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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 절망 가운데서 희망을 건지다

페니웨이™ 2008. 6. 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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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수 없다고 해서 인간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 리얼 중에서 -

'농구가... 하고 싶어요'... 아마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를 읽은 독자라면, 한때 탈선의 길로 접어들었던 정대만이 가슴속 깊은곳에 담아두었다가 고백하는 이 한마디의 대사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할 경험을 하셨을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이노우에의 [슬램덩크]는 '농구'에 대한 열정, 그 자체였다.

7년에 걸친 긴 연재끝에 허무하다 싶을만큼 갑작스런 종결로 독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이노우에는 이후 [버져비터]로 가볍게 몸을 푸는가 싶더니만 [베가본드]로 화가의 경지에 오른 놀라운 작화솜씨로 또한번 감탄을 자아내었다. 하지만 팬들이 그토록 기다려 마지 않는 [슬램덩크]의 속편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아마도 작자 자신조차 '전설'로 기억되는 작품의 연장을 선불리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리라.

[베가본드]의 연재가 한창이던 중 발간된 [리얼]은 어떤 면에서 [슬램덩크]의 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비록 이 작품이 [슬램덩크]의 정식속편은 아닐지라도 어떤 의미에서는 [슬램덩크]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NBA급의 스팩을 소유한 고교생들의 이야기인 [슬램덩크]보다도 [리얼]은 훨씬 인간적이며 더욱 '리얼'하다.

ⓒ Takehiko Inoue/ I.T. Planning. INC. All rights reserved.



ⓒ Takehiko Inoue/ I.T. Planning.

[슬램덩크]가 일본사회에서 소외된 스포츠인 '농구'를 양지의 세계로 끌어올렸더면, [리얼]은 그보다 한층 더 음지의 세계를 조명한다. 바로 '휠체어 농구'를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슬램덩크]의 작가가 그린 또다른 농구만화 임에도 그만큼의 폭발적인 관심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일본에서는 벌써 연재를 시작한지 7년째, 1년에 단행본이 한권만 발행될 정도로 연재속도가 극악임에도 판매부수 900만부를 돌파할 정도로 대단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이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힘이다. (그 유명한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도박묵시록 카이지]도 38권 발매 시점에서 1000만부를 판매한걸 보면 [리얼]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리얼]은 단순히 작가의 이름값에만 의존하고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은 [슬램덩크]를 뛰어넘을 만한 수작이다. 단순히 작화가 [슬램덩크]를 뛰어넘는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인물간의 대사나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에서 언제부터인가 인생의 조언자가 된듯한 작가의 연륜이 [리얼]에서 묻어나온다.


[리얼]의 스토리는 세 주인공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신이 낸 사고로 장애인이 된 여학생 때문에 좋아하던 농구도 그만두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미야 토모미. 한때 촉망받는 육상 유망주였으나 선청성 골육종으로 다리를 잃고, 장애인이 된 뒤 휠체어 농구로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된 토가와 키요하루. 그리고 노미야와 같은 농구부의 주장으로서 엘리트 의식에 젖어 살다가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에 걸린 타카하시.

사회적 약자인 이들은 각자가 처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여기에 성장을 위한 도구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농구'다. 다만 [리얼]은 [슬램덩크]처럼 농구 자체를 소재화하지는 않는다. [리얼]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주어진 환경에 대처하는 주인공들의 자세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깊이있는 인생관이 무엇보다도 강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독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 Takehiko Inoue/ I.T. Planning. INC. All rights reserved.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슬램덩크]와는 달리 [리얼]은 주저않기도 하며, 때론 뒤로 물러서기까지 한다. 승리를 위해 숨가쁘게 몰아붙이는 [슬램덩크]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비하면 [리얼]의 전개는 다소 느슨하다. 그러나 절대 지루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인물들의 드라마는 매우 풍부해졌고, 단순히 농구만이 아니라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성장기는 [슬램덩크]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현재 슬럼프에 빠져있거나 하는 일마다 꼬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리얼]을 통해 한번쯤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삼길 바란다. 적어도 [리얼]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절박함에 비한다면 자신은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될테니 말이다. [리얼]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다음권이 나올때까지 무려 1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역시나 [슬램덩크 시즌2]는 기대하지 말아야겠다. ㅠㅠ


P.S: 주인공들 중 가장 의욕에 불타오르는 토가와 키요하루를 보면서 마치 '불꽃남자 정대만'의 휠체어 버전이라고 생각하는건 필자 뿐일까?

* [리얼]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akehiko Inoue/ I.T. Planning. INC.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리얼]의 국내 판권은 ⓒ 대원씨아이(주)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판을 이용합시다.


Real 리얼 1 - 10점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대원씨아이(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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