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평범한 신파극을 특별하게 만드는 일본 드라마의 힘

페니웨이™ 2008. 11. 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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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건 안아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팔 안이 너무나도 따뜻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을 잃는 건...그래서 힘든 거야'

흔히 '일드'로 불리는 일본 드라마의 매력은 다채로운 소재들과 11화로 마무리되는 부담없는 분량, 그리고 캐릭터를 잘 살리는 연출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무한루프의 경지에 들어선 삼각관계 치정극과 시청률 좀 나왔다 싶으면 연장신공을 발휘하는 국내 드라마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아직도 대중적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한 유수의 일본 영화와는 달리 [전차남], [노다메 칸타빌레] 같은 일드는 이미 레전드급의 드라마로 국내에도 수많은 매니아들을 양산시킨바 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하 세카츄)]는 국내에 일드매니아를 확산시킨 작품 중 하나로서 2004년 3분기 TBS 방송국에서 방영되어 평균시청률 15.9%의 기록을 남긴 수작이다. 일본에서만 350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가타야마 쿄이치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같은해 극장판으로도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는 [파랑주의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어 화제가 된 적도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둘 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랑주의보 ⓒ 아이필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극장판 ⓒ Toho Co. Ltd. All rights reserved.

극장판으로 제작된 한국판 [파랑주의보]와 일본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사실 [세카츄]의 스토리는 상당히 진부하다. 학창시절 사랑에 빠진 소년, 소녀가 있다. 둘은 순수한 젊음의 풋사랑을 만끽하며 서로의 존재에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어느날 소녀가 불치병에 걸린다. 결국 소녀가 죽자, 소년은 소녀의 유골을 17년이나 간직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앞에 너무나도 무력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살아가다가 결국 자신의 행복을 찾아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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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kyo Broadcasting System, Inc. All Rights Reserved.


뻔하디 뻔한 최루성 멜로물의 공식임에도 [세카츄]는 상당한 몰입도와 세련된 시나리오를 자랑한다. 국내 드라마에 비해서는 다소 느릿한 템포지만 1980년대와 17년 후의 현재를 오가는 내용의 편집이 꽤나 자연스러우며 무엇보다 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과 디테일이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워크맨을 매개로 교환일기를 통해 사랑을 키워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렇게도 애절하고 정감있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필자가 이 시대에 학창시절을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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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야마다 타카유키와 아야세 하루카의 커플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천사의 미소를 머금은 여학생에서 병마와 씨름하는 환자의 모습까지 소화해 낸 아야세 하루카는 그라비아 모델 출신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청순하며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주인공 히로세 아키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또한 젊은 나이임에도 다양한 표정연기와 우수에 찬 눈빛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야마다 타카유키의 연기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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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들의 열연 또한 만만치가 않다. 필자는 이 작품에서 서브 멜로라인을 형성하는 토모요와 류노스케의 이야기에 더 흥미를 가졌는데, 토모요를 연기한 모토카리야 유이카의 사랑스럽고도 씩씩한 모습은 아야세 하루카의 청순함과는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으며 [스윙걸즈]에서 엄청난 폐활량을 가진 수줍은 트럼펫 주자 역을 맡았던 그녀가 정반대로 톰보이 스타일의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것이 꽤나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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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요 역의 모토카리야 유이카. 보이시한 매력이 인상적인 배우다.


그밖에도 사쿠타로를 흠모하는 미혼모 코바야시 아키, 사쿠타로의 두 친구 류노스케와 아키요시, 그리고 사쿠타로와 아키의 부모님 등 극장판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주변 캐릭터의 비중이 상당히 크게 느껴지는 것도 드라마가 가진 강력한 장점 중의 하나다.

명장면, 명대사와 함께 심금을 울리는 시바사키 코우의 주제곡 등 버릴것이 하나 없는 [세카츄]는 평범한 신파조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본 드라마의 힘이 느껴지는 드라마다. 관객들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작위적 연출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구건조증에 걸린 여러분의 눈가에 쓰나미를 작렬시킬 불가항력적인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P.S: [세카츄]의 인기에 힘입은 스탭진들은 2006년에 주연인 야마타 타카유키와 아야세 하루카를 다시 투톱으로 내세운 [백야행]으로 컴백했다.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okyo Broadcasting System, Inc.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파랑주의보 (ⓒ 아이필름 All rights reserved.),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극장판 (ⓒ Toho Co. Ltd.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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