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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Ep.8: 라스트 제다이 - (스포버전) 해야 할, 하고 싶은 이야기들

페니웨이™ 2017. 12.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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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스타워즈 Ep.8: 라스트 제다이]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레이의 정체

레이의 정체에 대해서는 1편부터 말이 많았지요. 황제의 딸이다 오비완의 딸이다 심지어는 아나킨이 포스의 영으로 환생한 것이다 등등… 라이언 존슨은 아주 간결명료하게 결론을 짓습니다. 그저 부랑자의 버러진 자식일 뿐,

이 결론은 뭔가 허무한 느낌을 주는데요, 사실 이런 식의 결론을 낸 것은 이번 [라스트 제다이]의 전체적인 두 가지 논조와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기존 스타워즈 세계관이 스카이워커 집안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종의 막장 가족사라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걸 버리겠다고 대놓고 선언하지요. [제국의 역습]에서 쏠쏠하게 써 먹은 ‘출생의 비밀’ 떡밥도 더 이상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또 하나는 영웅을 바라보는 작품의 관점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예상외로 로즈라는 캐릭터 안에 담겨있다고 봅니다. 이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상당히 호불호를 사고 있는 건 맞는데, 그녀의 대사, 그리고 핀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낸 유일한 일–카지노를 박살내고 학대받는 동물들을 해방시킨-이 바로 그러한 상징성을 띄고 있지요. 평범한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른바 ‘선택된 자’의 피를 이어받은 슈퍼 금수저 루크 스카이워크가 아니라 천민 출신의 레이도 제다이 오더의 부흥을 이룰 수 있다는 암시인 셈이지요. ‘라스트 제다이’는 루크 스카이워커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모든 걸 종료시킨 감독의 말. ”레이의 출생을 밝힌 카일로 렌의 대사는 거짓이 아니다”


2.스노크의 죽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스노크는 다스 플레이거스라는 설이 굉장히 유력했는데, 정작 [라스트 제다이]는 전혀 힌트를 주지 않고 끝을 냅니다. 이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 아직 스노크는 죽지 않았다 본체는 따로 있다는 식으로 수많은 썰을 만들어내는 중이지요.


이에 대한 감독의 변은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 스노크가 만약 자신이 다스 플레이거스라고 설명하는 장면이 30초 정도 들어간다면, 분위기가 싸해지면서 레이는 “누구요?”하고 전혀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의미없는 장면이 되는 거죠. 그렇다고 스노크가 다스 플레이거스라는 건 아니고요, 그냥 예일 뿐입니다”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즉, 감독은 최종 빌런을 스노크가 아닌 카일로 렌에서 방점을 찍기 위해 의도적으로 스노크를 배제시켜 버린 것 같습니다. 원래 시스의 룰이 제자가 스승을 죽이는 것이긴 하지만 렌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해서 (이를 테면 한 솔로를 죽이도록 부추긴 것이 스노크이기 때문에 일종의 복수이기도 하거든요) 여기에 스노크의 과거사를 개입시킬 여지가 적다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다만 설정놀이를 좋아하는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이 부분 역시 맘에 들지 않겠지요. [스타워즈] 캐넌이 계속 확장 중이기 때문에 다른 외전에서 이 내용이 다뤄질 여지는 충분합니다. 아니, 꼭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3.레아 장군의 우주유영

일단 이건 논점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레아의 ‘우주유영’이 문제가 아니라 레아가 포스 능력자인지가 문제인 거죠. 사실 레아는 베이더의 자식으로 당연히 포스의 선천적인 특성을 물려받았을 겁니다. 그걸 암시하는 대사가 클래식 3부작에서도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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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존 스타워즈 매체들에서 레아가 포스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레아가 포스 능력자일 가능성을 상정하는 입장에서도 이번 작품의 우주유영씬은 굉장히 뜬금없이 다가올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 때문에 [스타워즈] 팬덤의 감수성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고 이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평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사려깊지 못한 연출의 미스라고 봅니다. 


4.하이퍼 죽창(?)

