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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5년간 부은 적금이 만료되어 K은행엘 갔다. 회사원이라 빠듯한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보로 왕복 30분이나 걸리는 거리에 있는 은행에 가야 하는데, 매번 갈때마다 도전이 된다.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은행엔 항상 사람들이 북적댄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신규,해지 업무를 보는 창구는 그 시간엔 항상 한명, 많아야 두명의 직원만이 있을 뿐으로 기본이 2,30분은 기다려야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회사로 돌아올 수가 있다.

직장서 좀 떨어진 거리라 쌀쌀한 날씨에 가기가 귀찮았지만 어쩔 수 없는 마음에 은행으로 향했다. 번호표를 뽑으니 대기인원이 17명. 창구직원은 두명. ㅡㅡ;; 적금 만기해약을 위해 아까운 점심시간을 쪼개려니 짜증도 나고.. 투덜투덜 대기실에 앉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문득, [VIP 전용 창구]라는 푯말에 눈길이 갔다. '제길, 나는 언제 VIP소리 들어보나' 하고 궁시렁 대고 있는데, 그 밑에 '로열회원과 VIP회원 전용'이란 문구가 들어왔다.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이 번쩍 뜨이는 VIP 전용 이란 문구! (사진은 내용과 관계없음 ㅡㅡ;;)


아뿔사. 내가 국민은행의 로열회원이었던 것이 생각났다. (잔고가 많지 않더라도 은행 거래기간이 길고 실적만 좋으면 대부분 등급은 올라간다) 쭈삣쭈삣 VIP실로 가서 앉아있는 직원에게 '저기, 여기 로열회원도 이용하는겁니까?'하고 소심하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당근이죠!'하면서 언릉 업무를 처리해 주겠단다. 기다리는 동안 시원한 매실차도 따라주고.... 와~ 이거 이렇게 편하면서 좋을수가 없더라. 진짜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불쌍하게 20명 가까이 밀려있는 일반창구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보니 측은하기 짝이 없었다.

덕분에 평상시라면 최소 30분은 대기해야 하는 일을 10분만에 기분좋게 처리하고 들어왔다. 뭐 나야 돈이 많아서 로열회원이 아니라 은행 거래기간이 길어서 그런거지만, '역시 사람은 돈이 있고 봐야 해' 라는 같잖은 교만함이 잠시나마 머릿속을 스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 은행의 등급 기준표 (사람을 등급으로 메기다니!)


그러나 이내 좀 씁쓸했다. 사람이란건 누구나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그 기준이 그사람의 인간성이 좋아서, 평상시 선행을 많이해서, 사람이 착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돈'을 보고 평가를 하고 대우를 해주는 사회.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그렇게 황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현재의 부동산광풍과 투기열풍을 낳았다.

왜? 왜 꼭 '돈'이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차라리 인간성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대우해주는 사회가 된다면 누구나 착해지려 하고 세상은 점점 더 아름답고 좋아질텐데, 왜 하필 돈으로 사람을 평가해서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세상, 점점 더 각박하고, 이기적이고, 돈없으면 죽어버리고 싶은 세상이 되어가는가 말이다. 오늘 별것아닌 일상의 한 부분이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해주는 하루였다. 궁시렁~

P.S: 5년간 부은 적금인데 이자가 완전 안습수준이었다. 차라리 펀드를 넣을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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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난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은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것이 아닌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 하는 말이 생각나네요.
    공감하고 갑니다.

    2007.08.23 03:42 신고
  2. 엠의세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k에 VIP회원이 되서 SK에 전화 걸면 이미 정해져 있는 전담 상담원이 '안녕하십니까 XXX 고객님'. 이러면서 받는다더군요. 그래서 너 얼마나 썻길래 VIP야 하고 물으니 한달에 몇십만원씩 썻답니다. 이런 브루주아 같으니. 어린 놈이 무슨 전화질을 그렇게 했는지....아무튼 돈만 많으면 살기 좋은 세상입니다.ㅜ.ㅡ

    2007.11.11 18:30 신고
  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7.11.11 19:20
  4. fulldrea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모습은 거의 일상에 가깝죠.
    그걸 사람들이 명확히 인식하지 않을 뿐... 인간의 속성 중 하나인 등수매기기와 서로 비교하기가
    절묘하게 만든 작품일지도...

    2007.11.11 21:51 신고
  5. dd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렸을땐 성적으로 등급먹이고 나이먹으면 돈으로 등급먹이고
    어렸을때부터 이미 익숙해져야 하는것

    2007.11.11 23:2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기준이 선(善)을 지향하는 것이면 문제가 없죠. 이런 등급의 기준이 사람들을 악하게 만든다는게 문제입니다. 애들 공부시킨답시고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미루고, 무조건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이라는 식의 교육이 익숙해진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성적이 아닌 사회봉사나 선행으로 등수를 매긴다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7.11.11 23:33 신고
  6. 이스트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갈 수록 심해져가는..돈 중심의 문화..
    이게 행복해져가는 사회인지..잘 모르겠네요.

    2007.11.12 00:45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비록 삶은 풍요롭지 않았으나,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던 7,80년대의 유년시절이 훨씬 재밌고 행복했다고 느끼는건 저뿐만이 아닐테지요.

      2007.11.12 07:59 신고
  7. 파란토마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쾌하게 읽어내려간 게시물의 마지막에 가슴이 아프네요.
    저조차도 그런 사회에 많이 물든 것 같아요.
    어릴 때는 하늘 아래 한쪽 양심만 있으면 평생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2007.11.13 00:27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파트값은 오르지, 교육내의 인성교육은 증발, 게다가 모든 사회가 오로지 돈,돈만을 외치지.. 참 이게 정상인건지.. 염증을 느낍니다 요즘.

      2007.11.13 08:22 신고
  8. kyrh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제 포스트도 그렇고 여기 저기서 살기 팍팍하다는 이야기만 들리네요...그런데 정말 물 없이 식빵 먹듯이 살기 팍팍합니다.

    2007.11.13 12:08 신고
  9. mepa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입장에서야 돈으로 평가하면 안되지만 은행입장에선 돈으로 평가하는게 아닐까요..아무래도 씁쓸하군요..

    2007.11.14 00:21 신고
  10.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이제 읽었습니다.
    지난번에 말씀하신 내용이 여기 있었군요.

    2008.03.25 16: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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