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웨이™의 궁시렁

블로거에 불똥튀는 저작권 단속, 독(毒)인가 약(藥)인가?

페니웨이™ 2007. 12. 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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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내 블로그에 방문하신 분들은 섬찟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 많던 리뷰들이 하루아침에 증발했으니, 이 어찌 황당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인지 오늘은 포스팅을 하나도 하지 않았음에도 몇몇 분들께서 방명록을 통해 근황을 묻기도 했다. 원인은 그거다. "저작권법".

지난 12월 1일부터 발동한 저작권법 특별단속에 발맞춰 온 웹상이 시끄럽다. 특히나 이번 단속이 이슈가 되는 것은 얼마전 KBS에서 방영한 "고교생 죽음 부른 고소장" 사건이 발단이 되어 나도나도 이러한 법무법인의 삥뜯기 관행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래없이 강력한 단속이라는 소식이 입소문을 타고 웹상에 번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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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자가 6개월전만 하더라도 이는 강건너 불구경하고 바라봤을 것이다. 대부분의 미디어 매체를 정품으로 구입해 이용하는 입장에서 저작권 위반은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바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루 약 2천명의 방문객이 드는 필자의 블로그의 블로그는 영화나 애니, 만화 등을 리뷰하는 곳. 그나마 방문자들에게 가급적 정품 DVD를 통해 감상할 것을 권하고 있고, 얼마전엔 불법 DVD 노점상에 대한 포스팅까지 한 내가 도대체 왜 '저작권법'에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했는가?

애초에 불법 만화,소설의 유출본과 불법 업로더 단속으로 시작된 이번 저작권 단속은 국내 업체에 판권이 있는 모든 만화,애니메이션, 심지어 영화를 포함한 대부분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에 해당되며, 그 스크린 샷은 물론 짤방까지 단속을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영화나 만화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또는 극장에 가기 위해서는 해당 작품에 대한 어느정도의 정보와 평가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특히나 영화나 만화같이 시각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한 부분들은 적어도 그 작품이 지닌 최소한의 비주얼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리뷰를 함에 있어서도 스샷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는 입장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서둘러 관련자료를 찾아보고 여러 가지 루트로 정보를 알아보았으나 왠걸, 이거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떠다니는 정보는 "단속에 대한 두려움"뿐, 어떤 가이드 라인이나 단속의 주체도 명확하지 않은채 서로 상반된 의견들이 그럴듯하게 제시되어 블로거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만화의 경우 2컷이상 연속된 페이지를 게시하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될 것 없다, 아니다 한컷내지는 일부분만 실어도 단속된다 등 같은 문제를 놓고 의견이 너무나도 제각각이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아예 필자처럼 급한 대로 모든 포스팅을 비공개로 전환해 사태를 지켜보는 블로거가 속출하고 있으며 심지어 블로그를 폐쇄하거나 해당 리뷰를 모두 삭제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모 블로그는 비공개 포스팅까지 알바에게 권한을 부여해 적발한다는 소문이 돌아 더욱 문제를 크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까. 엑시아님께서 만화 저작권 협회를 통해 얻어낸 답변
에 의하면 리뷰에 사용된 적정 수준의 스샷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 적정 수준이라는 거 자체가 모호한 기준이라는게 문제다. 반면 복숭아복희님의 포스팅을 보면 엑시아님의 포스팅과는 사뭇 다른 점이 발견된다. 저작권이 존재하는 모든 애니매이션의 캡쳐 및 스크린샷은 전원 단속 이라는 초강수에 대해 언급한다. 그런데도 클럽박스와 피디박스는 너무나도 많은 사용자로 인하여 업로드는 단속하되 다운로드족들은 되도록이면 단속하지 않을 예정이라니... 그렇다면 불법영상을 다운받는 사람보다 스샷을 포스팅한 블로거가 더 나쁘다는 얘기란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 상황이다. (물론 두분의 진심어린 포스팅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가장 큰 문제는 단속을 위임받은 단체가 사전 경고도 하지 않은채 합의금을 목적으로 접근한다는 점, 더 나아가 어떤 뚜렷한 단속 지침이나 기준이 없이 애매한 주관적 판단으로 절대 다수의 블로거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나는 저작권법 보다는 저작권법을 내세워 금전적인 이득을 탐하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 개인적으로 저작권 단속 강화를 찬성하는 바이지만 이번 사태는 사람들을 선도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돈부터 받아먹겠다는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에 어떤식으로든 맘만 먹으면 태클이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냐는 말이다. 이러한 막무가내식의 단속이 앞으로의 미디어 시장을 더욱더 악화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상황이다.

오히려 많은 블로거가 양질의 리뷰로 많은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정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했을 것임이 자명함에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커녕 범법자로 몰려 거액의 합의금을 법무법인에 물어줄 판이니 이 어찌 코미디라 아니할 수 있나. 분명히 말하지만 대다수의 블로거들이 리뷰를 위해 사용하는 스샷은 개인의 상업적 이득을 위해서가 아닌 순수 취미의 목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제작사들에게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공짜로 해준다는 점을 묵과해선 안된다고 본다.  

갑작스런 날벼락에 밤잠을 못 이루고 다음날 아침부터 저작권에 대해 알기위해 이리저리 전화통을 붙잡고 알아서 기어야 하는 이 현실이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이란 말인가. 아무쪼록 저작권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고 단속을 위한 단속이 아닌, 음지를 양지로 이끌기 위한 단속과 계도로 정상궤도를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단속을 하는 주체는 단속의 기준을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 식의 모호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보다 분명한 규정을 세워 인도적인 차원의 선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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