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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열전(古典列傳)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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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이하 놈놈놈)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식 웨스턴이 생소하기도 하거니와 쟁쟁한 출연진에 김지운 감독이라니 이보다 더 구미가 당길 수는 없겠지요. 게다가 칸느에서도 호평을 받았다고 하니까 더욱 기대치가 높아지는 듯 합니다.

아시겠지만 [놈놈놈]은 추억의 웨스턴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의 제목과 몇몇 마카로니 웨스턴의 설정들에 모티브를 두고 있지만 정작 감독인 김지운은 이만희 감독의 만주 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에 대한 오마주임을 공공연히 밝힌바 있습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로부터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에 대한 패러디, 오마주, 리메이크를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내가 레오네의 ‘무법자’ 3부작 때문에 가졌던 어린 시절 로망을 한국영화로 실현하고 싶었어요. 때문에 캐릭터는 가져왔지만 <석양의 무법자>를 의식하며 만들진 않았죠. 오히려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가 영화 형태상 <놈놈놈>과 더 가까울 수 있어요. 칸영화제 상영버전은 정말 악당들 얘기니까 레오네의 냄새가 강했지만, 개봉 버전은 <쇠사슬을 끊어라> 자장 안에 있습니다. - 김지운 감독, Movie Week와의 인터뷰


사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설명했듯이 헐리우드의 서부극을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만주 웨스턴은 1960년대 말부터 한동안 인기를 끌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놈놈놈]으로 인해 조금씩 주목받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고전영화를 찾아보는 첫 번째 시간으로 만주 웨스턴의 정점에 섰던 [쇠사슬을 끊어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 CJ Ent./Barunson/Grimm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만주 웨스턴의 부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놈놈놈]의 모티브가 [쇠사슬을 끊어라]에서 나왔듯, [쇠사슬을 끊어라]는 [석양의 무법자]에 모티브를 두고 있습니다. 즉, 한 개의 맥거핀을 두고 동맹과 배신을 거듭하는 세명의 탐욕스런 사나이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죠.

먼저 [석양의 무법자]를 못보신 분들을 위해 간략한 설명을 하자면 이 영화는 원제처럼 좋은놈 (The Good), 나쁜놈 (The Bad), 추한놈 (The Ugly)이라는 캐릭터가 주축을 이룹니다. 여기서 좋은놈은 당연히 클린트 이스트우드였구요, 나쁜놈은 매부리코가 인상적인 리 반 클리프, 그리고 추한놈은 엘리 웰라치가 맡았습니다.

ⓒ MGM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3인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는 마카로니 웨스턴, [석양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는 우연히 어떤 장소에 묻힌 20만 달러의 행방을 알게 된 세 명의 총잡이가 돈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견제하면서 돈의 위치에 접근한다는 내용인데요, 극의 구성이 매우 탄탄한데다가 캐릭터가 잘 살아있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석양의 무법자]에서 주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보다도 '추한놈'을 맡은 엘리 웰라치의 캐릭터가 훨씬 돋보이면서도 입체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로인해 영화의 재미가 50%는 증가했다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지요. 사실상 [놈놈놈]에서 송강호가 맡은 '이상한놈'의 캐릭터 비중이 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쇠사슬을 끊어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세명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물론 [석양의 무법자]만큼 명확한 좋은놈, 나쁜놈, 추한놈의 구분이 모호하긴 합니다만 끼워맞추자면 미남배우에 독립군과 연관되어있는 김철수(남궁원 분)가 좋은놈이겠고, 맥거핀의 행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인 태호(장동휘 분)가 추한놈, 그리고 일본군의 앞잡이이자 기회주의자인 허달건(허장강 분)이 나쁜놈에 해당하겠군요.

ⓒ (주)한국영화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독립군의 명단이 숨겨져 기록되어 있다는 티벳의 금불상. 이 금불상을 찾아달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뢰인에게 청탁을 받은 청부업자 철수는 일본군의 포로로 잡혀있는 태호를 구출해 줍니다. 태호는 금불상의 행방을 알고 있으나 쉽사리 그 장소를 알려주려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일본군의 첩자로서 일본군의 사주를 받은 달건이 끼어들면서 불상을 탐내는 사람의 수는 셋으로 늘어납니다. 그리고 일본군 고노에 대장(황해 분)과 수수께끼의 술집마담 량즈(윤소라 분)까지 가담하면서 불상을 쫓는 이들은 서로가 동업과 배신을 반복하며 서서히 불상의 실체에 다가서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 (주)한국영화 All Rights Reserved.


