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리뷰

브이센터 관람기 - 태권브이를 만날 수 있는 라이브 뮤지엄

페니웨이™ 2016. 3.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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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 3세가 지난 아들녀석. 요즘 로봇의 세계에 눈을 떠서 [로보카 폴리]나 [헬로 카봇], [터닝메카드] 같은 애니메이션을 즐겨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로봇이 뭐냐 하고 물으면 꼭 '로보트 태권브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언젠가 부모님께서 손주랑 놀아주다가 유투브에 올라온 [로보트 태권브이]를 보여주신 모양인데, 그 때부터 이 녀석이 태권브이 주제가는 물론이고, 태권엑스니 메리로봇이니 악당 로봇의 이름까지 외워서는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어린 나이에 일찍 태권브이를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거나 아들 녀석이 좋아하니 피는 못속이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지인께서 브이센터 초대권을 보내주셔서 브이센터를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태권브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녀석이니 주말에 데려가면 엄청 좋아할 것 같더군요.

 

 

브이센터의 위치는 강동구 고덕동입니다. 주택가가 아니라 올림픽대로에서 중부고속도로로 넘어가는 길 중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성은 떨어지는 곳입니다. 따라서 자가용은 거의 필수라는 게 조금 문제죠. 얼마전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 모양인데, 여러가지 문제로 운행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브이센터에 도착하면 18미터짜리의 거대한 태권브이가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이걸보니 아주 옛날 어린이회관 앞에 있던 무쇠돌이X라는 이름의 조형물이 생각나더군요. 당시에 아이들이 마징가라며 좋아했던 상징물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조악한 전시물이었습니다만 그 당시엔 왜 그렇게 신기했는지 모르겠네요.

 

 

여하튼 태권브이의 웅장한 모습을 뒤로하고 티켓팅 후 입장을 하면 대기를 시작합니다. 대기실에도 태권브이 4대가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브이센터는 기본적으로 자유관람이 아닌 투어형 체험식 테마파크이기 때문에 매 정시와 30분에 30분 간격으로 관람객을 모아 투어를 출발하게 되어 있습니다. 친절한 가이드가 각 체험실 별로 배치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관람을 할 수 있습니다.

 

 

출발전에 가이드께서 태권브이 코인을 나눠줍니다. 이 건 나중에 게임을 즐길 때 쓸 수 있는데, 그냥 기념품으로 가져도 됩니다. 이게 몇가지 종류가 된다고 하네요.

 

 

아래의 철문이 올라가면 관람이 시작되지요.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건 미러타워입니다. 1976년 [로보트 태권브이] 개봉 당시의 대한극장 앞 풍경을 재현한 곳으로서 정면에 보이는 큰 거울을 통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습니다. 울 아들녀석은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게 영 낯설었는지 무섭다며 나가자고 울음을 터트리더군요 -_-;;;

 

 

이 날따라 관람팀이 울 가족밖에 없어서 퍼포먼스를 해주는 분이 좀 심심하셨나봅니다. 저와 함께 사진을…

 

 

다음 코스는 김청기 감독님의 작업실 재현 공간입니다. 태권브이의 탄생에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홀로그램 영상으로 상영되는 곳으로, 감독님이 직접 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기에 특별출연으로 깡통로보트도 나오는데, 이 애니메이션 작업은 [한국 슈퍼로봇 열전]의 일러스트를 그리신 lennono님의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그 다음으로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게임 체험관입니다. 태권브이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해설을 겸해서 아이들이 실제로 게임을 통해 체험해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게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직 아들이 어려서 못할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의외로 잘 놀더라구요^^ 손이 보이질 않는....ㅎㅎ

 

 

