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이 시작한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는 만큼 올 영화계도 많은 소식이 오고 갔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화제를 불러모았던 10개의 키워드를 선정, 2007년 영화계의 특징을 정리하고자 한다. 가쉽성 연예기사를 배제한 순수 영화와 관련된 뉴스만을 선정했으며 순위는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에 근거했다.
10. 속편: '빅3'를 비롯한 속편들의 역습
2007년은 그 어느때보다도 속편들로 득실거렸던 한 해였다. [스파이더맨3], [캐리비안의 해적3], [슈렉3]는 '빅3'로 불리며 여름 블록버스터 중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섰으나, 기대만큼의 재미를 보장해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노익장을 과시하며 컴백한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4.0]이나 멧 데이먼의 지적인 스릴러 [본 얼티메이텀]의 완성도는 '빅3'을 능가하는 재미를 보여주었고, 초호화 캐스팅이 돋보인 [오션스 13]의 성과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9. CG: 첨단 애니메이션 산업의 각축전
Beowulf by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Ratatouille by ⓒ Disney/Pixar All rights reserved./ Vexille by ⓒ 아벡스, 쇼치쿠 필름 All rights reserved.
꾸준히 발전중인 단계이긴 하나, CG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과도기적 단계가 아닌 하나의 장르로서 인식이 굳어져는 듯 하다. 관련업계 최고의 노하우를 축적한 픽사-디즈니의 [라따뚜이]는 올해 최고의 극찬을 받은 작품 중 하나로서 실사 영화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베오울프] 또한 실사에 도전하는 CG 애니메이션으로 실제 배우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경이적인 화면을 보여주었다.
반면 헐리웃의 독주를 경계라도 하는듯, 일본의 [벡실]과 [애플시드: 엑스머시나]는 튠 셰이딩 기법이라는 독창적인 기술로 탈(脫)헐리웃적인 기술력을 선보이며 만만찮은 저력을 과시했다. 당분간 CG 애니메이션 산업은 일본과 미국의 양강 체계가 지속될 듯.
8. 로봇: 로봇들의 반란, 트랜스포머
올 한해 최고의 화제작이라하면 뭐니뭐니해도 [트랜스포머]를 꼽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만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북미지역을 제외한 해외 흥행수입 중 최고액을 벌어들인만큼,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긴 이 기막힌 영화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로봇들의 변신장면이 완벽하게 펼쳐지는 것을 보며 관객들은 헐리웃 영화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다시한번 탄복했다. 이후 헐리웃은 [마크로스 (북미판: 로보텍)]와 [볼트론] 등 로봇 영화에 대한 제작계획을 속속 발표하며 관객들의 기대치를 한껏 키워 놓고 있다.
7.위기: 한국영화의 위기론 급부상
작년까지만해도, [괴물], [타짜], [미녀는 괴로워] 등 히트작을 꾸준히 양산해 낸 한국영화가 올해들어 큰 부진을 보였다. [그놈 목소리], [황진이], [천년학] 등 화제작들의 성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았고, 추석시즌 영화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 어느때보다 많은 작품들이 발표된 한해였으나 정작 두각을 나타낸 작품은 극히 소수 뿐이었다.
6. 300: 서양인의 우월주의에 대한 논란
2007년 블록버스터의 첫 포문을 연 [300]은 페르시아의 10만대군에 맞선 300명의 스파르타 용사들의 이야기를 그렸으나, 페르시아인을 야만적인 종족으로 묘사한 점 때문에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미국의 일방주의정책과 관련해 이 영화가 서양인의 우월성에 대해 선전하는 교묘한 헐리웃식 홍보영화라는 비판을 받으며 헐리웃의 편협한 시각에 대한 비판의식을 다시금 일깨우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대성공을 거뒀다.
5. 음악영화: 음악영화들의 조용한 질주
저예산으로 제작된 인디영화 [원스]는 각종 영화사이트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비록 대박급의 성공은 아니라 할지라도, 잘 만든 영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표본처럼 제시되었다. 그밖에 [카핑 베토벤], [라비앙 로즈], [어거스트 러쉬]등 음악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 속속 관객을 끌었으며 대부분의 경우 좋은 평가를 얻었다.
4. 헐리웃: 충무로의 헐리웃 공습
2007년은 [디 워]로 촉발된 헐리웃 시장으로의 도약이 가시권에 들어선 한해이기도 하다. [웨스트 32번가]는 존 조와 그레이스 박 등 헐리웃에서 활약중인 한국계 스타들을 동원해 대사의 대부분을 영어로 처리하여, 미국시장의 구색에 맞춘 작품이다. 그밖에 정지훈(비)와 전지현 등 한국 영화배우들이 헐리웃 영화에 주,조연급으로 가담하여 바야흐로 북미시장에 한국 영화계의 입지를 조금씩 굳혀나가기 시작했다.
3. 부산: 부산 국제영화제의 명암
벌써 12년을 맞이하는 국제적인 영화축제로 발돋움한 부산 국제영화제가 빗속의 우중충한 날씨가운데 개막을 알렸다. 역대 최다 관객 동원과 64개국의 영화가 상영되어 엄청난 외형적 성장을 이루는 개과를 올렸지만 한편으로는 수준이하의 미숙한 운영체제와 스타들의 자기 PR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더해 영화 음악계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의전문제로 야기된 귀빈의 초청의 부실함에 대한 문제 등 내우외환이 많았던 행사로 기록되게 되었다.
