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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한국을 강타한 일련의 공룡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죠이드’라는 이름의 메카생체 공룡로봇이었죠.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공룡’과 ‘로봇’이라는, 사내아이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테마가 결합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냈던 것 일지도요. ‘죠이드’의 인기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트랜스포머’처럼 일종의 장수 브랜드로서 성장한 덕분에 한국에서도 지금까지 마니아들과 관련 사이트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죠이드’가 아닌 ‘조이드’로 불리고 있지만요.

지금은 [변신자동차 또봇]으로 알려진 기업인 영실업은 80년대 국내 넘버 1,2위를 다투는 굴지의 완구회사였습니다. 바로 ‘죠이드’를 판매한 회사가 영실업이었지요. 이 죠이드가 일본의 토미 사와 정식 계약을 맺은 것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영실업판 죠이드에 TOMY 로고가 없고, 사출 형태도 오리지널과 다소 차이가 있는 걸로 봐선 뭐… 충분히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한 정황이 있다는 것 정도로만 얘기하지요.

ⓒ 영실업 All Rights Reserved.

 

어쨌거나 주목할 만한 점은 영실업의 판매전략이었습니다. 그 당시 영실업의 홍보는 무척이나 전방위적이었습니다. 텔레비전 CF는 물론 만화가를 고용해 코믹컬라이즈로 관심을 끄는 방식을 도입했거든요. 비단 죠이드 뿐만 아니라 지금도 기억나는 작품 중에 [킹라이브맨]이란 녀석도 있었습니다. 일본의 전대 특촬물 [초수전대 라이브맨]을 영실업에서 수입, 판매했고 ‘월간 보물섬’에서 이영석 작가가 동명의 코믹컬라이즈를 연재했었지요. 이 이야기는 조만간 다른 기회(?)를 통해 들으실 기회가 있을 것이고…

Published by 육영재단

[킹라이브맨]과는 달리 죠이드의 경우는 좀 더 저명한 만화가를 섭외했습니다. 바로 [로보트 태권브이] 전담 만화가로 시작해 각종 로봇 애니메이션의 코믹컬라이즈를 실행에 옮겼던 전설의 작가 김형배 화백이 ‘새소년’을 통해 죠이드의 코믹컬라이즈 [2525년의 죠이드]를 연재한 겁니다. 이 케이스가 조금 특이한 것이 원래 죠이드는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스를 기반으로 나온 완구가 아니라 완구를 팔아먹기 위한 세계관을 완구 제작사에서 만들어 놓은 케이스입니다.

이 때 존재했던 죠이드 설정은 이른바 ‘배틀 스토리’라는 것으로 행성 Zi의 중앙대륙 전쟁 당시 지구의 은하 개척선이 선상 반란을 겪으면서 바로 Zi에 불시착해 지구와 죠이드와의 인연이 생기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영실업에서도 ‘배틀 스토리’에 근거한 설정집을 완구에 끼워서 판매했고, 대강의 배경 설명은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만 여하튼 김형배 작가는 이 설정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때는 서기 2525년, 지구로부터 7만 광년 떨어진 죠이드 행성에서 작은 무인 우주선 하나가 발사됩니다. 그 우주선은 태양계로 진입해 지구로 궤도를 옮겼고, 결국 제7지구방위군의 우주 관측소에서 근무 중이던 김훈 일행과 무기 밀매상 신디케이트가 발견합니다. 신디케이트로부터 우주선을 탈환한 훈이는 우주선 내부에서 한 여인이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게 됩니다.

우주선을 보낸 이는 죠이드 행성 베릭 공화국의 공주로서 무력을 신봉하는 반란군 세네베스와 교전 중인 상태. 전쟁이 쉽게 종식되지 않자 외부의 도움을 청하기 위해 우주선을 띄웠던 것이지요. 메시지를 수신한 훈은 이를 지구방위군 사령부에 알리고, 공주를 돕기 위해 출항을 합니다. 도주했던 신디케이트 일행도 그 뒤를 따라 죠이드 행성으로 가면서 서로 복잡한 이해 관계로 얽히게 됩니다.

Published by 백조문고

보시다시피 [2525년의 죠이드]는 원작의 큰 줄기를 가져왔습니다. 가령 베릭 공화국(원작의 헤릭 공화국)과 세네베스(원작의 제네바스 제국)의 갈등 같은 중앙대륙 전쟁의 기초적인 내용을 축으로 삼아, 여기에 지구방위군과 신디케이트라는 제3의 세력을 끼워넣는 식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구성하였지요. 이야기의 틀을 놓고보면 과거 김형배 화백의 [무적의 용사 황금날개]처럼 지구에 원군을 요청하러 온 이성인을 도와주는 내러티브의 반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Published by 백조문고

죠이드 행성의 베릭 공화국 공주 이름은 신디로퍼. 참... 참신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2525년의 죠이드] 후반부에 들어서 갑자기 내용이 바뀐다는 겁니다. 신디케이트로 부터 막강한 무기를 지원받은 세네베스가 대대적인 침공을 시작하여 베릭 공화국이 위기에 놓이자 두 세력의 전쟁을 수수방관하던 자연주의자 해수스가 행성을 원시시대로 돌려놓는 시간제어 장치를 가동시키는 순간, 김훈이 꿈에서 깨어나 지구방위 소년학교에 입학하는 내용으로 내용이 리셋되어 버립니다.