다음은 4DX 극장입니다. 브이센터에서 기획해서 밀고 있는 새로운 태권브이가 ‘마스터 태권브이’라는 신기종인데, 바로 이 마스터 태권브이가 본부내에 침입한 악당 로봇과 대결을 벌이는 짧은 애니메이션이 상영됩니다. 대략 ‘다이나믹 시어터’와 비슷한 원리라고 보심 되겠습니다. 48개월 미만의 유아동은 관람을 할 수 없습니다. 울 아들도 48개월 미만이라 관람을 못하는데, 직원분들께서 친절히 의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영상만 보여주겠다고 했는데도 아들이 무섭다며 거절 -_-;;

이제 브이센터의 하이라이트인 마스터 태권브이 초대형 격납고입니다. 저도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실제로 18미터 크기의 태권브이를 가까이서 보니 굉장히 그럴 듯 하더군요. 눈에서는 빛이 번쩍번쩍!

 

 

초대형 태권브이의 뒤쪽에는 좀 더 작은 크기의 태권브이들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태권브이를 움직일 수도 있고 퀴즈도 풀 수 있는 그런 게임들이 있습니다.

 

 

페니웨이 주니어는 자붕....아니 슈퍼 태권브이와 함께 사진을~

 

 

2층에는 전시실이 있습니다. 전시실 복도에는 저렇게 태권브이 조형물이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실 내부에는 각종 태권브이 관련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죠. 특히 만화책들이 눈에 띄는데, Daum 추억본부 까페를 운영하시는 우찬아빠님께서 제공하신 자료들입니다. (참고로 우찬아빠님은 춘천에서 추억본부라는 이름의 복고풍 호프집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3층 옥상으로 갑시다. 여기에는 정말 많은 태권브이들이 떼거지로 모여 있습니다.


아이들이 탈 수 있도록 제비호도 재현되어 있고,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초대형 디오라마로 재현해 놓은 것도 있습니다.

 

 

전체 투어 시간은 대략 1시간~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관람이 끝난 후엔 자유롭게 MD샵이나 옥상에서 충분히 사진을 찍고 돌아다녀도 됩니다.

이제 소감을 적어보죠. 브이센터는 로봇, 그 중에서도 태권브이라는 콘텐츠 하나를 메인으로 설립된 테마파크로는 최대 규모입니다. 그만큼 말만 많았지 태권브이를 가지고 뭔가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놓은 건 브이센터가 최초가 아닌가 싶네요.

 

 

처음엔 태권브이 이름만 따놓은 허접한 곳인줄 알았는데, 막상 관람하고 나니 제대로 잘 갖춰놨습니다. 신경도 많이 썼고 공을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물론 입장료(25000원)가 조금 부담되는 면도 있는데, 이 부분은 브이센터측에서도 다른 우회방법을 통해 조율한 계획이 있는듯 합니다. 48개월 미만은 무료입장이라는 것도 나름 메리트가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런 곳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태권브이 콘텐츠가 화석화된 상태라 이를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세대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고,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죠. 그런 와중에 최근 태권브이가 대부업체 모델로 등장해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데, 이게 판권업체의 이익이 얽혀있는 문제라 태권브이 콘텐츠를 키우고 이용하는 면에 있어서 계속 잡음이 생기고 있는건 좀 안타까운 일입니다.

 

태권브이 클래식 4부작의 미디어 발매는 아직도 요원하고, 새로운 태권브이 작품이 나오는 것도 부정적이며, 만화책이나 그 밖의 수많은 콘텐츠가 사장되어가고 있는 마당에 이 거대한 테마파크가 얼마나 존속될 것인지도 회의적입니다. 저도 한국 로봇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직까지는 '발굴'에 더 큰 관심이 있긴 하지만 과거의 유물로만 버티는 건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죠.

앞으로 브이센터측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겠습니다. 아무래도 판권을 가진 쪽이 아니라 판권을 빌려쓰는 쪽이다 보니 제약도 많겠지만 기왕 시작한 일이니 만큼 오래 오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장소로 도약하길 바랍니다.

끝으로 가족 사진 한 장~

 

P.S: 매주 월요일에는 [로보트 태권브이] 1편을 상영하는 마니아 데이를 진행한답니다. 태권브이를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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