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판타스틱 4 (2015) - 내우외환의 총체적 난국 (1부)

페니웨이™ 2015. 9.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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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40

 

 

 

-1부-

 

어느덧 제시카 알바를 앞세운 영화 [판타스틱 4]가 나온지도 10년이나 지났습니다. '최초의 [판타스틱 4]' 영화로부터는 21년이나 지났고요. 세월 참 빠르지요? 특히 1994년판 [판타스틱 4]의 기구한 운명에 대해서는 지난번 괴작열전에서 다루게 되었는데요(바로가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21년 후에 이를 능가할 괴작이 다시 한번 등장할 줄은 로저 코만 옹도 몰랐을 겁니다. (괴작열전 최초로 원작, 리메이크 모두 등극했다능!!)

최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헐리우드 영화판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버리면서 DC코믹스 진영은 물론이고 마블 캐릭터의 일부 판권을 소유한 다른 영화사들도 슈퍼히어로 영화만들기에 올인하는 형국입니다. 일단 마블이 직접 주도하는 [어벤져스] 중심의 MCU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탄탄대로를 달리고는 있는 반면, 소니의 [스파이더맨]은 무리한 리부트를 시도하다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로 쓴 맛을 봤고, 이어 [시니스터 식스] 같은 스핀오프마저 줄줄이 사탕으로 날려먹게 생겼지요. 결국 소니는 gg를 선언, 이후의 MCU에 스파이더맨이 합류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습니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사실상 백지화 된 [시니스터 식스].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쥔 소니는 리부트를 통해 보다 진보된 작품을 만들려는 생각보다는 캐릭터를 어떻게든 더 끼워넣어 영화를 만들까 하는 욕심이 앞섰다. 결국 자승자박이 되어 이 리부트 계획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로 조기 종결되는 불운을 맞이했다.  

 

DC는 폭망한 [그린랜턴]의 충격에서 벗어나 [맨 오브 스틸]의 선방을 계기로 다시금 [저스티스 리그]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폭스사의 [엑스맨] 시리즈는 스핀오프인 [울버린] 두 편을 비롯해 또다른 스핀오프 [데드풀]도 개봉을 앞두고 있지요. 어쨌거나 [엑스맨] 프렌차이즈는 성공적인 편입니다.

문제는 2007년 [실버서퍼의 위협]으로 신통찮은 성적표를 받은 바람에 3편이 무산되어 버렸던 [판타스틱 4]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었습니다. 제시가 알바는 화장품 사업 때문에 여러모로 피곤한 상황이고, 크리스 에반스도 [캡틴 아메리카]로 가버린 마당에 이전 멤버들을 쓰기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 폭스는 판권이 다시 마블로 귀속되기 전에 서둘러 리부트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미 빼앗겨버린 [데어데블]의 판권을 생각하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만 했지요.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2부작으로 끝난 팀 스토리 감독의 [판타스틱 4]

 

새로운 [판타스틱 4]의 사령탑으로 선정된 인물은 다름아닌 조쉬 트랭크. 초저예산 히어로물인 [크로니클]로 흥행과 평단 모두의 호평을 얻어낸 그는 단숨에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할 중책을 맡게 됩니다. 마일즈 텔러, 케이트 마라, 마이클 B.조던, 제이미 벨 등 차세대 유망주들로 포진된 배우들 역시 기성 스타들의 느낌을 지우고 뭔가 진부할 것 같은 상업영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케이트 마라는 캐스팅이 확정되고 나서 촬영을 대비해 조쉬 트랭크의 전작 [크로니클]을 감상했다며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폭스 사는 [판타스틱 4]를 추후 [엑스맨]과의 크로스오버를 염두에 두고 각본가 사이먼 킨버그를 투입하고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매튜 본에게 제작의 일정 지분을 맡기는 등 여러모로 공을 들이는 듯 했지요. 적어도 갖춰진 여건만을 보면 리부트판 [판타스틱 4]는 2005년 버전보다 훨씬 좋은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셈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잡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코믹 북 관련 사이트인 Bleeding cool은 [판타스틱 4]의 촬영을 6개월 앞두고 감독 조쉬 트랭크와 각본가 사이먼 킨버그가 하차했다고 보도하는데요, 폭스측에서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결과적으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사실이었지요.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얼마 안 있어 인터넷에는 촬영장에서 조쉬 트랭크가 벌인 막장 행각을 토로하는 글들로 도배되기 시작합니다. 배우들과의 마찰과 폭언, 특히 케이트 마라가 심한 시달림을 당해 촬영장에서 울음을 터트렸다는 얘기서부터 감독의 개를 촬영장 근처의 호텔까지 데리고 와 막대한 피해를 입혀 폭스사의 사장이 수습하러 오기도 했고, 마일즈 텔러와 함께 촬영장에서 대마초를 피거나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던 일, 트랭크가 술에 취해 나타나는 바람에 사이먼 킨버그가 대신 촬영을 수행하고 있다는 식의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지요.

