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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본 - 정체성을 이어받은 시리즈의 자기 복제 혹은 사족

페니웨이™ 2016. 7.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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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제이슨 본이 돌아왔다. 그것도 폴 그린그래스와 맷 데이먼의 최강 조합으로 말이다. 첩보 액션의 방향성을 틀어버린 본 시리즈의 귀환은 팬들로선 엄청나게 흥분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본 트릴로지의 숨은 주역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을 초월 각색했던 토니 길로이와 세컨 유닛의 댄 브래들리가 빠진 건 우려할만한 요소다.

돌아온 [제이슨 본]은 기존 시리즈-엄밀히 말하면 [본 얼티메이텀]-의 자기복제다. 거의 동일한 플롯에 순서와 배경, 인물만 바뀌어 있다. 속편이 전편보다 좋았던 몇 안되는 케이스라 이 부분이 문제될 건 없어 보인다. 여전히 기억상실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본에게 기억을 되살릴 단서가 하나 주어지고, 오랜 침묵 끝에 모습을 드러낸 본의 등장으로 CIA는 발칵 뒤집어진다.

건조하고 빡빡한 극의 구성은 여전하다. 관객에게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밀어붙이는 폴 그린그래스의 연출은 이번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아테네의 폭동현장에서 펼쳐지는 추적씬은 ‘이래야 제 맛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본이 늙어버린 탓일까. 비약적으로 줄어버린 액션의 총량도 그렇지만 특유의 짧은 쇼트가 빚어내는 생동감이 빠진 채 여느 헐리우드 영화처럼 힘으로 밀어 붙이는 카 체이싱과 맨손액션은 어딘가 밋밋해 보인다. 아마도 댄 브래들리가 빠진 공백이 이 지점에서 드러나는 듯 하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 reserved.

제이슨 본의 기원에 좀 더 다가서는 동시에 아버지와 죽음과 관련된 음모를 해결한다는 플롯도 조금 식상하다. 이미 밥을 다 퍼먹은 냄비에서 누룽지를 긇어내는 느낌이다. (물론 누룽지가 더 맛은 있다만...) 각본의 헛점은 전작들에 비해 더 자주 눈에 띈다. 실제로 각본을 직접 썼던 폴 그린그래스는 촬영장에서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변경하곤 했다는데, 그러한 영향도 없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불만이 하나 있는데 그건 스포일러상 사족으로 빼도록 하겠다.

새로 투입된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보는 이에 따라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필자에겐 기대 이상의 수확이다. 여리여리한 외모이지만 웃음기가 싹 빠져버린 무표정한 얼굴으로 본의 적인지 아니면 조력자인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회색지대의 캐릭터를 잘 표현하며 히로인의 세대교체를 당돌하게 선언한다. 아쉽게도 그녀의 역할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분명 [제이슨 본]은 시리즈 전체의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사족인 것도 사실이다. 이미 본 시리즈는 [본 얼티메이텀]으로 완벽한 마무리를 지었다. 본의 컴백을 기다리는 팬의 마음이나 어떻게든 한 편이라도 더 만들어 재미를 보고 싶어하는 제작사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젠 본에게 안식을 줄 때도 되지 않았나.

 

P.S (스포일러 있습니다)

1.영화가 끝나고 극장안을 가득 메우는 “Extreme Ways”를 듣는 건 여전히 황홀한 경험이다.

2.니키 파슨스의 퇴장은 아무래도 이건 아니지 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불만이기도 하다. 마리의 퇴장은 [본 슈프리머시]를 지속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지만 니키의 죽음으로 [본 얼티메이텀]의 가장 멋진 탕헤르 장면이 얼마나 우습게 되어 버렸는가 말이다. 마치 [에이리언 2]에서 가까스로 살려놓은 뉴트와 힉스를 [에이리언 3]의 인트로에서 몽땅 죽여버린 꼴. 덕분에 본과 니키의 풀리지 않는 과거사는 영원히 무덤으로 갔다.

3.옥의 티 하나. 본은 흉기차를 탄 건지.. 이리 받치고 저리 받쳐도 절대 터지지 않는 에어백.

4.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린 첩보물이라는 전작과는 달리 '해상도 올려봐'에서 빵 터짐. 아.... 본 시리즈가 이런 영화였던가. 영화 곳곳에 무리수를 둔 설정 덕분에 리얼리티는 저 멀리~

 

 * 본 리뷰에 사용된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관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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