천덕꾸러기 소년사관이 된 김훈은 화성 제7기지로 발령받아 그 곳에서 갤럭시 3군단과 싸우게 되는데, 조이드 생명체의 비중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고, 영 엉뚱한 이야기로 흘러가더니만 갑자기 화성 코로니의 폭발을 막겠다며 장렬하게 산화하는 황당한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아무리 봐도 [2525년의 죠이드]라는 제목과는 전혀 맞지 않는 후반부 줄거리는 그야말로 급조된 느낌이지요.

스토리와 마무리가 아쉽긴 하지만 [2525년의 죠이드]는 메카닉 장르에서 탁월한 작화력을 보여준 김형배 작가에게 최적화된 작품입니다. 자를 이용한 작가 특유의 화풍과 조이드의 메카닉 디자인이 좋은 시너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2525년의 죠이드]가 완결되고 얼마 후 다이나믹 콩콩에서는 황종익 작가의 이름으로 [조이드 소년대]라는 작품이 나오기도 했는데, 1989년 일본의 아오키 타카오가 발표한 동명의 만화를 무단으로 베낀 것으로 조이드 프라모델 배틀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지요. 기존의 [프라모 쿄시로]나 [프라모 천재 에스퍼 타로] 같은 작품들의 변주랄까요.

또한 대원씨아이에서는 우에야마 미치로가 그린 [조이드]를 발매하기도 했는데, 사실상 이 작품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유일한 조이드 관련 만화이기도 합니다. 인간과 조이드가 공존하고 있는 혹성 Zi를 배경으로 반이라는 소년과 피네라는 소녀의 모험을 그린 작품이지요. 국내에서는 투니버스에서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Published by 대원씨아이

우에야마 미치로의 [조이드]도 작화가 꽤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저는 김형배 화백의 [2525년의 죠이드]가 더 정감가도 잘 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실력있는 만화가들이 정상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P.S: [2525년의 죠이드]가 그토록 이상한 스토리 변경이 발생한 원인을 추측해 보자면, 아마도 비정상적인 연재중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야 4권짜리 백조문고의 대본소판을 토대로 리뷰를 썼습니다만 실제 연재 당시에는 이 부분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완결이 어떻게 되었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마도 연재가 도중에 중단되었고 이를 단행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부족한 뒷부분을 채우느라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변경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혹시 관련 정보나 지식을 갖고 계신분의 제보 바랍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 예전 만화를 찾습니다. 기증, 대여 등을 통해 작품을 소개하고 싶은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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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랙하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이드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여러 작품 나왔지만 어느것 하나 만족스러운게 없었던것 같아요. 디오라마 형식으로 나온 배틀 스토리가 완구 특성상 가장 잘 어울리는 매체였던것 같습니다.

    2017.04.07 15:44 신고
  2. 세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조문고판 2025년의 조이드가 꿈에서 깨어나는 장면이후 다른 만화가 되어버리는 것은

    2개작품의 합본이기 때문입니다.

    아시겠지만 2025년의 조이드는 20세기 기사단- 오리진 원- 미래소년 알파 에 이은 새소년 연재작입니다.

    꿈에서 깨어난 이후의 사관학교 입학이야기는 아람단 잡지에 연재된 -아람 3총사- 라는 작품입니다.

    아람단 잡지에는 이 외에도 신영 작가의 야구만화 -아람 야구단 - 이 연재 되었습니다.

    저는 2작품을 분명히 다른 작품으로 알고있었는데 백조문고의 조이드만화에서 2작품이 합쳐진 것을보고

    놀랐습니다.

    이하는 저의 생각입니다.

    2025년의 조이드가 새소년 별책부록 만화왕국에 연재될 무렵 새소년이 일시적 정간을 겪습니다.

    85년의 일일것입니다.... 조이드는 이때 미완인 상태로 끝나버리고, 단행본 출간시 아람삼총사와 합본시키는

    형태로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86년 1월에 새소년이 다시 발행되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만화월드컵이란 이름으로 만화부록이 바뀌고 100% 새연재였습니다....이상무,,김철호, 고유성등

    새소년과 인연이 없던 작가들도 연재에 참여했으나, 김형배 작가만은 이때의 재발행 새소년에 연재하지

    않았습니다.. 발행주체가 이전의 어문각에서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2017.04.10 03:48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추측과 같군요. 제보 감사합니다.

      한데... 저도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아람단 기관지인 <우리얼> 과월호를 찾아봤지만 <아람삼총사>를 찾을 수가 없네요. 어찌된 일인지...

      2017.04.10 11:38 신고
  3. 헬몬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표절이니 뭐....더 이상 나올 수야 없죠. 그 시절 표절하던 만화가들이 다 그렇듯이 입다물고 언급하길 꺼려하는데 김형배도 다를 거 없더군요. 그나마 태권브이가 마징거 제트 표절이라고 인정하던 전부. 줄거릴 표절하고 제목까지 베끼신 닥터 후라든지 여기서도 언급하신 인디아나 존스 만화판에 대하여 입벙긋했었는지;;;(뭐 라스트 바탈리언이었나? 일본 작가 소설을 만화화한 것도 있는데 당연히 당시 저작권비를 냈을 린 없을테고)

    2017.04.14 12: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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