급기야 1차 편집본이 나온 후 영화가 트랭크의 전작 [크로니클]의 재탕일 뿐이라는 악평이 흘러나오자, 트랭크는 트위터에 "일 년 전에 나는 이 영화의 판타스틱한 버전을 갖고 있었고 그거라면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을 거야. 당신들은 아마 그 버전을 절대 볼 수 없겠지만.  이게 진실이야"라며 자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이 트윗은 곧 지워졌지만 적잖은 논란을 불러옵니다.

 

 

이에 맞서 폭스측은 “조쉬 트랭크가 의도한 대로 영화가 나올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했다”며 오히려 감독의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합니다. 결국 영화는 추가 예산을 투입해 재촬영에 들어가는데 트랭크 감독이 아예 잠수를 타는 바람에 촬영이 계속 지연되었고, 결국 매튜 본이 대타로 비밀리에 투입되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다는 절박한 뉴스까지 등장하게 됩니다.

이 사실은 폭스의 필사적인 부인으로 인해 루머로만 떠도는 상황이었지만 [스타워즈] 프렌차이즈 관련 행사때 스핀오프의 감독으로 내정되었던 조쉬 트랭크가 불참하면서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고, 결국 그가 감독직에서 자진 하차한 것이 아니라 해고(fired)되었다는 것이 밝혀지자 구설에 올랐던 트랭크의 행적들이 사실이었다는 방증이 되어버립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에는 [판타스틱 4]의 촬영장 상황을 보도했던 제프 스나이더 기자가 [크로니클]의 성공은 작가인 맥스 랜디스 덕분이며 [크로니클] 촬영당시에도 트랭크는 지금과 똑같은 막장 행태를 보여 스텝 전원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개고생을 했다고 밝히며 트랭크를 디스하기에 이르게 되죠.

한편 마블의 팬들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판타스틱 4]의 설정과 내용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습니다. 아직 촬영장 스캔들이 보도되기 이전부터도 팬들은 다크한 히어로물이 될 것이라는 폭스의 결정에 매우 분개했는데, 그도 그럴것이 원래 [판타스틱 4]의 원작은 유쾌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바탕에 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니 스톰의 배우를 흑인으로 바꿔버린건 굉장히 큰 변화였는데요, 이에 대해 트랭크는 트위터로 팬들과 설전을 벌이곤 했지요.

 

ⓒ Flicks And The City Plus

난 잘못한거 없다능~ 

 

참다 못한 조쉬 트랭크는 "난 안일하게 가길 원하지 않는대신 SF와 호러장르를 선택했다"며 "그런 장르는 흔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이건 폭스 영화이지 마블 코믹스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심지어 LA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는 "[판타스틱 4]의 팬들이 너를 너무나 괴롭혀서 [스타워즈] 감독에서 물러났다"고 말해 마블 팬들의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2015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코믹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트랭크는 [판타스틱 4]가 3D로 개봉되지 않을 것이며, 그 이유는 원래 2D로 찍은 영화고 그것이 영화의 본질을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재촬영을 위해 남은 제작비를 몽땅 털어넣는 바람에 3D로 컨버전할 예산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 이렇게 말도많도 탈도 많았던 [판타스틱 4]의 첫 시사회가 2015년 8월에 열립니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요?


 

- 2부에서 계속-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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