얼핏보기에도 [쇠사슬을 끊어라]는 [석양의 무법자]의 기본골격과 유사하지만 영화의 표현 방법은 많이 다릅니다. 이 작품은 한국의 70년대 B급무비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데요, 대사에서부터 네러티브의 구조가 그리 썩 탄탄하지는 않기 때문이지요.

대신 영화는 그 당시에 인기를 끌던 각종 장르들을 비빔밥처럼 비벼놓았습니다. 6,70년대의 무술영화라든가 심지어 007의 스키 체이싱까지 패러디하며 대단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지요. 사실 이놈의 스키장면은 정말 생뚱맞긴 합니다만 당시 만주 웨스턴의 혼종적인 성격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 (주)한국영화 All Rights Reserved.

생뚱맞은 스키 추격씬. 007 영화의 영향을 받은것이 분명하다.


초반부의 진행은 무척 흥미진진한 편입니다. 맥거핀의 흥미도도 높은 편이고, 세명의 캐릭터가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 진행이 제법 그럴싸해 보이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중반이후입니다. 스탭들이 야근을 많이했는지, 편집이 매끄럽지 못해 중간에 툭툭 끊기기가 일쑤고 애초에 불상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주제였음에도, 후반부에 들어서는 갑자기 애국지사가 되어서 일본군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로 돌변하는 일관성없는 전개가 영화의 흐름을 망쳐놓고 있습니다.

ⓒ (주)한국영화 All Rights Reserved.


검열의 시기였던 만큼 민족주의를 강조하려는 당국의 입김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는 합니다만 역시나 시대적으로 이런 작품들은 작품성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장동휘의 역할도 후반부가 들어서는 거의 유명무실해지며, 사실상 웃음을 유발하는 개그 캐릭터의 역할은 '나쁜놈'인 허장강의 몫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쇠사슬을 끊어라]는 꽤 괜찮은 면이 보입니다. 가령 화면구도의 경우는 세 사람을 한 화면에 담은 앵글이 자주 등장하면서 멋있게 처리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나 라스트씬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말을 달리는 세사람의 모습은 흡사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이 표절을 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멋진 모습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 (주)한국영화 All Rights Reserved.

라스트씬의 명장면. 흡사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을 연상케 하는 미장센.


요즘 기준으로 보면 후시더빙으로 제작된 영화의 대사도 무척 코믹합니다. 특히 고노에 대장에게 고문을 당하는 철수는 도저히 매맞는 사람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여유만만한 모습인데요, 이처럼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가 흘러간다는 사실도 오락물로서는 꽤 바람직한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심지어 일본군의 대사조차 일본어가 아니라 '오줌이노 쌌으무니다'와 같이 우스꽝스럽게 처리되고 있지요.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가 추구하는 의도된 촌스러움의 재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이런 고전 영화를 많이 봐야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나게 해 준달까요.

ⓒ (주)한국영화 All Rights Reserved.


영화를 자세히 관찰하는 분들은 [놈놈놈]에서 차용한 영화의 장치를 곳곳에서 발견하실수가 있습니다. [놈놈놈]의 송강호가 오토바이를 애용하는 장면은 장동휘가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에서 착안한 것이고, 청부업자라는 극중 남궁원의 직업이나, 맥거핀을 쫒는 일본군과 독립군이 대립이라는 구도도 모두 [놈놈놈]에 들어있는 것들입니다.

ⓒ (주)한국영화 All Rights Reserved.

오토바이를 타는 극중 장동휘의 캐릭터. [놈놈놈]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쇠사슬을 끊어라]는 분명 허술한 구석이 많은 영화이긴 합니다만, 당시 한국영화의 일부분이었던 만주 웨스턴의 완성판에 가깝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비록 이후에 한국식 웨스턴 무비의 자취는 사라져 버렸습니다만, '우리도 서부영화 흉내한번 내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쇠사슬을 끊어라]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주)한국영화. 또는 권리를 인수받은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석양의 무법자 (ⓒ MGM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 CJ Ent./Barunson/Grimm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 참고 문헌: 주간 무비위크 (ⓒ 중앙일보사.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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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수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잘 읽었습니다. 근데.. 고전열전..괴작열전은 이제 없나용..?