먼저 말씀드리면 극장 안에서 여기 저기서 감탄사가 튀어나온 유일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만큼 미학적인 완성도가 높고, 극적인 효과가 높았던 장면이었죠. 반면 논리적인 허구라는 측면에서 접근한 혹평도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그게 가능하면 데스스타 파괴작전 때 아주 간단히(?) 해결 가능한게 아니냐는 건데… 이건 솔직히 반박하기에도 좀 비약적인 논리라..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5.루크의 캐릭터

아마 [스타워즈] 팬들 사이에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이 루크의 캐릭터 설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크 해밀 본인도 감독의 비전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었고, 실제 팬들 사이에서는 캐릭터 붕괴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니까요. 대체적으로 잠자는 조카를 죽이려 한 죄책감에 은둔 생활을 하는 ‘레전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겠지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기존 스타워즈 EU 시절부터 루크는 거의 신격화 수준의 제다이 마스터가 된 상태입니다. 조금 부풀려진 감이 없지 않은데, 원래 루크는 파다완이 될 수 있는 연령 한계를 이미 넘어버린 상태에서 수련을 받은 인물이라 언제든 포스의 어두운 면으로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점은 요다도 지적한 바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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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다이의 귀환]에서도 다스 베이더를 이길 수 있었던 건 포스의 어두운 부분인 ‘분노’를 이용해서였습니다. [스타워즈] 사가의 Ep.6만을 놓고 보면 루크는 제다이의 완전체가 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의 가장 큰 공로는 제다이로서의 성취보다는 아버지인 다스 베이더를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돌려놓은 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다이 마스터로서 벤 솔로를 어둠의 제다이로 각성시킨 자책감으로 인한 노년의 회한은 어쩌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국 렌과의 대결을 마지막으로 명실공히 요다나 오비완의 레벨에 이르는 마스터가 되어 육신이 소멸하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네요. ‘새 시대는 새 인물에게…’라는 [바람의 검심]의 대사가 생각나기도… 

아마 예상컨데 루크는 ep.9에서도 포스의 영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라스트 제다이]에서 루크와 레이의 수련 장면이 상당부분 삭제되었다고 감독이 밝힌 만큼, 레이와 사제지간의 관계가 축척되는 과정이 축약된 건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참고로 레이에게 전해 준 루크의 가르침은 총 3개인데, 그 중 2개만이 영화 속에 등장하죠. 나머지 한 개는 Ep.9에 나오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있는데 실은 그 나머지 1개가 삭제되었습니다. 삭제된 장면의 내용은....



6.광선검 듀얼

[라스트 제다이]의 광선검 듀얼은 역대 [스타워즈] 중에서도 가장 이절적입니다. 프리퀄 삼부작이 조지 루카스의 염원대로 역동감 있게, 마치 중국 무술처럼 현란한 장면으로 이뤄졌다면 [깨어난 포스]는 그러한 야심보다는 클래식 삼부작의 레벨에 맞추겠다는 느낌이 강하죠.

반면 [라스트 제다이]에는 사실 듀얼다운 결전 장면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나마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스노크의 죽음 이후 로열가드와 렌-레이의 팀웍이 펼쳐지는 장면인데, 여기에서도 광선검 듀얼 특유의 승부와는 거리가 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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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가장 시리즈에 근접한, 그리고 팬들이 기대해 마지 않은 렌 vs 루크의 파이널 라운드는 몇 합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렌과 루쿠는 한 번도 세이버를 맞대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의미있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모름지기 광선검 듀얼 특유의 승부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여전히 성에 차진 않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검을 마주하지 않고도 상대를 제압한 고수의 내공이 엿보였달까요. 


이번 [라스트 제다이]는 [스타워즈]의 영웅서사를 파괴하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실패한 –레이는 렌을 설득하는 데 실패, 루크는 렌을 어둠에서 구하는 데 실패, 레아는 반란군 규합에 실패, 핀과 로즈는 임무 실패 등등- 이야기이기에 더욱 그 뒷 끝이 찜찜하기도 하지요. 

설익은 듯한 연출에 새심하지 못한 설정, 불친절한 편집 등 단점이 속속 눈에 띄지만 그래도 저는 [라스트 제다이]가 시리즈의 연명을 위해서는 꼭 한번 시도해 봐야 할 작품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불호쪽의 의견을 무시하는 건 아니고요. 이만한 논란이 있는 것도 [스타워즈]이니까 가능한 게 아니겠습니까.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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