채 아버지가 돌아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남매는 굶주림과 질병에 노출되어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나오키상을 수상한 노사카 아키유키의 단편소설 ‘반딧불의 묘’가 출간된 해인 1967년은 베트남전쟁이 개전한 지 2년이 흐른 시점에서 일본내에 반전운동이 확산되던 시기다. 소위 원폭문학의 ..

[블루레이] 공각기동대 SAC - 공안9과, 근 미래 범죄수사관들의 이야기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시로 마사무네의 비정기 연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후대 사이버펑크 문화에 그토록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감독인 오시이 마모루를 비롯해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비록 [공각기동대]의 주요 화두인 인간과 기계의 존재론적 사유에 대해서는 이미 [블레이드 러너]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에서 다루었던 소재이지만 분명 [공각기동대]는 기존의 유형을 뛰어넘는 주제의식을 선보였다. [공각기동대]의 헉 소리날 만큼 뛰어난 비주얼과 더불어 이 작품이 뛰어난 점 한 가지는 아직 인터넷이 대중화되기도 전에 네트워크를 통한 미래세계의 지형도를 이미 완성시켜놓았다는 점일 것이다. 실체는 없지만 광활한 네트를 누비며 해킹을 일삼는 인형사와 그로인..

[블루레이] 레고 무비 - 부모와 자녀 모두를 위한 궁극의 블록버스터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필자가 어렸을 적, 처음 레고를 접했을 때 이건 무슨 쓰잘대기없는 플라스틱 쪼가리들인가 생각했었다. 즐겨 갖고 놀던 장난감들에 비하면 모양도 보잘 것 없었고, 조립식 프라모델처럼 설명서를 보면서 지시에 맞게 뭔가를 제대로 끼워 맞춰 나간다는 성취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동안 레고를 갖고 놀아보니 이건 기존 장난감과는 전혀 다른 신세계가 열리는 게 아닌가! ‘레고 심슨’과 같이 특정한 라이센스 키트의 경우는 예외겠지만 기본적으로 레고는 매뉴얼이 필요치 않은, 창의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난감이었던 것이다. 레고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모양으로 주어지는 블록이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오만가지 형태로 바뀐다. 사용자는 레고를 가지고..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 - 지향점이 다른 두 작품의 크로스오버

내 평생에 있어 잊을 수 없는 크로스오버가 딱 두 번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1980년 식목일 오전에 MBC에서 방영해 주었던 [마징가 제트 대 암흑 대장군]이었고, 두번째는 2012년의 최대 화제작인 [어벤져스]였죠. 서로 다른 작품의 주인공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두근거림과 예상 외의 완성도가 이를 뒷받침할때 그 시너지 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대게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게 사실입니다.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나 [프레디 대 제이슨]만 봐도 이 분야가 단순히 캐릭터의 상품성만 가지고 승부하기에는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단박에 알 수 있는 사례들이죠. 뭐... [로보트 군단과 메카 3] 같은 희대의 괴작은 논외로 칩시다. 이번에 개봉된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 역시 일본에서..

캡틴 하록 - 허세와 망상에 사로잡힌 아나키스트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 및 그 밖의 그래픽노블과 코믹스를 닥치는대로 영화화하는 헐리우드에 질새라 이에 못지 않은 막강한 콘텐츠를 지닌 일본에서도 이제는 레전드라고 불려도 좋을 인기 애니메이션들, 이를테면 [신조인간 캐산]나 [데빌맨]. [얏타맨], [철인 28호] 같은 작품들을 꾸준히 실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습니까. 이 모든 노력들이 하나같이 망작인 것을. 갈 수록 승승장구하는 마블 계열의 히어로 무비나 툭 하고 튀어나온 [다크 나이트] 삼부작과 비교할 수 조차 없는 그런 작품들로 원작의 이름이 더렵혀지고 있단 말이죠. 마츠모토 레이지의 야심작 [우주해적 캡틴 하록] 또한 2008년에 1억 달러짜리 실사판 프로젝트로 일본과 한국, 미국의 합작형식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하지만 원작자인 레..

겨울왕국 - 디즈니 클래식의 정상탈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탁월한 각본? 뛰어난 작화? 실사 영화를 방불케하는 연출력? 뭐 틀린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어공주]에서 [미녀와 야수]. [알라딘]으로 이어지는 황금기 작품들의 공통점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고전을 디즈니식으로 해석한 뮤지컬 동화로 풀어놓았다는 겁니다. 물론 나르시즘에 빠진 디즈니가 자의식 과잉의 징후를 보인 [포카혼타스] 이후 허송세월을 보내는 바람에 드림웍스나 픽사의 약진을 허용하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손을 완전히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지요. 디즈니 나름대로는 꽤 오랜 기간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보며 돌파구를 찾으려 했습니다. 존 라세터를 끌어다가 만든 [볼트]로 픽사의 스타일을 적용시켜보기도 했고, [공주와 개구리]처럼 구식 셀 애니메이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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