    2008.07.31 10:07 신고
  2. popp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괴작열전에 이어 고전열전도 기획하셨군요.^^ 말만 들었던 <쇠사슬을 끊어라>를 쓰셔서 잘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상단 이미지도 다크 나이트로 바뀌었네요~

    역시 페니웨이님은 멋진 블로거십니다~

    2008.07.31 11:11 신고
  3. 아르도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쇠사슬을 끊어라'의 영화타이틀이라던지 오토바이를 타는장면, 캐릭터등을 보니까 '놈놈놈'과 비슷해서 꼭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고싶네요^^

    2008.07.31 12:44 신고
  4. 비트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만 우선적으로 읽느라 poppa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다크나이트로 바뀐걸 뒤늦게 알게됐네요. 개인적으로 두작품을 보지 못해서 느낌이 살지는 않네요. 나중에라도 한번 볼 수 있었음 좋겠네요. 고전 열전 기대됩니다. :)

    2008.07.31 12:51 신고
  5.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로 그 대작 [인천]의 남궁원 선생님 출연작이군요. (쿨럭! 뭐... 뭐냐 이건...)

    덧, "추한놈"이란 표현 대신 "추잡한놈"이란 표현이 한 번 있는데, 좀 어색한 것 같다능~

    2008.07.31 13:03 신고
  6. ludensk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헛... 설명을 보았으니 전 이제 놈놈놈을 봐야겠군요ㅎㅎ;;;

    2008.07.31 13:05 신고
  7. 페이비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잡지 등에서 인터뷰에 살짝씩만 등장하던 '쇠사슬을 끊어라'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걸 보니 스키씬은 제작자의 로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드네요. ㅋㅋ

    2008.07.31 13:08 신고
  8.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놈놈놈 그냥 안 보고 패스하려 했는데
    후배가 같이 보자고 해서 보게 됐네요.
    석양의 무법자도 잘 만든 작품이라니 한 번 봐야겠다 싶고,
    쇠사슬을 끊어라도 좀 부족하긴 하지만 괜찮은 작품이라니
    기회 되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뭐 이래저래 자꾸 보고 싶은 것만 생기고 이거... 크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008.07.31 13:16 신고
  9.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로 말 그대로 모티브만 따 온 것 같더군요. 기본적인 내용은 거의 같은 부분이 없는 것 같더군요.

    2008.07.31 18:20 신고
  10. ss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을 보자마자 영상자료원에서 오백원에 이영화를 봤습니다.

    상황에 맞지않게 진지한 대사들이 코믹하였지만 개인적인 평으론 영화초반 만큼은 확실히 제밋더군요. 특히 좋은놈으로 나오신 분의 초반 그 바바리코트는 주윤발과는 또다른 느낌 나쁜놈은 나쁜놈인데 나도 모르게 정이가는 놈이고. 추한놈은.... 추한놈이 너무 완벽해서.... 이 놈이 추한놈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극의 전개나 이런게 윗분들의 말씀처럼 끊어지는 곳이 많지만 오락영화로서는 정말 재밋는것 같더군요.

    2008.08.01 08:47 신고
  11.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댄디한 미남의 완성형인 남궁원 선생을 처음 봤던 영화가 <고금소총>인가 하는
    토속 에로영화였다는...ㅎㅎㅎ 의외로 그런 영화에 자주 출연을 하셨더군요.
    대감 마님 캐릭터로도 완벽합니다.^^

    2008.08.01 12:57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굻은 남성캐릭터로서는 국보급 마스크를 가진 분이죠. 나이들면서 안보이시는것 같아 좀 아쉽습니다. 헐리웃은 나이들어서도 모습을 종종 드러내는 노배우들이 많은데...

      2008.08.01 20:18 신고
  12. 러브네슬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좀 촌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ㅋㅋ
    당시엔 상당히 혁신적인 내용이었겠죠? ㅎㅎ
    석양의 무법자 포스터는 참 오랜만에 보내요 ^^

    2008.08.03 15:03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 말씀 드리면 다른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런지는 몰라도.. [석양의 무법자]를 지금보면 전혀 유치하다거나 촌스럽다는 느낌이 안들거든요. 반면 [쇠사슬을 끊어라]는 많이 촌스럽습니다^^ 오리지널을 뛰어넘지 못한다는건 이런 의미가 아닐런지..

      2008.08.03 15:06 신고
  13. 컴속의 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니웨이님, 글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이전의 영화들과 비교하면서 읽으니
    더욱 재미있는 것 같네요^^
    근데, <쇠사슬을 끊어라>는 어디에서 불고 있나요?

    2008.08.05 15: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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