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Z

Mr. 후아유 - 낯설면서도 감칠맛나는 코미디

페니웨이™ 2008. 1. 7. 09:25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다 웃기는 것은 아니다. 코미디라는 큰 틀 속에는 슬랩스틱 코미디, 블랙코미디, 로맨틱 코미디, 작가주의적 코미디 등등 수없이 많은 종류가 들어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코미디가 아니라면 아무리 남들이 웃긴다고 해도 억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 코미디라는 장르의 독특한 특징이다. 가령 마이클 베이 감독은 [나쁜 녀석들2]에서 시체를 이용한 자신의 유머감각을 선보였다. 이를 보고 좋다고 웃는 관객들도 분명 있었을 테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죽은자에 대한 모욕적인 장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저질스런 유머가 아닐 수 없었다. 이렇듯 코미디는 단순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웃어야 할 장면에서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Mr. 후아유]는 장례식을 배경으로 한 영국산 코미디로서, 미국식 유머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는 좀 낯선 작품이다. 또한 장례식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코미디라는 장르의 조합은 더욱더 잘못된 만남처럼 느끼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선입견에 지나지 않는다. [Mr. 후아유]는 낯선 방식으로 접근하는 코미디로서 관객을 웃길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가진 영화다. 그럼 [Mr. 후아유]에 대한 몇가지 단상을 짚어보도록 하자.


1.프랭크 오즈 감독

먼저 이 영화의 감독이 누군지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프랭크 오즈. 다소 익숙지 않은 이름일지는 모르나, [스타워즈]의 매니아들이라면 결코 잊지 못할 이름이다. 영화속 제다이 마스터 중 가장 강력한 포스를 지닌 녹색 피부의 자그마한 그 분, 바로 마스터 요다의 성우를 맡은 그 사람이다. 이 양반은 주로 [스타워즈]같이 성우로 출연을 하거나 영화의 조연으로 가끔 등장하곤 했는데, 10편이상의 영화를 감독한 베테랑 감독이기도 하다. 필자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건 2001년작 [스코어]였는데 이 작품에서 [대부]의 비토 콜레오네를 연기했던 두 배우, 말론 브란도와 로버트 드 니로를 동시에 캐스팅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물론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꽤 좋은 편이라 프랭크 오즈의 연출력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 MGM/UA Studios. All Rights Reserved.

배우이자 성우, 영화 감독인 프랭크 오즈 (오른쪽)


따라서 [Mr. 후아유]라는 생뚱맞은 제목(원제는 Death At A Funeral로서 '장례식에서의 죽음'이란 뜻이다)의 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감독의 이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그가 연출한 작품 중 적어도 7편 이상이 코믹장르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미 코미디라는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인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분명히 말해서 프랭크 오즈의 연출가적 재능은 충분히 인정받을만 하다.


2.키워드

이 작품은 크게 3가지 키워드가 주축이 되어 진행된다. 그 하나는 장례식. 두 번째는 협박, 세 번째는 약병이다. 우선 이 작품의 배경은 장례식이다. 흔히들 장례식하면 엄숙한 분위기가 연상되지만, 이 영화는 초반부터 그런 기대를 완전히 지워 버린다. 아버지의 장례식 당일,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하는 순간 엉뚱한 남자의 시신이 들어가 있는게 아닌가! 장의사 업체가 시체를 잘못 배달한 것이다. 이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실수는 향후 벌어지게 될 불길한 장례식장의 풍경을 예고하는 것으로서 아니나 다를까 장례식은 난장판이 되어 버린다.

ⓒ MGM/UA Studios. All Rights Reserved.


가뜩이나 불안한 출발을 보인 이 장례식장에는 한 난쟁이 남자가 나타나는데, 자신을 살아생전 고인의 친구라고 밝힌 이 사내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가족들이 있는 앞에서 고인의 엄청난 비밀을 폭로하겠다며 돈을 요구한다. 결국 두 아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사내의 입을 막아야만 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다. 바로 세 번째 키워드 '약병'의 존재가 일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애초 신경안정제인 '발륨'의 라벨이 붙은 이 약병에는 한알만 먹어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환각제가 잔뜩 들어가 있다. 이 '약병'의 존재야 말로 이 엄숙한 장례식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는 좌충우돌의 청량제 역할을 하는 핵심 아이템이다. 이 약병의 역할은 직접 확인하시길.


3.등장인물

[Mr. 후아유]에는 제법 낯이 익지만 그렇다고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딱히 주연 한사람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영화다.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극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주요 용의자가 되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발하는 웃음의 정도는 제 각각이어서 진부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 MGM/UA Studios. All Rights Reserved.


특히나 눈여겨 볼 캐릭터는 환각제를 먹고 해까닥 하는 사이먼(알란 터딕 분)과 응가가 손에 묻어 기절초풍하는 하워드 (앤디 니먼 분)인데, 두 사람 외에도 각자가 맡은 역할에서의 코믹연기는 아주 볼 만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



4.코미디 영화

서두에서 설명했듯, 코미디에도 장르가 다양한 법이다. 하지만 [Mr. 후아유]의 장르를 딱히 규정짓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이 익숙지 않은 영국식 코미디 안에는 화장실 유머와 블랙 코미디, 슬랩 스틱 등 수많은 유머 코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화장실 유머는 자칫 혐오감을 주기 십상이지만, [Mr. 후아유]에서는 다행히 그정도의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그 상황이 자아내는 몰입도가 높다는 뜻이 아닐런지. 초반의 가벼운 유머에서 출발해 상황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갈수록 짙어져가는 웃음의 농도는 아마도 갈등이 해소되는 국면에 이르러서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들 것이다. 코미디 영화로서 관객들을 웃기게 만들었다면 그것으로 자신의 역할은 다 한 것이 아닐까.



5.총평

[Mr. 후아유]는 분명 주류측에 끼는 영화는 아니라 할지라도, 코미디로서의 본분에는 충실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웃음이 나올 타이밍과 상황을 절묘하게 잡아내고 있으며, 자칫 저질스럽고 천박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는 소재를 유쾌한 웃음으로 전환시키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오히려 익숙지 않은 코미디가 주는 신선함이 관객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을 만한 작품으로서 이것저것 생각않고 오로지 웃기위해 보고 싶다면 기꺼이 추천해주고픈 작품이다. 난장판이 된 장례식을 수습하는 결말 부분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흠이긴 하나 가족이 서로 이해하고 그동안의 해프닝이 완벽한 결말을 위한 여정에 불과했음을 관객에게 애교스럽게 요구하는 것이니 만큼 큰 불만은 없을 것이라 본다.

P.S: 되도록 식사시간은 피해서 관람 하실 것.

* [Mr. 후아유]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GM/UA Studio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