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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the Movie - TV판을 따라잡지 못한 아쉬운 작품

페니웨이™ 2007. 6.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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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시장이 발달한 일본의 게임중에는 그들만의 특유한 장르가 있다. '비주얼 노블'이라는 이른바 미소녀들이 득실대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일명 미연시)을 말한다. 물론 이 '비주얼 노블'이 100% 연애 시뮬레이션만 있는건 아니어도, 대부분은 선남선녀들의 연애담으로 이루어진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말그대로 소설을 읽듯이 게임을 풀어나가면서 줄거리를 알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게임과는 달리 사뭇 스토리의 비중이 높은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알려진 이런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나름대로 탄탄한 스토리와 뛰어난 캐릭터 디자인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화를 감행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이 '카논', '투하트', '동급생', '진월담월희' 등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만들어진 미소녀 애니메이션은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새로운 케릭터의 창조나 스토리 라인의 집필이라는 성가신 과정없이 재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 VisualArts/Key/ FrontierWorks Inc.

Key사의 빅히트 게임 '에어 (AIR)'


2005년 방영을 시작한 [에어(AIR)]라는 TV 애니메이션 역시 이러한 비주얼 노블의 애니메이션화라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에어(AIR)]는 그저그런 할렘물 취급을 받아왔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좋은 평가를 받았던 특이한 케이스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게임의 케릭터 디자인을 최대한 살린데다, 훌륭한 음악, 높은 퀄리티의 작화, 거기에 깔끔한 12부 완결의 스토리 라인을 덧입혀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는 놀라운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TV 애니메이션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TV판 [에어(AIR)]는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비주얼 노블의 애니메이션화에 있어서 이례적인 성과를 올리게 된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 TV판 [에어(AIR)]가 이보다 한참 먼저 제작에 들어간 극장판 [에어 the Movie]보다 일찍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에어(AIR)]의 애니메이션 제작기획은 극장판이 우선이었다.

ⓒ VisualArt's/Key/翼人伝承会

성공적인 TV 시리즈 [에어] TV판 애니메이션.


제작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애초의 개획과는 달리 TV판이 먼저 선보이게 된 것인데, 사실 TV판의 이러한 예상치못한 성공은 개봉이 지연된 [에어 the Movie]에 있어서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되었다.
한편의 에피소드가 극장판 못지 않은 고퀄리티를 보여준 TV판보다 과연 얼마나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이미 선수를 빼앗겨 버린 극장판 제작진들은 사실 매우 초조하지는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극장판은 TV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느낌을 준다. 그 첫 번째 이유는 90분이라는 러닝타임의 제약 때문에 등장인물들을 대폭 줄여야 했다는 점이다. 카노, 미나기, 미치루 등 보기만해도 사랑스럽고 앙증맞은 여주인공들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다는 것은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 VisualArts/Key/TOEI ANIMATION/FrontierWorks Inc.

리모델링도 좋지만.. 역시 원작이 좋았다. 성형도 정도껏 해야지...


두 번째, 원작 게임의 케릭터 디자인을 100% 완벽하게 재현한 TV판과는 달리 극장판은 약간의 리모델링을 가했다. TV판이나 게임과는 뭔가 다른 차별성을 시도한 것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게임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자연스럽게 오버랩되었던 케릭터들이 새삼 얼굴을 달리해 나온다는건 어딘지 모를 불편함을 주는게 사실이다. 케릭터의 리모델링이 성공적인 효과를 주는 경우도 많지만 적어도 [에어 the Movie]에 있어서만큼은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 VisualArts/Key/TOEI ANIMATION/FrontierWorks Inc.


세 번째, 각색의 부작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가족간의 유대라는 주제의식보다는 유키토와 미스즈의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다보니, 정작 TV판에서 보여준 하루코와 미스즈의 가슴찡한 모녀관계가 희석되어 버렸다. TV판의 중간쯤에서 유키토가 사라지고 본격적으로 하루코가 엄마로서의 자리를 찾아가는 부분이야말로 [에어(AIR)]에서 보여준 가장 슬프고도 가슴찡한 내용이었으나 정작 극장판에서는 그러한 애절함이 유키토의 존재로 인해 반감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극장판이라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일정부분 각색을 해야 할 필요성은 있었다. 그러나 90분 안에 하루코와 미스즈, 유키토와 미스즈, 칸나와 류야,우라하의 이야기를 모두 설명한다는 것이 애초에 무리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이야기들의 디테일을 포기하는 대신, 제작진은 유키토와 미스즈의 관계에 보다 초점을 맞추었고 칸나와 류야의 전설 또한 이에 맞게 각색해야만 했다. 칸나와 류야가 보여주는 에피소드의 매력은 TV판의 팬들이라면 누구나가 인정할만큼 감칠맛나는 부분으로서 TV판 에피소드의 완결이후 여름 특별편이 2부작으로 제작되어 별도의 방송을 탔을만큼 매력적인 스토리이다. 그러나 이 재밌는 이야기가 극장판에 와서는 그저 밍숭밍숭한 전래동화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 VisualArts/Key/TOEI ANIMATION/FrontierWorks Inc.

넘쳐나는 이미지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극장판 [에어 the Movie]


결국 [에어 the Movie]는 원작을 이곳 저곳 찔러보다 만 느낌을 줄뿐, TV판의 연장이라거나 총집편이라는 느낌조차 주지 못할만큼 싱겁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TV판과의 비교했을 때의 얘기다. 극장판 하나만을 가지고 본다면 분명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사실은 [에어 the Movie]의 감독이 바로 '데자키 오사무'라는 거장이라는 점이다. [내일의 죠], [보물섬], [블랙잭]등 지금은 고전이 되어 버린 명작을 감독해 온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완성한 작품이 바로 [에어 the Movie]라는 사실은 이 작품이 단순히 게임의 성공에 힙입어 얍삽한 상업주의에 편승해 만들어진 작품만은 아니라는 기대를 갖게 해 주지 않는가?

따라서 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가 않다. TV판과의 비교가 불가피하기도 하지만, 극장판도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어떤 작품을 먼저 접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도 상당히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작품보다도 풍부한 이미지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는 스토리 텔링의 기법과 특별한 임팩트 없이 잔잔히 흘러가는 구름처럼 부드러운 감동이 극장판을 먼저 접한 관객에겐 색다른 경험이 될테니까 말이다.


* [에어 the Movie]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VisualArt's/Key/TOEI ANIMATION/FrontierWorks Inc.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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