2. 밀양: 깐느를 놀라게 한 한국영화의 위상
아마 대외적으로 볼때 한국영화의 가장 큰 성과는 전도연의 칸느영화제 여우주연상 소식일 것이다.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이 오랜만에 발표한 [밀양]은 용서에 대한 주제를 기독교적 접근법에서 바라본 작품으로 호응을 얻었다. 비록 국내에서는 큰 흥행을 이루지 못했으나 칸느영화제는 [밀양]의 작품성을 인정했고, 최고의 열연을 펼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겼다.
뭐니뭐니해도 2007년의 화두는 [디 워]였다.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북미지역의 와이드개봉을 시도했으며 무엇보다 코미디언 출신인 심형래 감독의 고충이 방송을 타면서 논란이 가중되었는데 '심빠'와 '심까', '디빠'와 '디까'로 양분되어 설전을 벌이는 양상이 좀처럼 그치질 않았다. [디 워]의 작품성에 대한 논란도 뜨겁게 달아올랐는데,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는 뒤로한채 플롯의 취약함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질타를 했고, 반대로 옹호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에서만 800만 관객의 대박을 터트렸지만, 기대해 마지 않던 북미지역의 흥행은 사실상 참패에 가까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 영화로서 헐리웃 와이드 개봉을 처음 시도했다는 도전 정신만큼은 높이 사야할 점이었다.
이상의 10대 키워드로 본 다사다난했던 2007년.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사뭇 기대가 된다.
* 본 포스트에 사용된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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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올 한해의 영화흐름을 한 눈에 본 기분입니다. ^^
너무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문플라워님!
정말 있을만한 내용들은 다 있네요 ㅋㅋ
대부분 공감가는 부분들인듯;;
감사합니다. 최대한 추려봤습니다^^
역시...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그리고 읽으면서 제가 얼마나 올해 귀찮음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언급된 작품들 중에서 본 게 하나도 없네요. -_-;;;
극장에 가긴 몇 번 갔는데...
예매 기록을 찾아보니 훌라걸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초속 5cm, 화려한 휴가,
마녀 배달부 키키, 귀를 기울이면. 여섯 편 봤네요.
게으름 보다도 취향의 편향이 더 심각한 듯도 하고... 큭
헉.. 그 어느때보다 풍성한 한해였는데...안타깝네요
올 한해 잘 정리를 하셨네요.. 저는 올해 트랜스포머와의 만남이 가장 강렬했습니다 ㅠ.ㅠ 그 정도로 만들어질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디워 논쟁도 흐흐 ^^; 글 잘 읽었습니다
다크맨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딱 3편꼽으라면 트랜스포머,본 얼티메이텀, 그리고 라따뚜이입니다 ^^
아 그리고 말씀드리는걸 잊었는데, 저작권에 대한 의견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
정리가 무척 잘 된 2007년 영화계 핫이슈들이네요. 역시 <디 워>를 빼놓고
2007년 한국영화를 얘기할 수는 없는 거겠죠. <디 워>와 그것을 둘러싼 것들이
좋건 싫건 간에요.
오랫만이네요 신어지님. 요즘 저작권땜에 정신이 없다가 그냥 포스팅 한건데.. 반응이 좋네요 쿠쿠^^
올 여름,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시즌을 알린 Big 3가 Big 재미를 못주어서 나름 실망했던..(슈렉3는 그다지 기대도 안했지만, 거미인간과 뎁사마 ㅜ_ㅠ..)
올한해 60여편을 극장에서 봤지만, 개인적 Best 3를 뽑았을때, 한국영화는 아예 없네요, 반해서 Worst 3에는 2편이 낄 정도니 원;; 내년에도 이 모양이면, 한국영화는 관심을 끊을 듯해요. 2008년만해도 후덜덜한 헐리우드 작품들이 즐비하기에...
스테판님 오랫만이에요~
올해 그나마 건질 수 있었다고 느껴지는 작품은 [밀양]과 [우아한 세계] 정도? [웨스트 32번가]도 시도는 좋았지만 상투성을 크게 벗어나진 못했고... 뭔가 임팩트가 없어요.
2008년에는 좋은 한국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질낮은 코미디는 이제 좀 그만 만들라고 전해주세요....^^
깔끔한 글 잘 보고 갑니다~~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진짜 괜찮은 한국영화 좀 터져줬음 하네요^^
잘 봤습니다.^^
사진들마다 달려있는 카피라이트가 새롭군요....앞으로 다 이렇게 달아야 하는걸까요...?=_=
인용의 범주내에서 보호를 받으려면 해당 카피라이트를 표시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게 장난이 아니네요. 어느회사에 저작권이 있는지 일일히 파악하는것도 보통일이 아닌데다, 그 많은 포스팅을 일일히 수정해야하니.. ㅡㅡ;;
적어도 그렇게 어이없을정도로 과하게만 편집을 하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개연성 문제는 조금이나마 벗어났을텐데...
아, 정확한 지적이시군요. 저도 이렇게까지 형편없는 스토리는 아닌듯한데, 너무 편집이 약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막판에 휘리릭~ 넘어가는...
디워...역시 1위네요. 선정결과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이만큼 화제가 된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지...
디 워.. 정말 말도많고 탈도 많았죠. 뭐 이슈거리는 충분히 제공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